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제약사들이 이번주 잇따라 주주총회를 열며 이른바 '슈퍼 주총위크'가 시작된다. 제네릭(복제약) 약가 인하 여파로 신사업 확대 움직임이 이어지는 가운데, 일부 기업에서는 경영권 갈등과 지배구조 변화가 주요 이슈로 떠오를 전망이다. 지난 24일 주총 시즌의 문을 연 셀트리온 등의 제약사들은 실적 성장과 주주가치 제고를 중심으로 한 계획을 잇따라 밝혔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제약사들은 이달 31일까지 정기 주주총회를 잇따라 개최한다.
셀트리온과 삼진제약, 부광약품 등은 24일 주총을 열었고, 오는 26일에는 SK바이오팜과 JW중외제약, 한독, 대웅제약, 종근당, GC녹십자, 동아쏘시오홀딩스, 동화약품, 광동제약, 대원제약, 일동제약 등이 일제히 주주총회를 진행한다.
이어 31일에는 보령과 한미약품이 주주총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번 주총 시즌에서는 최근 국회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에 대한 기업들의 대응이 주요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개정안에 따르면 모든 상장사는 신규 취득한 자사주를 1년 이내에 소각해야 하며, 기존 보유 자사주 역시 1년 6개월 이내에 소각해야 한다.
이에 따라 일부 제약사들은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 권익 보호 강화에 나서고 있다. 셀트리온은 정관 개정을 통해 집중투표제 배제 조항을 삭제하고, 사외이사 명칭을 '독립이사'로 변경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이 같은 변화는 대주주의 의사결정 독점을 방지하고 이사회의 감시 기능을 강화해 향후 경영권 분쟁이나 주주 행동주의 펀드의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제약사들의 신사업 확대 움직임도 이번 주총의 주요 안건이다. 최근 제네릭 약가 인하로 수익성 압박이 커지면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대웅제약은 오는 26일 주주총회를 열고 '태양광 발전업'과 '건강기능식품 제조 및 판매업'을 사업 목적에 추가하는 안건을 다룰 예정이다.
대웅제약은 오송공장과 마곡 연구개발센터를 활용해 재생에너지를 직접 생산함으로써 전기요금 인상에 따른 원가 부담을 줄이고,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번 주총 시즌의 최대 관심사는 한미그룹 경영권 갈등이다.
31일 예정된 한미사이언스 주주총회에서는 경영권 분쟁에 다시 불이 붙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창업주 고(故) 임성기 회장의 부인 송영숙 회장과 개인 최대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사이에서 균열 조짐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의 연임 문제를 두고 의견 차이가 드러나면서, 그동안 유지돼 온 이른바 '4자 연합'의 결속이 흔들릴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에 따라 이번 주총에서는 각 세력 간 우호 지분 확보 경쟁이 다시 치열해질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슈퍼 주총위크'가 제약업계의 지배구조 변화와 신사업 전략을 가늠할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정기 주총이 열리는 첫날인 24일 제약사들은 주요 안건이 원안대로 승인되면서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다. 실적 성장과 주주가치 제고가 중점적으로 다뤄졌다.
이날 열린 셀트리온의 주총에서는 서정진 회장이 11년 만에 의장으로 복귀해 대외 환경 변화에 따른 대응 방안을 주주들에게 직접 설명했다.
서 회장은 주주가치 제고와 관련, 올해 세후 이익의 3분의 1을 현금배당 방식으로 환원하고 내년 분기 배당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이번 주총을 통해 회사 보유 자사주 80%를 오는 4월 1일자로 소각하기로 했다.
승계 구도도 뚜렷해졌다. 서 회장은 이날 사내이사로 재선임된 기우성 대표의 은퇴 이후에는 장남인 서진석 대표가 회사를 이끌 것이라고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국내외에서 대규모 공장 증설에 나설 계획도 공개했다.
송도 본사에 1조2265억원을 투자해 총 18만리터 규모의 4·5공장을 동시에 증설하고, 미국 뉴저지주 공장의 경우, 최대 7000억원을 투자해 7만5000리터로 확대할 방침이다.
2030년쯤 증설이 완료되면 셀트리온의 원료의약품(DS) 생산역량은 기존 31만6000리터에서 57만1000리터로 대폭 늘어난다.
이에 따라 글로벌 생산능력 7위 수준인 현재 역량에서 3위권으로 올라갈 전망이다.
삼진제약은 이날 열린 주총에서 상법 개정에 따른 정관 변경안과 공고·배당절차 개선 관련 정관 변경안, 기타 일부조항 정관 변경안을 모두 특별결의로 가결했다.
이사 선임 안건도 통과됐다. 최지현 사내이사와 조규석 사내이사는 각각 임기 3년으로 재선임됐고, 민경훈 사외이사는 임기 3년으로 신규선임되며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후보자 선임의 건도 가결됐다.
배당은 보통주식 1주당 기말배당금 800원의 현금배당으로 의결됐다. 배당금총액은 101억2622만원이며, 시가배당률은 보통주식 3.9%로 공시됐다.
부광약품은 이날 주총에서 실적 성장과 혁신을 통해 '2030년 국내 제약업계 매출 상위 20위 내 진입'이라는 목표를 밝혔다.
지난해 창사 이래 최초 매출 2000억원을 달성한 만큼, 향후 생산능력 확대와 전략 품목 성장, 연구개발(R&D) 혁신, 재무 건전성 강화라는 네 가지 축을 기반으로 성장하겠다는 포부를 공개했다.
특히 한국유니온제약과의 시너지 창출을 통해 콘테라파마를 필두로 파킨슨병 신약 등 R&D 노력을 적극 추진할 방침을 전했다.
또한 주주들은 배당소득 분리과세에 따른 세제 혜택을 보게 됐다. 이번 주총에서 주당 75원의 배당 결정과 지난해 11월 실시한 주당 50원의 중간배당까지 합해, 지난 사업연도 당기순이익 126억원의 98%(배당 성향)에 해당하는 123억원을 배당하면서 고배당기업 요건을 충족했다.
제일약품과 제일파마홀딩스는 이번 주총에서 자금조달 및 자기주식 보유·처분 관련 근거를 명확히 하고 최근 상법 개정사항을 반영하는 한편, 배당 절차 개선 등을 포함한 정관 변경을 통해 자본 정책 및 운영의 유연성을 높이고 주주친화적인 제도 기반을 강화했다.
제일약품은 성석제 이사와 한상철 이사가 재선임되고, 김성훈 사외이사가 신규 선임된 동시에 감사위원으로도 선임됐다. 아울러 김왕성 사외이사는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로 재선임됐다.
제일약품은 자사 제품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으로 마련한 질적 성장 기반을 토대로, 향후 자체 신약 '자큐보'를 중심으로 한 처방 확대와 차세대 이중기전 제2형 당뇨병 치료제 JP-2266 등 연구개발 파이프라인을 통해 중장기 성장 기반을 강화해 나갈 방침을 밝혔다.
제일약품의 지주사인 제일파마홀딩스 주총에서는 문봉희 이사와 이주현 이사가 재선임되고 민경률 이사가 신규 선임됐다. 또한 전승배 사외이사가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으로 재선임됐다.
이와 함께 보통주 1주당 70원의 현금배당도 승인됐다.
김현정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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