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혐의로 필리핀에 수감돼 있던 이른바 국제 '마약왕' 박왕열(닉네임 전세계)이 25일 한국으로 전격 송환됐다. 지난 3일 이재명 대통령이 한·필리핀 정상회담에서 인도를 요청한 지 약 3주 만이다.
법무부 등에 따르면 박왕열을 태운 아시아나 OZ708편은 필라핀 클라크필드를 출발해 이날 오전 6시 34분께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민항기 안에는 다른 승객들도 탑승했다. 이에 호송팀이 민간 비행기에서의 난동, 탈출 시도 등의 만일의 상황을 대비했다. 남색 야구 모자에 회색 카디건을 입은 박왕열은 오전 7시 17분께 출국장을 빠져나갔다.
강유정 청와대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정부는 오늘 새벽 필리핀에 수감 중인 마약왕 '전세계'를 국내로 송환했다"며 "해외에 숨어있는 범죄자라도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는 일"이라고 밝혔다.
앞서 이 대통령은 3일 필리핀 국빈 방문 당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임시 인도를 요청했다. 이후 논의는 급물살을 탔고 약 3주 만에 송환이 성사됐다.
박왕열은 2016년 필리핀에서 한국인 3명을 살해한 핵심 인물이다. 국내에서 150억원대의 유사수신 범행을 하다 필리핀으로 도주한 한국인 3명을 필리핀 바콜로시의 한 사탕수수밭에서 총으로 쏴 살해했다. 범행 후에는 살해된 이들에게 받았던 카지노 투자금 7억2000만원을 빼돌렸다.
이후 박왕열은 징역 60년을 선고받아 필리핀 교도소에 수감 중이었는데도 휴대전화를 사용해 외부와 접촉하는 등 호화 교도소 생활을 한다는 논란이 계속됐다. 또 텔레그램 등을 통해 국내에 마약을 대규모 유통하다 적발되는 등의 문제가 지속됐다.
이에 정부는 박왕열의 마약 등 범행을 방치할 수 없고, 외국에서 우리 국민을 대상으로 한 마약 범죄가 지속될 우려가 있어 신속한 송환을 추진해 왔다.
강 대변인은 "여러 차례의 외교·사법적인 노력에도 9년 넘게 난항을 겪었으나, 초국가범죄 근절을 위한 이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와 외교적 노력이 더해져 결실을 보게 됐다"고 설명했다.
법무부와 경찰청 등으로 구성된 '초국가범죄 특별대응 TF'는 박왕열의 신병을 넘겨 받고 사법 처리 절차에 즉시 착수할 계획이다.
TF 관계자는 "박왕열이 국내외 공범 등을 통해 필리핀에서 한국으로 마약을 밀수입·유통·판매하는 등의 혐의에 대해 철저히 수사해 박왕열이 가담한 마약 유통 조직의 실체를 규명할 것"이라며 "취득 범죄수익도 철저히 추적·환수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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