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들] 대통령의 다주택자 배제 논란 "문제는 합리적 의심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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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들] 대통령의 다주택자 배제 논란 "문제는 합리적 의심이야"

연합뉴스 2026-03-25 07:30:0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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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구 반포 1개동 지하철역이 은평·서대문의 절반

건설 관료들의 부패 증거 없지만 국민 불신이 문제

다주택 공직자 배제, 정책 도덕성 세우는 계기 되길

이재명 대통령, 국무회의 '다주택' 발언 이재명 대통령, 국무회의 '다주택' 발언

(서울=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3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다주택'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2026.2.3
superdoo82@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재현 선임기자 = 부동산 시장에는 "아파트값은 전철을 먹고 자란다"는 말이 있다. 이 격언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곳이 강남이다. 서울 지하철 노선도를 펼쳐보면 강남은 뉴욕 맨해튼 못지않게 역이 바둑판처럼 촘촘하다. 서초구 반포동만 해도 한 동네에 8개 역이 들어서 있고, 복수 노선이 교차하는 환승역까지 세면 노선 수는 그 이상이다. 그중 구반포역과 사평역 등 몇 개 역은 낮에도 한산해 음산함마저 감돈다.

반면 서울 서북권 관문인 은평·서대문구의 전철역은 다 합쳐봐야 20여 개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선거철 단골 공약인 서부선 경전철은 20년 가까이 표류 중이다. 강남·서초구가 50개에 육박하는 역을 두며 넉넉한 주민들에게 풍요로운 교통 환경을 누리게 하는 사이, 금관구(금천·관악·구로)와 노도강(노원·도봉·강북) 등 교통 소외 지역 주민들은 오늘도 출퇴근 전쟁을 치르고 있다.

여기서 국민의 합리적 의심이 시작된다. 이용객이 뜸한 초고가 아파트촌에 왜 정부는 이토록 많은 역을 놔줬는가, 혹 그것은 교통망을 설계하는 경제 관료들이 강남에 터를 잡고 살기 때문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다. "벤츠가 주민차"라는 서초구에는 '유령역'까지 만들어주면서, 교통 복지가 절실한 강북 인구밀집지엔 '경제성(B/C)'이라는 숫자 논리를 들이대며 외면하는 현실은, 공공 인프라가 강남에 몰려 사는 엘리트들의 사적 전유물로 전락했다는 의혹을 낳는다.

사실 '관료가 지하철로 재미 본다'는 주장은 적어도 현 시점에선 팩트가 아니다. 강남의 촘촘한 역 간 거리는 실제 통행량과 역세권 반경 기준으로 볼 때 도시공학적으로 정상 범위 안에 있다. 지하철 노선 결정은 수년간의 예비타당성 조사와 공청회를 거치는 복잡한 과정이다. 특정 관료가 사익을 위해 노선을 비틀었다는 부패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강남의 지하철 밀집 현상은 효율성을 앞세운 국가 시스템이 낳은 구조적 결과로 보는 게 타당하다.

"왜 이런 곳에 전철을~" 썰렁한 구반포역 "왜 이런 곳에 전철을~" 썰렁한 구반포역

[사진 온라인 캡처]

문제는 신뢰다. 정책 결정권을 쥔 고위 관료 상당수가 강남에 살며 다주택자라는 사실 자체가 정책의 공정성을 흔든다. 자신의 자산 가치에 직결되는 노선을 긋고 세금을 매기는 주체가 바로 그 수혜자라면, 아무리 객관적 수치를 내밀어도 국민은 수긍하기 어렵다. 더욱이 강남 주택 가격이 뉴욕과 맞먹으며 세계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다. 관료에게 정책 부패의 증거가 없다는 해명만으로는 무너진 신뢰를 되돌릴 수 없게 된 상황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부동산 정책 논의 및 수립 과정에서 다주택자와 부동산 과다 보유 공직자를 배제하라고 지시한 것은 바로 이런 현실에 대한 응답으로 보인다. 공적 권한과 사적 이해를 분리해 정책의 도덕적 근간을 세우지 않고선 백약이 무효라는 판단이 그 배경에 있다는 얘기다.

정책은 신뢰를 먹고 산다. 숫자로 무장한 경제 논리보다 중요한 것은 그 논리를 집행하는 공복들의 손이 깨끗하다는 믿음이다. 이번 다주택 공직자 배제 조치가 정치인과 관료에 대한 국민의 뿌리깊은 불신을 해소하고 부동산 시장을 정상화하는 개혁의 출발점이 되길 기대한다.

j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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