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명절 맞아 탈레반 최고지도자에 호소 편지…UAE도 중재 도와
(자카르타=연합뉴스) 손현규 특파원 = 아프가니스탄에 억류됐던 미국인 언어학자가 1년 2개월 만에 풀려났다.
25일(현지시간) AFP·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아프간 탈레반 정권은 전날 미국인 언어학자인 데니스 코일(64)을 석방했다고 밝혔다.
아프간 외무부는 성명에서 "대법원은 그의 구금 기간이 충분하다고 판단해 석방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코일의 어머니가 최근 아프간 탈레반 최고 지도자인 하이바툴라 아쿤드자다에게 편지를 보내 이슬람 최대 명절인 '이드 알피트르'를 맞아 그를 석방하고 사면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가족들은 "코일이 학술 연구원으로 아프간 지역사회를 지원하기 위한 합법적인 일을 했다"며 "독방과 다름없는 환경에서 화장실 사용조차 허가받아야 했고 적절한 의료 서비스도 받지 못한 채 구금됐다"고 주장했다.
미국 정부 고위 관계자도 그가 지난해 1월 아프간 수도 카불에 있는 자택에서 연행된 뒤 기소도 되지 않은 채 사실상 독방에 감금돼 있었다고 밝혔다.
아프간 당국은 코일이 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으나 구체적으로 어떤 법을 위반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이번 석방 발표는 아미르 칸 무타키 아프간 외무장관, 잘마이 칼릴자드 전 주아프간 미국 대사, 코일 가족 등이 참석한 회의 후 나왔다.
아프간 외무부는 아랍에미리트(UAE)가 코일의 석방을 중재했으며 이번 결정은 인도적 이유와 선의의 표시로 내려졌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조치가 양국의 신뢰 분위기를 더 공고히 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며 "향후 양국이 이해와 건설적 대화로 남은 문제들을 해결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AFP는 코일이 칼릴자드 전 대사와 함께 카불 공항에서 연 짧은 기자회견에서 안도하는 기색을 보였으며 이후 UAE 전세기를 타고 떠났다고 보도했다.
칼릴자드 전 대사는 "(이번 석방은) 매우 긍정적인 진전"이라며 "(아프간) 당국이 훌륭한 결정을 했다"고 말했다.
이후 UAE 외무부도 성명을 내고 코일이 미국으로 귀국하기 위해 UAE에 도착했다고 전했다.
앞서 미국은 이달 초 아프간을 '부당 구금 지원국'으로 지정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당시 미국 국무부는 코일을 비롯해 아프간계 사업가 마무드 하비비 등 미국 국적자 4명이 아프간에 억류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은 코일의 석방을 환영한다면서도 다른 억류자들도 모두 석방하라고 아프간 탈레반 정권에 촉구했다.
그는 "탈레반(정권)의 긍정적 조치지만 아직 해야 할 일이 많다"며 "탈레반은 인질 외교 관행을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무타키 아프간 외무장관은 정치적 목적으로 어느 나라 국민도 구금하지 않았다며 오직 법률을 위반했을 때 조치했고 석방은 사법 절차가 끝난 뒤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이슬람 원리주의 세력인 탈레반은 옛 소련군이 철수한 이후인 1996년부터 2001년까지 아프간에서 처음으로 집권했다.
그러나 미국은 2001년 9·11 테러가 발생하자 배후로 '알카에다'를 지목했고, 우두머리인 오사마 빈라덴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아프간을 공격해 탈레반 정권을 축출했다.
20년 만인 2021년 미군이 철수하자 재집권한 탈레반은 지금도 강경 이슬람 원리주의를 기반으로 통치하고 있다.
son@yna.co.kr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