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월이 꼬리를 물고 사월을 부른다. 한 분기라는 시간의 뭉치가 통째로 소멸한다. 필자의 어반스케치 교실도 종강 채비다. 버드내를 따라 걷는다. 담장 밖으로 고개를 내민 목련꽃, 새하얀 미선나무와 산수유도 은은히 노랗다.
배냇머리같이 연둣빛 가지 결을 드리운 버드나무, 늦둥이 진달래도 조산을 했고 양지쪽엔 파릇한 새 풀이 돋았다. 계절은 늘 쓰지 못한 편지에 답장이 먼저 오는 것처럼 체감을 앞질러 간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부엌으로부터 마당 가득 달래 향이 피어나던 어머니의 된장국이 그립다.
이틀째 수강생들과 긴 겨울 지난 도토리 농장을 찾았다. 자작나무 선생은 겨우내 불어난 얼굴에 ‘봄이 오다, 봄을 그리다, 봄비가 내리다’란 배너를 내놓고 우리를 맞았다. 목소리도 시냇가 버들가지처럼 물이 올라 활기찼다. 커다란 무쇠 난로는 장작을 태워 비닐하우스 천막 교실은 온난했다. 공주파 선비파는 그림을 그리고 살림꾼들은 전을 부쳤다. 일하고 먹는 밥이 맛있듯 우리는 그림 그리기에 집중했다. 무엇보다 목공에 쓰인 자투리를 이용해 짧은 시구와 컷을 넣으니 새롭고 재밌는 공부가 됐다.
사는 게 늘 공부 같다. ‘칠보산 아래’라는 자작나무 선생의 새 시집은 아직 향기를 잃지 않았다. 올 때마다 비닐 문에 써둔 나의 글은 흙먼지를 덮어쓴 채 흐릿한 세월을 견뎌낸다. 그리움이 얼마나 내려야 다시 시가 흐를까. 허전한 봄날이다. 멀리 떠난 친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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