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AI 생성
중동 전쟁 여파로 나프타 공급 차질 우려가 커지면서 쓰레기종량제봉투 사재기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재고가 충분히 확보된 데다 가격 인상 가능성도 크지 않아 사재기 필요성은 낮은 상황이다.
나프타는 원유 정제 과정에서 얻어지는 중간 원료로 석유화학 산업의 출발점에 해당한다. 나프타는 석유화학 공정을 거치며 에틸렌과 프로필렌 등 기초유분으로 분해되고 이 물질들은 다시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P) 등 각종 플라스틱 수지로 가공된다. 쓰레기종량제봉투는 이 가운데 폴리에틸렌(PE)을 주원료로 만들어진다. 이 때문에 중동 지역의 원유·나프타 공급 불안은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결국 종량제봉투 제조 원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국내 석유화학 산업은 규모가 크지만 워낙 나프타 수요가 많아 원유 정제뿐만 아니라 나프타를 직접 수입한다”며 “특히 호르무즈해협을 통해 약 54%가 수입되는 탓에 서산 대산석유화학단지의 가동률을 70% 밑으로 떨어뜨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제 나프타 가격은 톤당 600달러대에서 최근 1100달러대까지 상승했다.
그럼에도 종량제봉투의 경우 수급에는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충청권 지자체들에 따르면 대전시의 경우 약 1년치 재고를 확보하고 있으며 충남 천안시는 공급기관인 천안도시공사에 약 5개월치 물량이 비축돼 있다. 현재 확보된 재고와 유통 물량을 고려할 때 당장 공급난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게 지자체들의 설명이다.
하지만 사재기 현상은 이어지고 있다. 대전 유성구의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원유와 나프타 공급난 보도가 쏟아지면서 평소보다 많은 양을 구매하려는 시민들이 늘었다”며 “일부 매장에서는 구매 수량을 제한하고 있는데 이는 공급 부족이 아니라 특정 고객이 물량을 과도하게 사들이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라고 전했다.
사재기 배경에는 가격 인상 우려도 작용하고 있다. 세종시에 거주하는 송 모(37·여) 씨는 “페인트 가격도 40% 인상됐다고 들었다. 봉투 가격도 결국 오를 것이라는 불안감이 있다”며 “미리 사두려는 급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나 종량제봉투는 지자체가 관리하는 공공요금이라 수요에 따라 가격이 변동되진 않는다. 봉투 제조업계 관계자는 “조례로 가격을 정하고 있어 인상하려면 의회를 통한 조례 개정이 필요하다. 지자체가 독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며 “주민 물가 부담까지 고려해야 하는 만큼 실제 가격 인상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전의 한 행정학 교수도 “종량제봉투 수급에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행정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이 많다”며 “일반 봉투를 활용한 배출 허용이나 거점 수거, 무상 회수 등의 방식도 가능하다. 사재기를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정은한 기자 padeuk@gg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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