대북 인권단체 북한인권시민연합, 유럽에 실태 알리기 나서
(브뤼셀=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국제 제재를 무시하는 북한과 러시아의 경제 협력 실태와 이 과정에서 북한 주민들이 어떻게 강제 노동에 동원되는지를 환기하는 기자회견이 25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프레스클럽에서 열렸다.
대북 인권단체인 북한인권시민연합이 주최한 이날 행사에서는 러시아와 북한 간 군사협력 확대와 강제노동 동원구조를 분석한 '무기 개발과 사회 억압을 지탱하는 자금 구조: 군·안보기관 산하 기업을 통한 북러 협력 사업' 제하의 보고서가 공개됐다.
폴란드 출신의 요안나 호사냑 북한인권시민연합 부국장, 일리아 슈마노프 국제투명성기구 러시아 지부 이사의 보고서 발표와 짤막한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폴란드 출신으로 20년 넘게 한국에 거주하며 북한 인권 문제를 국제사회에 알리고, 북한 주민의 인권 증진 활동을 해온 호사냑 부국장은 "중동 전쟁으로 다른 이슈가 뒷전에 밀린 감이 있지만 북러 협력 구도와 북한 인권의 실상을 알리는 것은 여전히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호사냑 부국장은 이날 브뤼셀 회견에 앞서 지난 16일 영국 의회, 23일에는 네덜란드 외교부 당국자들을 상대로 브리핑했다고 한다. 오는 26일에는 EU 당국자들을 만나는 데 이어 30일에는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기자회견을 여는 등 북러 협력 실태와 북한의 강제 노역 문제의 심각성을 유럽에 알리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그는 "유럽 각국 당국자들을 만나보면 대북 제재에 허점이 많다는 점을 인식하지만 관련 정보가 너무 부족해 제재 집행이 어렵다는 고충을 토로한다"며 북한이 제재 회피의 달인인 만큼 이번 보고서에 실린 내용을 비롯해 국제사회와 정보 공유가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보고서는 북한 노동자 파견 관련 금융 기록, 기업 등록 자료, 전직 북한 관료 인터뷰 등을 바탕으로 1년여에 걸친 추적과 조사 끝에 완성됐다.
러시아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제재로 금지된 북한 노동자 고용을 위해 학생·연수생 비자를 발급하고 이들에게 비정상적으로 높은 '장학금'을 지급하는 등 편법을 쓰고 있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러시아 반체제 인사로 현재 스페인에서 망명 생활을 하며 변호사로 일하는 슈마노프 이사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는 최소 200만명의 인력이 부족하고, 북한은 무기 개발과 체제 지탱을 위한 외화벌이가 필요하다"며 "이런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며 양국 당국의 개입 아래 '교육의 탈'을 쓴 제재 회피가 자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런 방식으로 러시아 회사에 고용돼 일하는 북한 노동자들은 양국 당국의 감시 아래 최소한의 임금을 받고 이들이 죽어 나가도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는다"며 "사실상 노동력 착취를 당하고 있는 셈"이라고 짚었다.
이어 "이들의 노동력이 들어간 상품이 유럽에 버젓이 유통되고 있다는 점에서 유럽도 결코 이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유럽 당국에 시급한 대응을 촉구했다.
슈마노프 이사는 "우리 조사에 따르면 북한 노동자들은 이란제 샤헤드 드론을 생산하는 러시아 공장에 취업한 사례도 있어 최근 중동 전쟁과 북러 편법 경제 협력, 북한 노동자의 강제 노역도 사실은 긴밀하게 연결된 이슈"라고 덧붙였다.
ykhyun14@yna.co.kr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