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손성은 기자] 하나금융그룹이 오는 9월 30일 인천 청라국제도시로 이전하며 ‘명동 시대’에 마침표를 찍는다. 김승유 전 회장 시절 구상된 청라 이전 전략은 김정태 전 회장을 거쳐 단계적으로 실행됐고, 함영주 회장 체제에서 마무리 단계에 진입했다. 약 20년에 가까운 기간에 걸쳐 추진된 ‘청라 프로젝트’가 마무리 국면에 들어서면서 금융지주의 의사결정 중심과 조직 운영 축이 서울을 벗어나는 이례적 장면이 현실화됐다. 입지 선정부터 실행 과정까지 적잖은 변수가 발생했음에도, 일관된 전략을 바탕으로 결실을 앞둔 하나금융은 금융권에 화두를 던졌다.
◇스페인 산탄데르 은행 참고…장기간 검토 끝 ‘청라’ 낙점
하나금융그룹은 지난 24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본사 소재지를 청라로 변경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그룹 핵심 의사결정 기능이 명동에서 청라로 이동하며 계열사 간 협업 구조도 재편을 앞두고 있다. 데이터·교육·경영 기능이 결합된 통합 거점 구축 역시 하반기 완성을 앞두고 있다.
청라 이전 구상은 2007년 김승유 전 회장 시절 시작됐다. 스페인 산탄데르 은행이 참고 모델로 거론된다. 산탄데르 은행은 본부와 교육, 지원 기능을 집적한 캠퍼스형 구조를 통해 조직 효율성과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한 사례로 평가된다. 김승유 체제에서 시작된 구상은 이후 경영진 교체에도 불구하고 중단 없이 이어졌다.
이후 복수 후보지를 놓고 장기간 입지 검토가 진행됐다. 고양 일산과 부산 등 다양한 대안이 거론된 가운데 최종 선택지는 청라국제도시로 정해졌다. 인천시는 공항 접근성과 경제자유구역 인프라를 앞세워 적극적인 유치에 나섰고, 하나금융은 글로벌 사업 확장과 인재 확보 측면에서 경쟁력을 높게 평가했다.
다만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청라 입지를 둘러싸고 적지 않은 논쟁이 이어졌다. 교통 접근성과 생활 인프라 부족, 수도권 매립지 인근 환경 문제 등이 꾸준히 제기됐다. 핵심 인력 이탈과 조직 안정성 저하 우려가 제기됐고, 이전 계획 자체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았다. 그럼에도 하나금융은 장기적인 확장성과 공항 접근성을 고려해 전략을 유지했다.
◇김승유·김정태·함영주 걸친 장기 프로젝트…지연 속 완성 단계
청라 프로젝트는 단기간에 추진되지 않았다. 김정태 전 회장 재임 시기 동안 핵심 인프라 이전이 본격화되며 실행 단계에 속도가 붙었다.
지난 2017년에는 통합데이터센터를 분당에서 청라로 이전하고 IT 계열사 하나금융티아이를 함께 배치하며 디지털 기반을 이동시켰다. 2019년에는 하나글로벌캠퍼스를 준공해 그룹 내외 임직원 교육과 연수를 담당하는 인재개발 거점을 마련했다.
함영주 회장 체제에서는 본사 이전이 추진되며 프로젝트 완성 단계에 들어섰다. 지배구조와 의사결정 중심 이동까지 이어지며 청라 프로젝트 전반이 마무리 국면에 진입했다.
이 과정에서도 변수는 있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공사 일정이 지연되며 프로젝트 추진 속도 자체가 한때 크게 둔화됐고, 본사 이전 시점 역시 재조정됐다. 청라 헤드쿼터가 2022년에야 착공에 들어가는 등 일정 차질이 불가피했다. 당초 구상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하나금융은 단계적 이전 전략을 유지하며 계획을 수정·보완해 프로젝트를 이어갔다. 세 명의 경영진을 거치며 이어진 장기 구상이 지연과 변수 속에서도 일관되게 추진되며 현실화된 셈이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청라 프로젝트는 의사결정 신속화와 경영 전략 실행력 강화를 목표로 추진됐다”며 “장기간 준비를 거쳐 결실 단계에 진입했다”고 설명했다.
◇서울 중심 질서 흔든다…금융산업 불문율 깨뜨리나
하나금융의 청라 이전은 국내 금융권에 새로운 화두를 던졌다. 그동안 금융지주는 명동과 여의도를 중심으로 형성된 서울 기반 네트워크를 핵심 경쟁력으로 유지해 왔다. KB금융, 신한금융, 우리금융 등 주요 금융지주가 여전히 서울에 본사를 두고 있다는 점도 이 같은 구조를 반영한다.
금융권에는 우려의 시각도 존재한다. 금융당국과 주요 기업 네트워크가 밀집한 서울을 벗어날 경우 정보 접근성과 대외 커뮤니케이션 측면에서 불리해질 수 있어서다. 여기에 핵심 인력 이탈 가능성과 출퇴근 부담 등 현실적 문제를 고려할 때 조직 안정성 측면의 리스크도 존재한다.
그럼에도 하나금융은 이번 이전을 통해 입지 중심 경쟁에서 벗어나 조직 구조와 운영 효율 중심 경쟁 모델을 시험하게 된다. 계열사 기능 집적을 통한 의사결정 속도 개선, 데이터 기반 협업 강화, 글로벌 접근성 확대가 핵심 축이다. 특히 반복된 논쟁과 일정 지연 속에서도 전략을 유지한 점은 이번 이전이 단순한 사옥 이전이 아니라 장기적 방향성에 기반한 선택임을 방증한다.
청라 이전은 20년에 가까운 전략이 실제 조직 운영으로 이어진 사례다. 명동을 떠난 하나금융이 새로운 거점에서 경쟁력을 입증할 경우, 금융산업의 전략 변화를 촉발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하나금융의 청라 이전은 대형 금융지주의 운영 구조 전환 흐름을 가늠할 수 있는 사례”라며 “향후 성과에 따라 금융산업 전반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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