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스라엘, 이란 사이의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면서 국제 유가와 석유화학 원료 수급에 대한 불안감이 생활 물자 사재기로 이어지는 현상이 국내에서 감지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눈에 띄는 것이 '쓰레기 종량제 봉투'다.
비닐 소재로 제작되는 종량제 봉투가 원료 수급 불안으로 구하기 어려워지거나 가격이 급등할 수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일부 지역 편의점과 마트에서 한꺼번에 수십 장씩 봉투를 사 가는 이들이 늘고 있다. 물량이 일시적으로 동나는 상황까지 발생하고 있으며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우리 동네 마트에 봉투가 없다"는 글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전국 주요 도시가 확보한 재고량, 수개월에서 1년치까지 두루 넉넉한 수량
전국 주요 도시의 종량제 봉투 비축 현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현재 사재기가 얼마나 근거 없는 행동인지 수치로 확인할 수 있다.
서울특별시는 현재 약 4개월치에 해당하는 물량을 창고에 보관 중이며 인천광역시는 약 200일 동안 시민들에게 공급할 수 있는 분량을 확보하고 있다. 대전광역시는 이미 1년치 물량을 제작 완료했거나 현재 제작이 진행 중인 상태다.
대구광역시는 구별로 차이가 있지만 최소 3개월에서 최대 1년치 재고를 각 구에서 관리하고 있다. 부산광역시는 약 350일치에 달하는 물량을 확보해 전국에서 가장 넉넉한 비축량을 보유한 곳 중 하나로 꼽힌다. 울산광역시와 광주광역시 역시 각각 2개월과 3~4개월치 물량을 상시 관리하고 있으며 제주도는 원료 기준으로 최소 3개월분 이상의 재고를 갖추고 있다.
일부 시민들은 2~3개월치 재고가 부족한 것이 아니냐며 우려를 나타내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행정 현장에서 평소에도 유지하는 지극히 정상적인 안전 재고 수준이다.
조례 개정 없이는 봉투 가격 올리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구조
종량제 봉투 값이 오를까 봐 미리 사두겠다는 심리도 제도적으로 들여다보면 설득력이 없다. 종량제 봉투 가격은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되는 일반 상품이 아니라 각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명확히 정해진 공공 서비스 비용이다. 석유화학제품 원가가 아무리 급등하더라도 그것을 소비자 가격에 반영하려면 반드시 조례 개정 절차를 거쳐야 한다.
봉투 가격 안에는 단순히 비닐을 만드는 제작비만 포함된 것이 아니라는 점도 중요하다. 쓰레기 수집, 운반, 최종 처리에 이르는 전 과정의 비용이 함께 녹아들어 있다. 지자체 입장에서는 물가가 오른 상황에서 봉투값까지 올리는 결정을 내리는 것이 정치적으로도 행정적으로도 부담이 크다. 현재 대다수 지자체는 이번 원료 수급 불안이 소비자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설명하고 있다.
봉투 못 구해도 쓰레기 배출은 가능하고 중고 되팔기는 범칙금 대상
최악의 상황을 상정해 종량제 봉투 공급이 일시적으로 중단된다 하더라도 쓰레기를 집 안에 쌓아두는 상황은 벌어지지 않는다. 종량제 봉투는 쓰레기 배출량을 행정적으로 관리하고 비용을 징수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지 쓰레기 처리 체계 그 자체가 아니기 때문이다. 비상시에는 일반 비닐봉투에 쓰레기를 담아 배출한 뒤 나중에 비용을 정산하거나 지자체가 별도 표식이 없는 무지 봉투를 긴급 배부해 수거하는 방식이 준비되어 있다.
반면 지금 당장 경계해야 할 것은 봉투 부족 자체가 아니라 불법 재판매다. 현재 일부 중고 거래 플랫폼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종량제 봉투를 웃돈을 얹어 되팔려는 시도가 포착되고 있다. 이는 폐기물관리법에 따라 엄격히 금지된 행위다. 지정된 판매소 이외의 장소에서 종량제 봉투를 판매하거나 재판매할 경우 최대 3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사재기보다 중요한 건 ‘지금 쓰는 습관’ 관리
가정에서 당장 실천할 수 있는 방법도 구체적이다. 지금 보유한 봉투를 먼저 소진하고 추가 구매는 실제로 필요한 시점에 필요한 수량만큼만 하면 된다. 재활용 분리배출을 꼼꼼히 해서 종량제 봉투에 담기는 쓰레기 양 자체를 줄이는 것도 실질적인 대응이다.
Copyright ⓒ 위키푸디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