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5명 선임 놓고 표 대결…고려아연 측 3명·MBK 영풍 측 2명 선임
MBK·영풍 측 이사 4명→5명 '증가'…이사회內 갈등·경영혼란 가중 전망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MBK파트너스와 영풍의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 시도가 1년 반 넘게 이어지는 가운데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24일 주주총회에서 이사회 과반 수성에 성공하며 경영권을 지켜냈다.
5명의 이사 자리를 놓고 벌인 표 대결에서 최 회장 측 추천 후보 3명, MBK·영풍 측 후보 2명이 각각 이사로 선임되면서 이사회 구성이 '11대 4'에서 '9대 5'로 재편돼 기존처럼 최 회장 측 우세가 유지됐다.
다만, MBK·영풍 측 이사 2명이 이사회에 새로 진입해 이사회 내 MBK·영풍 측 발언권이 강화되면서 이사회 내 갈등이 심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고려아연은 이날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제52기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전체 7개 의안, 총 36건의 세부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주총은 당초 오전 9시 개최 예정이었으나 지분율이 비슷한 양측이 중복 위임장 분류 등 의결권 위임 상황을 일일이 확인하고 결과를 협의하는 데 오전 시간을 사용하면서 정오가 지나 개회했다.
이날 주총 핵심 안건은 경영권 행사 기구인 이사회의 구성을 좌우하는 이사 선임 안건이었다.
현재 15명의 이사로 이뤄진 고려아연 이사회는 최 회장 측 추천 이사 11명, MBK·영풍 측 이사 4명으로, 최 회장 측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
이날 주총에서는 임기가 만료되는 이사 6명(최 회장 측 5명·MBK 측 1명) 자리를 놓고 양측 간 표 대결이 이뤄졌다.
고려아연은 개정 상법에 따라 2인의 감사위원을 분리 선출하기 위해 이번 주총에서는 이사 5명을 선출하고, 나머지 1명 자리는 남겨두고 추후 선임하자며 '5인 선임안'을 제안했다. 이에 맞서 MBK·영풍은 신규 이사 6인을 일괄 선임하자고 제안했다.
표 대결 결과 '5인 선임안'(참석주주 대비 찬성률 62.98%)과 '6인 선임안'(52.21%)이 모두 과반 득표에 성공했으나 다(多)득표 원칙에 따라 '5인 선임안'이 채택됐다.
이어진 투표에서는 고려아연 측이 추천한 후보 가운데 3명이, MBK·영풍 측 후보 2명이 각각 이사로 선임됐다.
이에 따라 고려아연 측과 MBK·영풍 측의 이사 수는 현재 '11대 4'에서 '9대 5'로 재편된다.
고려아연 측 추천 후보 중에서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사내이사로 재선임됐고, 현재 고려아연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황덕남 변호사가 사외이사로 재선임됐다. 크루서블JV가 제안한 월터 필드 맥랠런 원스파월드홀딩스 이사는 비상무이사로 신규 선임됐다.
MBK·영풍 측이 추천한 후보 중에서는 최연석 MBK 전무가 기타비상무이사로, 이선숙 법무법인 민주 변호사가 사외이사로 각각 신규 선임돼 이사회 진입에 성공했다.
현재 고려아연 지분 구조는 최 회장 측이 우호 지분을 포함해 37.9%, MBK·영풍 측 41.1%, 국민연금 5.2%, 현대차그룹 5% 등으로 이뤄진 것으로 추산된다. 최 회장 측 지분은 17.7% 수준이지만, 크루셔블JV(10.6%)와 LG화학(1.9%), 한화그룹(7.7%) 등을 우호 지분으로 분류한 것이다.
이날 주총 결과 고려아연 이사회에서 MBK·영풍 측 이사는 현재 4명에서 5명으로, 비중은 26.7%에서 35.7%로 높아졌다. 이에 따라 이사회 내 MBK·영풍 측 발언권이 강화되면서 이사회 내 갈등이 심화하며 경영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편, 이날 주총에 앞서 최 회장의 이사 재선임 여부도 관심을 모았다. 일부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가 최 회장의 이사 선임에 반대 의견을 내고, 국민연금이 이 안건에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집중투표제로 투표가 진행되면서 고려아연 측은 이를 무리 없이 방어해냈다.
집중투표제는 선임하려는 이사의 수만큼 의결권을 주주에게 부여하고 원하는 후보에게 몰아주는 방식으로 투표할 수 있게 한 제도로, 고려아연은 최 회장의 이사 자격 유지를 위해 표를 몰아준 것으로 분석된다.
시장에서는 작년 말까지도 MBK·영풍이 이번 주총을 통해 이사회 구조를 '9대 6'이나 최대 '8대 7'까지로 좁히며 고려아연 이사회 장악에 한 발 더 다가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고려아연이 미국 정부와 미 테네시주에 비철금속 제련소를 건설하기로 결정하고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지분 10.6%를 합작법인인 크루서블JV에 넘기면서 MBK·영풍 측의 고려아연 이사회 장악 시간표가 늦춰지게 됐다.
d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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