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범 회장 경영권 수성...이사회 재편 ‘절반의 승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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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범 회장 경영권 수성...이사회 재편 ‘절반의 승리’

한스경제 2026-03-25 20:55:4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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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이 지난 24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제52기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했다./고려아연
고려아연이 지난 24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제52기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했다./고려아연

| 서울=한스경제 임준혁 기자 |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정기주주총회에서 경영권 사수에 성공했다. 다만 경영권 분쟁 중인 영풍·MBK 파트너스 연합이 이사 수를 5명까지 늘리면서 이사회 내 입지를 강화했고 향후 최 회장의 의사 결정 과정에서 이사회의 견제와 균형이 본격화될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고려아연은 지난 24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제52기 정기주주총회를 갖고 전체 7개 의안, 총 36건의 세부 안건을 의결했다.

주총의 핵심 안건은 경영권 행사 기구인 이사회의 구성을 좌우하는 이사 선임 안건이었다.

총 15명의 이사로 구성된 고려아연 이사회는 최 회장 측 추천 이사 11명, 영풍·MBK 측 이사 4명으로 구성돼 있었다.

이날 주총에서는 임기가 만료되는 이사 6명(최 회장 측 5명·영풍 측 1명) 자리를 놓고 양측 간 표 대결이 이뤄졌다.

▲ 고려아연, 이사 5인 선임안 판정승

고려아연은 상법 개정에 따라 2인의 감사위원을 분리 선출하기 위해 이사 5명을 선출하고 나머지 1명의 자리는 남겨두고 추후 선임하자며 '5인 선임안'을 제안했다. 이에 맞서 영풍·MBK 측은 신규 이사 6인을 일괄 선임하자고 제안했다.

표 대결 결과 5인 선임안이 참석한 주주들로부터 62.98%의 찬성을 얻었고 6인 선임안 역시 참석 주주 대비 찬성률 52.21%를 기록하며 모두 과반 득표에 성공했지만 다(多)득표 원칙에 따라 고려아연이 제안한 '5인 선임안'이 채택됐다.

이어진 투표에서는 고려아연 측이 추천한 후보 가운데 3명, 영풍·MBK 측 후보 2명이 각각 이사로 선임됐다.

이에 따라 고려아연 측과 영풍·MBK 측의 이사 수는 현재 '11대 4'에서 '9대 5'로 재편된다. 표면적으론 최 회장 측이 과반을 유지했지만 사실상 이사회 내 힘의 균형이 크게 변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고려아연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고려아연

고려아연 측 추천 후보 중에서는 최 회장이 사내이사로 재선임됐고 현재 고려아연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황덕남 변호사가 사외이사로 재선임됐다. 또 고려아연의 미국 제련소 프로젝트와 관련 크루서블JV가 제안한 월터 필드 맥랠런 원스파월드홀딩스 이사는 기타비상무이사로 신규 선임됐다.

▲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 정관 변경 부결

고려아연 관계자는 “미국 제련소 건설 프로젝트가 당사의 기업가치 및 주주가치 제고에 큰 도움이 된다는 주주들의 기대감과 지지가 확인된 결과”라고 자평했다.

영풍·MBK 측이 추천한 후보 중에서는 최연석 MBK 전무가 기타비상무이사로, 이선숙 법무법인 민주 변호사가 사외이사로 각각 신규 선임돼 고려아연 이사회에 이름을 올렸다. 이에 따라 영풍·MBK 측 이사는 현재 4명에서 5명으로, 비중은 26.7%에서 35.7%로 증가했다.

이날 주총에서는 고려아연 측이 제안한 전자주총 도입안, 감사위원 선임 및 운영안 등이 가결됐다. 영풍·MBK 측 주주제안 중 발행주식 액면분할안, 집행임원제 도입안, 주총 의장 변경안 등이 부결됐지만 이사회 소집 시기를 '1일 전'에서 '3일 전'으로 수정하는 내용의 변경안은 원안대로 의결됐다.

반면 고려아연 측이 제안한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를 위한 정관 변경안’은 영풍·MBK 측의 반대로 특별결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서 부결됐다. 부결된 안건은 오는 9월부터 시행되는 상법 개정안 내용을 선제적으로 반영해 감사위원 분리 선임 인원을 1명에서 2명으로 상향하는 내용이 골자다. 영풍·MBK 측의 뜻대로 해당 안건 의결이 무산되면서 고려아연은 9월까지 이를 반영하지 못할 경우 법 위반 상태에 놓이는 상황에 처했다.

현재 고려아연 지분 구조는 최 회장 측이 우호 지분을 포함해 37.9%, 영풍·MBK 측 41.1%, 국민연금 5.2%, 현대차그룹 5% 등으로 이뤄진 것으로 추산된다. 최 회장 측의 순수 지분 보유율은 17.7% 수준이지만 크루셔블JV(10.6%)와 LG화학(1.9%), 한화그룹(7.7%) 등을 우호 지분으로 가정·분류한 것이다.

▲ 최 회장, 집중투표제로 이사 선임 ‘진땀승’

시장에서는 영풍·MBK 측 지분이 더 올라갈 경우 고려아연 경영권 문제가 더욱 복잡한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특히 그동안 중립을 표방하며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해오던 국민연금이 최 회장 측 이사 후보자들에 대한 의결권 행사를 포기하면서 다른 기류가 감지되기도 했다. 국민연금이 사실상 고려아연에 반대표를 던졌다는 해석이 나오면서 앞으로 최 회장 측이 분산된 우호 지분을 끝까지 유지할 수 있을지가 양측의 경영권 분쟁의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박기덕 고려아연 사장이 지난 24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제52기 고려아연 정기 주주총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고려아연
박기덕 고려아연 사장이 지난 24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제52기 고려아연 정기 주주총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고려아연

국민연금은 고려아연 측에서 추천한 감사위원 후보들에 대해서도 ‘기업가치 훼손 및 주주권익 침해’를 이유로 반대 의결권을 행사한 바 있다. 여기에 국내외 주요 의결권 자문사와 북미 최대 연기금인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CalPERS)까지 같은 대상에 대해 반대표를 던지면서 주요 기관투자자들의 판단이 영풍·MBK 측이 제안한 ‘이사회 재편’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주요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들이 최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에 반대 의견을 냈음에도 집중투표제로 투표가 진행되면서 최 회장은 사내이사 재선임에 성공했다. 집중투표제는 선임하려는 이사의 수만큼 의결권을 주주에게 부여하고 원하는 후보에게 몰아주는 방식이다. 고려아연은 최 회장의 이사 자격 유지를 위해 표를 몰아준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이 같은 결과는 최 회장이 집중투표제가 아니었다면 사내이사에 재선임되기 어려웠을 가능성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 “과반 확보보다 이사회 설득·검증이 관건”

재계 관계자는 “국민연금 등 주요 기관투자자들이 의결권 행사 포기 및 명확한 반대 의사를 밝혔음에도 최 회장이 이사회에 다시 이름을 올릴 수 있었던 건 최씨 가문 및 우호 주주의 지지에 기반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며 “이는 최 회장이 더 이상 전체 주주의 신임을 받는 이사가 아닌 사실상 2대 주주그룹의 이해를 대변하는 위치로 위상이 내려갔음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과반은 유지했으나 이사회 내에서 최 회장이 기존처럼 일방적인 의사 결정을 하기 어려운 구조가 형성됐다”며 “향후 모든 의사 결정 전반에서 실질적인 견제와 검증이 불가피해졌다”고 덧붙였다.

영풍·MBK 측은 이날 주총 후 보도자료를 통해 “이사회 구도가 재편돼 1·2대 주주 간 격차가 3석까지 좁혀짐으로써 고려아연 이사회가 보다 균형 잡힌 구조로 전환되는 계기가 마련됐다”며 “주주가치 제고와 투명한 의사 결정 체계 확립을 위해 책임 있는 역할을 지속해 나갈 것”이란 입장을 표명했다.

고려아연이 지난 24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제52기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했다./고려아연
고려아연이 지난 24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제52기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했다./고려아연

고려아연 관계자는 “많은 주주들이 현 경영진 중심의 거버넌스와 이사회 체제를 통한 경영 연속성과 중장기 기업가치 제고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평가한다”며 “고려아연은 미국 제련소 건설 프로젝트와 트로이카 드라이브 전략을 흔들림 없이 추진, 주주와 시장의 기대에 부응하고 국가기간산업이자 한미 경제안보의 모범사례로 맡은 바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 자본시장 관계자는 “이제는 단순히 과반 여부보다 이사회 내에서 얼마나 설득과 검증을 거치느냐가 중요해진 상황”이라며 “이번 주총 결과는 경영권 유지보다 경영 방식의 변화를 요구하는 주주들의 시그널로 해석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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