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5명 선임 놓고 표 대결…고려아연 측 3명·MBK 영풍 측 2명 선임
MBK·영풍 측 이사 4명→5명 '증가'…이사회 구성 '11:4'→'9:5' 재편
장내 신경전도…"MBK, 주주가치 제고 의문" vs "최회장 독단 운영 견제해야"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김태종 기자 = MBK파트너스와 영풍의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 시도가 1년 반 넘게 이어지는 가운데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24일 주주총회에서 이사회 과반 수성에 성공하며 경영권을 지켜냈다.
◇ 이사회 구성 '11:4'→'9:5' 재편…"고려아연 측 지지세 확인"
고려아연은 이날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제52기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전체 7개 의안, 총 36건의 세부 안건을 의결했다.
주총은 당초 오전 9시 개최 예정이었으나 지분율이 비슷한 양측이 중복 위임장 분류 등 의결권 위임 상황을 일일이 확인하고 결과를 협의하는 데 시간이 걸리면서 정오가 지나 개회했다.
주총 핵심 안건은 경영권 행사 기구인 이사회의 구성을 좌우하는 이사 선임 안건이었다.
15명의 이사로 이뤄진 고려아연 이사회는 최 회장 측 추천 이사 11명, MBK·영풍 측 이사 4명으로 구성돼있었다.
이날 주총에서는 임기가 만료되는 이사 6명(최 회장 측 5명·MBK 측 1명) 자리를 놓고 양측 간 표 대결이 이뤄졌다.
고려아연은 개정 상법에 따라 2인의 감사위원을 분리 선출하기 위해 이사 5명을 선출하고, 나머지 1명 자리는 남겨두고 추후 선임하자며 '5인 선임안'을 제안했다. 이에 맞서 MBK·영풍은 신규 이사 6인을 일괄 선임하자고 제안했다.
표 대결 결과 '5인 선임안'(참석주주 대비 찬성률 62.98%)과 '6인 선임안'(52.21%)이 모두 과반 득표에 성공했으나 다(多)득표 원칙에 따라 '5인 선임안'이 채택됐다.
이어진 투표에서는 고려아연 측이 추천한 후보 가운데 3명이, MBK·영풍 측 후보 2명이 각각 이사로 선임됐다.
이에 따라 고려아연 측과 MBK·영풍 측의 이사 수는 현재 '11대 4'에서 '9대 5'로 재편된다.
다득표로 선임된 5명 순위는 1∼3위가 고려아연 추천 후보, 4∼5위가 MBK·영풍 추천 후보로 나타났다.
고려아연 측 추천 후보 중에서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사내이사로 재선임됐고, 현재 고려아연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황덕남 변호사가 사외이사로 재선임됐다. 크루서블JV가 제안한 월터 필드 맥랠런 원스파월드홀딩스 이사는 비상무이사로 신규 선임됐다.
MBK·영풍 측이 추천한 후보 중에서는 최연석 MBK 전무가 기타비상무이사로, 이선숙 법무법인 민주 변호사가 사외이사로 각각 신규 선임돼 이사회 진입에 성공했다.
현재 고려아연 지분 구조는 최 회장 측이 우호 지분을 포함해 37.9%, MBK·영풍 측 41.1%, 국민연금 5.2%, 현대차그룹 5% 등으로 이뤄진 것으로 추산된다. 최 회장 측 지분은 17.7% 수준이지만, 크루셔블JV(10.6%)와 LG화학(1.9%), 한화그룹(7.7%) 등을 우호 지분으로 분류한 것이다.
주총 결과 고려아연 이사회에서 MBK·영풍 측 이사는 현재 4명에서 5명으로, 비중은 26.7%에서 35.7%로 높아졌다. 이에 따라 이사회 내 MBK·영풍 측 발언권이 강화되면서 이사회 내 갈등이 심화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번 주총에서는 고려아연 측이 제안한 전자주총 도입안, 감사위원 선임 및 운영안 등이 통과됐다.
MBK·영풍 측 주주제안 가운데 발행주식 액면분할안, 집행임원제 도입안, 주총 의장 변경안 등이 부결됐지만, 이사회 소집 시기를 '1일 전'에서 '3일 전'으로 수정하는 내용의 변경안은 통과됐다.
감사위원회 위원으로는 현 사외이사인 김보영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가 선임됐다.
◇ 주총장 신경전…"MBK M&A 취지 의문" vs "최회장 독단적 운영 견제해야"
주총장에서는 양측 간 비방·신경전도 벌어졌다.
한 주주는 "MBK와 영풍이 고려아연에 적대적 M&A를 시작한 지 벌써 1년이 넘었다"며 "주주가치 제고와 거버넌스 개선을 내세웠는데 지금 이들이 경영하는 롯데카드나 홈플러스를 봤을 때 과연 이게 이뤄지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영풍 측 대리인은 "영풍은 최대주주로서 수십년간 고려아연과 상호 협력해 자율적인 경영을 존중해 왔으나 최 회장 취임 이후 이사회는 최 회장의 독단적 회사 운영과 회사 재산의 사적 유용 행위를 방임해 왔다"며 "경영진과 차별화된 독립성과 전문성을 갖춘 이사들이 가능한 한 많이 선임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총에 앞서 최 회장의 이사 재선임 여부도 관심을 모았다. 일부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가 최 회장의 이사 선임에 반대 의견을 내고, 국민연금이 이 안건에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집중투표제로 투표가 진행되면서 고려아연 측은 이를 무리 없이 방어해냈다.
시장에서는 작년 말까지도 MBK·영풍이 이번 주총을 통해 이사회 구조를 '9대 6'이나 최대 '8대 7'까지로 좁히며 고려아연 이사회 장악에 한 발 더 다가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고려아연이 미국 정부와 미 테네시주에 비철금속 제련소를 건설하기로 결정하고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지분 10.6%를 합작법인인 크루서블JV에 넘기면서 MBK·영풍 측의 고려아연 이사회 장악 시간표가 늦춰지게 됐다.
MBK 측은 주총 후 보도자료를 내고 "이사회 구도가 재편돼 1·2대 주주 간 격차가 3석까지 좁혀졌다"며 "표면적으로는 최 회장 측이 과반을 유지했지만, 이사회는 견제와 균형이 작동하는 구조로 전환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고려아연 측은 "올해도 주주들의 지지에 힘입어 MBK·영풍의 적대적 M&A 공세를 차단하고, 현 경영진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했다"며 "사상 최대실적 달성 기조를 이어가고 핵심광물 공급망 강화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d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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