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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은 2017년 6월 2일 강도살인, 사체유기 혐의로 기소된 김씨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김씨는 2016년 10월 11일 필리핀 팜팡가주 바콜로시의 한 사탕수수밭에서 주범 박씨와 함께 한국인 남녀 3명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인물이다. 그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지만 2심 재판부가 이를 기각하고 2017년 12월 5일 대법원이 상고를 받아들이지 않으며 형이 확정돼 복역 중이다.
판결문에는 박씨가 한국에 있던 김씨에게 범행을 제안하고 필리핀에서 함께 강도 살인을 저지르기까지의 과정이 담겨 있다. 박씨는 2014년 11월 김씨가 자신의 카지노 사업에 5000만원을 투자한 뒤로 안면을 트게 됐는데 이듬해 필리핀으로 이주한 이후에는 투자금 반환 문제로도 종종 연락을 이어갔다.
박씨가 피해자들과 만나게 된 것은 2016년께였다. 당시 A씨 등 3명은 150억원대 무인가 유사수신행위로 경찰 수사선상에 올랐는데 이를 피하고자 필리핀에 입국한 뒤 박씨에게 ‘은신처를 제공해 달라’며 투자금을 건넸다. 이를 받아들인 박씨는 팜팡가주 마니방 포락시의 한 빌라를 임차해 A씨 등과 함께 거주하기 시작했다. A씨 등의 투자금 7억 2000만원은 클락 지역의 카지노 정켓방(카지노 VIP룸에 마련된 사설 도박장)에 자신과 공동명의로 예치해 둔 상황이었다.
이후 박씨는 카지노 정켓방(카지노 VIP룸에 마련된 사설 도박장) 투자와 관련해 A씨 등과 갈등을 겪었고 이들이 필리핀에 연고가 없는 점, 국내 수사기관으로부터 쫓기고 있는 점 등을 바탕으로 살인을 마음먹었다. 이 과정에서 박씨는 한국에 있던 김씨에게 연락해 “내가 사람 하나를 처리하려고 하는데 처리하고 나면 1억원 정도가 생기니 이를 네게 주겠다. 아무도 몰래 도와 달라”고 했다. 이를 승낙한 김씨는 제공받은 항공편으로 필리핀에 도착했고 박씨의 직원인 척하며 A씨 등과 일주일가량 지냈다. 겉으로는 기사 업무나 심부름을 하고 뒤로는 박씨와는 범행 방법, 도주 계획을 논하거나 시신 유기 장소 등을 찾아다녔다.
범행 도구까지 준비해 둔 이들은 같은 해 10월 11일 “할 이야기가 있다”며 A씨 등을 불러냈고 흉기로 위협한 뒤 결박했다. 이후 피해자들을 차량에 태워 사탕수수밭까지 이동해 살인 범행을 저질렀다. 박씨 등은 피해자들의 시신을 유기하고는 A씨 등의 금고에서 240만원 상당의 현금을 꺼내고 정켓방에 예치됐던 7억 2000만원을 인출해냈다. 나아가 카지노, 나이트클럽에서 유흥을 즐겼으며 김씨는 수사 개시 후 박씨와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은 휴대전화를 강에 버리기도 했다.
결국 김씨는 범행 후 국내에서 잠적하던 중 경찰에 붙잡혔지만 박씨는 필리핀에서 검거됐다가 도주하기를 반복했다. 그는 2017년 3월 6일 국내 송환을 기다리던 중 필리핀 이민국 외국인보호소에서 탈출했다가 3개월 뒤 붙잡혔다. 이후 살인과 마약 소지 등 혐의가 추가로 적용됐지만 박씨는 타를라크주 지방법원에 출석했다가 교도소로 되돌아가는 길에 방문한 식당에서 사라졌다. 이에 대해 필리핀 경찰 측은 박씨가 호송 인력 없이 혼자 화장실에 갔다가 환풍구를 통해 도주했다고 설명했다.
박씨는 2019년 10월에도 타를라크주 법정에 출석했다가 달아났으며 세 번의 도주극을 벌이고는 2022년 4월이 돼서야 필리핀 법원에서 단기 52년, 장기 60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박씨는 뉴빌리비드 교도소에서 복역하던 중 ‘전세계’라는 이름으로 텔레그램을 통해 마약을 밀반입하거나 호화 생활을 누린 것으로 파악됐다.
약 9년 만인 박씨의 송환은 한국과 필리핀 간 ‘범죄인 인도 조약’에 따라 임시 인도된 것으로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필리핀과의 정상회담에서 인도 요청을 한 지 3주 만에 이뤄졌다.
경기북부경찰청은 박씨의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에 대한 수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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