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범, 고려아연 경영권 수성…‘승자 없는 접전’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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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범, 고려아연 경영권 수성…‘승자 없는 접전’ 이어간다

투데이신문 2026-03-24 19:49:2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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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제52기 정기 주주총회가 24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개최됐다. ⓒ투데이신문
고려아연 제52기 정기 주주총회가 24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개최됐다.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전효재 기자】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이 경영권을 지켰다. 고려아연의 뜻대로 주주총회에서 선임할 이사의 수가 5인으로 확정됐고, 주주들도 최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안을 가결하며 손을 들어줬다. 영풍·MBK파트너스 연합과 표 대결에서 최 회장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세력 조정이 이뤄졌지만, 상대측도 이사회 내 영향력을 확대하며 승자 없는 접전을 이어가게 됐다. 

24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고려아연 제52기 정기 주주총회의 핵심은 경영권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이사회 구도 재편이었다. 기존 이사회는 최 회장 측 11명, 영풍·MBK 측 4명으로 구성돼 있었다. 이사 6명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최 회장 측은 5명 선임안을, 영풍·MBK 측은 6명 선임안을 제안하며 격돌했다.

표 대결은 최 회장의 판정승으로 마무리됐다. 5인 선임안이 더 많은 찬성표를 얻으며 최종 가결됐다. 이에 따라 이사회도 9대 5 구도로 재편됐다. 크루서블JV가 추천한 월터 필드 맥라렌, 이사회가 추천한 최 회장과 황덕남 이사회 의장, 영풍·MBK 추천인 최병일 MBK 파트너, 법무법인 민주의 이선숙 변호사 등 5인이 다득표순으로 선임됐다. 최 회장은 이사회 과반을 유지하며 경영권을 지켰고, 영풍·MBK 측도 기존 4명에서 5명으로 늘어나 이사회 내 발언권을 확대했다. 

이날 정관 변경 안건은 대부분 무산됐다. 소수주주 보호 명문화, 전자주주총회 도입 등은 가결됐지만, 양측이 경영권 견제나 방어 수단으로 제안한 안건은 줄줄이 부결됐다. 3% 안팎의 박빙 지분율 싸움을 벌이는 구조에서 한쪽이 반대하면 출석 주주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한 특별결의 통과가 어렵기 때문이다. 

영풍·MBK 측은 신주 발행 시 충실의무 도입, 집행임원제 도입 등을 제안했지만 최종 부결됐다. 한 주주는 “영풍·MBK는 주주가치 제고와 거버넌스 개선을 내세우고 있지만 홈플러스의 사례를 봤을 때 의문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며 “영풍·MBK는 신주 발행 시 충실의무 도입과 집행임원제 등을 반복적으로 상정하고 있고, 이는 주주의 의사가 존중받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감사위원 확대 건에서는 최 회장이 고배를 마셨다. 고려아연은 분리선출 감사위원을 1명에서 2명으로 늘리는 안건을 제안했으나 영풍·MBK의 반대에 부딪혀 부결됐다. 상법 개정 시행으로 오는 9월부터 분리선출 감사위원을 2명으로 확대해야 하는 상황에서 고려아연은 선제적으로 이를 도입하자는 입장이었다. 반면 영풍·MBK는 1명 유지 입장을 고수했다. 

MBK 측 대리인은 “상법 개정 시행일에 앞서 회사가 분리선출 감사위원을 확대하려는 것은 곧 임기가 만료되는 이민우 후보를 감사로 선임하려는 시도로 보인다”며 “이민우 이사는 감사위원으로 재직하는 동안 원아시아 펀드, 이그니오 홀딩스 인수 당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인물로 국민연금 등도 선임에 반대한 후보다”라고 주장했다. 

고려아연 노조가 주주총회장 인근에서 MBK파트너스와 영풍을 비판하는 시위를 벌였다. ⓒ투데이신문
고려아연 노조가 주주총회장 인근에서 MBK파트너스와 영풍을 비판하는 시위를 벌였다. ⓒ투데이신문

이날 주총장 안팎은 이른 시간부터 긴장감이 감돌았다. 호텔 본관 로비와 주총이 열리는 2층에 경호 인력이 대거 배치돼 외부인 출입을 엄격히 통제했다. 울산 온산제련소에서 상경한 고려아연 노조도 곳곳에서 ‘약탈적·무책임 경영으로 홈플러스를 망친 MBK에게 국가기간산업을 맡기시겠습니까?’라는 등 강경한 문구가 쓰인 피켓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양측의 견제가 첨예한 탓에 주총도 시작부터 파행됐다. 당초 이날 오전 9시부터 개회할 예정이었으나 소수 주주로부터 받은 의결권 위임장 중복 여부를 두고 양측이 충돌했다. 확인 절차가 길어지며 오전 10시쯤 입장이 시작됐고, 결국 3시간 늦은 낮 12시 4분경 개회가 선언됐다. 

경영권 분쟁 기업은 의결권 산정 방식이 복잡하다. 일반적인 주총과 달리 전자투표, 현장투표, 서면 위임장이 대규모로 혼재돼 이를 정확히 합산하기 어렵다. 특히 양측이 동일한 주주로부터 중복으로 위임장을 받으면 이를 검증하는 과정에서 실무적인 지연이 발생한다. 아침부터 줄을 서서 기다리던 주주들은 “2시간 넘게 기다렸는데 언제까지 확인하냐”, “책임자가 누구냐”며 회사 측에 항의했다. 현장에 나와 있던 고려아연 관계자들은 주주들을 안내하느라 진땀을 뺐다. 

주주에게 설명하는 고려아연 관계자. ⓒ투데이신문
주주에게 설명하는 고려아연 관계자. ⓒ투데이신문

개회 이후에는 또 다른 전장이 펼쳐졌다. 의장을 맡은 고려아연 박기덕 대표이사가 영풍이 가진 고려아연 주식 10주의 의결권 제한을 선언하면서다. 자회사인 선메탈홀딩스(SMH)가 영풍 지분 10.03%를 보유하고 있어 상법 제369조 제3항에 따라 의결권이 제한된다는 게 박 대표의 설명이었다. 

영풍 측 대리인은 즉각 반발했다. 외국 회사인 SMH는 상법상 주식회사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논리다. 대리인은 “외국 회사를 자회사로 끌어들여 의결권을 제한하는 것은 명백한 위법”이라고 주장했다. 박 대표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서울지방법원과 서울고등법원이 지난해 정기 주총 관련 가처분 사건에서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것이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명시했다”며 기존 판결을 방패로 내세웠다. 

대기업의 경영권 분쟁에서 고작 ‘10주’를 가지고 날을 세우는 것이 의아할 수 있지만, 영풍 측이 격렬하게 항의하는 데는 치밀한 법적 셈법이 숨어 있다. 10주의 표결권이 아쉬워서가 아니라 ‘고려아연의 경영권 방어 논리는 위법하다’라는 명분을 쌓기 위함이다. 

고려아연은 지난해 주총에서 SMH의 상호주 규제를 통해 영풍이 보유한 고려아연 주식 526만여 주의 의결권 전체를 제한하며 승기를 잡았다. 영풍은 고려아연 지분 대부분을 자회사 YPC로 넘겨버리며 직접적인 상호주 관계를 해소했다. 이번에 의결권이 제한된 것은 영풍이 상징적인 의미로 남겨둔 10주다. 영풍 입장에서는 ‘해외 법인을 이용한 의결권 제한이 상법 위반이자 무효’라고 현장에서 강력하게 항의하며 기록을 남겨야 앞으로 벌어질 법정 다툼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 고려아연의 방어 논리를 공격하기 위한 무기인 셈이다. 

최 회장이 경영권을 수성했지만 앞으로의 과제도 많다. 우선 낮은 지분율을 극복하기 위해 만든 백기사 진영이 이전처럼 단단하지 않다. 일례로 국민연금은 이사회 구성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았고, 올해 경영권 방어에 결정적 역할을 한 크루서블JV는 미국의 이익을 최우선 목적으로 참여하기로 한 만큼 경영권 분쟁엔 관심이 없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고려아연 지분을 보유한 한화와 LG화학, 현대차그룹 등 국내 기업은 지속된 분쟁으로 부담을 느끼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주총에서도 기권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려아연 박기덕 대표이사. [사진=고려아연]
고려아연 박기덕 대표이사. [사진=고려아연]

양측의 법적 공방도 예고됐다. 영풍·MBK 측은 고려아연이 외국인·기관투자자 사전 전자투표 표결을 처리한 방식을 문제 삼았다. 집중투표제는 선임할 이사 수만큼 의결권이 배수로 부여되는 구조다. 일부 해외 기관투자자가 특정 후보에 대해서만 의결권을 행사할 경우 미행사 표가 발생하며, 이를 인정할지 재배분할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 

예를 들어 100주를 보유한 주주가 이사 5명 선임 투표에서 특정 후보 한 명에게만 100표를 행사할 경우 실제 행사된 의결권만 인정하고 나머지는 행사되지 않은 표로 처리한다. 고려아연은 이번 주총에서 미행사 의결권까지 포함해 찬성 의사를 반영하는 ‘프로라타’ 방식을 적용했다. 박 대표는 “외국인 표결시스템이 집중투표를 지원하지 못해 발생한 시스템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영풍·MBK 측은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로부터 받은 사전 전자투표 결과라도 알려달라고 요구했으나, 박 대표는 이를 거절했다. 표결 검사인에게 모든 자료를 제출할 계획인 만큼 객관성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영풍 관계자는 “고려아연은 지난해 미행사된 의결권을 별도 재분배하지 않았다”며 “기존 기준을 뒤집어 결과에 직접 영향을 미치려는 의도”라고 주장했다. 

양측은 법정에서 시비를 가릴 것으로 전망된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외부전문가 자문과 법률 검토를 거쳐 객관적으로 표결을 운영하고 있다”며 “영풍·MBK의 주장은 자의적 해석일 뿐, 표결 검사인에게 조정한 수치와 조정 전 수치를 전부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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