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중동 지역 전쟁 장기화로 원유 수급 불안이 커지면서 자원안보 위기경보가 ‘관심’에서 ‘주의’ 단계로 상향된 가운데, 정부는 수요 절감 대책의 일환으로 ‘차량 5부제(요일제)’ 시행 방침을 내놨다. 공공부문에는 의무 적용하고 민간에는 자율 참여를 권고할 계획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 김성환 장관은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에너지절약 등대 응계획’을 보고했다.
정부는 중동 정세 장기화로 에너지 수급 불확실성이 확대되자 지난 5일 원유·천연가스 분야 자원안보 위기경보를 ‘관심’ 단계로 발령한 데 이어 지난 18일에는 원유 부문 경보를 ‘주의’ 단계로 상향 조정했다. 자원안보 위기경보는 ‘관심·주의·경계·심각’의 4단계 체계로 운영된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발표한 대응계획에는 △액화천연가스(LNG) 소비 최소화를 위한 전원 믹스 조정 △강도 높은 석유류 절감 및 에너지절약 조치 시행 △재생에너지 및 에너지저장장치 신속 보급 등이 포함됐다.
우선 강도 높은 에너지절약 조치 중 하나로, 오는 25일 0시부터 공공부문에 대한 차량 5부제를 의무화한다.
차량 5부제는 자동차 번호판 끝자리를 기준으로 요일별 운행을 제한하는 방식이다. 월요일에는 끝자리가 1·6인 차량의 운행이 금지되며 화요일은 2·7, 수요일은 3·8, 목요일은 4·9, 금요일은 5·0 차량이 각각 운행할 수 없다.
이에 발맞춰 정부는 공공부문 차량 운행 제한 의무를 한층 강화하고 기후에너지환경부를 중심으로 에너지공단과 함께 점검·단속에 나선다. 이행 점검 과정에서 위반이 확인되면 기관장이 경고 조치를 취하고 4회 이상 반복 적발될 경우에는 중징계 등 엄정한 책임을 묻겠다는 계획이다.
장애인 사용 자동차, 임산부·유아(미취학 아동) 동승 차량, 전기·수소차 등은 ‘차량 5부제’에서 제외된다.
민간은 참여는 자율로 두기로 했다. 다만 원유 수급 차질이 우려되는 ‘경계’ 경보 발령 시에는 의무적으로 참여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또 공공기관, 대기업 등에는 한시적 출퇴근 시간 조정도 독려해 교통 수요를 최대한 분산할 예정이다. 추가로 정부는 ‘경계’ 단계로 격상될 경우 재택근무 권고도 가능할 지에 대해서도 살펴본다.
또한 정부는 석유류 사용량이 많은 상위 50개 업체를 대상으로 에너지 절감 계획을 수립하도록 요청하고 에너지 절감 목표 달성 시 에너지절약시설융자사업 우선 지원 등 혜택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이재명 대통령도 나서 “국민 여러분 협조도 절실하다”며 “공공기관은 차량 5부제 등으로 솔선수범하고 국민들께서도 대중교통 이용과 생활 절전 등 에너지 아껴 쓰기 운동에 동참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차량 5부제는 ‘에너지이용합리화법’에 근거한 조치다. 해당 법 7·8조를 보면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국내외 에너지 상황 변화로 수급에 중대한 차질이 발생했거나 그 우려가 있다고 판단될 시 수급 안정을 위해 에너지 사용 기자재의 소유자나 관리자에게 사용 제한을 명령할 수 있다. 이때 에너지 사용 기자재에는 차량도 포함된다.
이 같은 차량 운행 제한은 과거에도 시행된 바 있다. 1970년대 석유 파동 당시 고급 승용차 운행 금지와 공휴일 운행 제한이 도입됐다. 1991년 걸프전 때는 약 두 달간 전국적으로 차량 10부제가 실시됐다. 민간과 공공을 막론하고 전국 단위에서 차량 부제 운행이 의무화된 사례는 사실상 1991년이 유일하다. 이후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한 차량 요일제는 2006년 시행됐다.
다만 일각에서는 공공부문 중심의 차량 5부제가 실제 에너지 절감으로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공공기관이 이를 준수하지 않더라도 부설 주차장 이용 제한 외에는 별다른 제재가 없을뿐더러 대중교통 여건이 열악한 지역의 경우 지자체장이 판단에 따라 적용을 제외할 수 있어서다.
이외에도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생활 속 에너지 절약 실천을 위한 12가지 국민행동도 적극 홍보할 예정이다. 국민행동은 승용차 5부제 참여하기, 대중교통 이용하기, 적정 실내온도 유지, 낮 시간대 전기차 및 휴대폰 충전하기 등이다.
LNG 소비를 줄이기 위해 전원 믹스도 조정하기로 했다. 미세먼지 영향이 적은 날 미세먼지 계절관리제에 따른 석탄발전 운전 제약(80%)을 완화한다. 이와 더불어 정비 중인 원전 5기를 올해 5월까지 재가동하는 등 원전의 이용률을 현재 73%에서 80% 이상으로 높인다.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3곳의 폐쇄 시기를 미루는 방안도 추진된다.
기후에너지환경부 김성환 장관은 “중동 상황으로 인한 에너지 수급 위기가 엄중한 만큼 정부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다소 불편함이 따르더라도 에너지 안보 강화와 위기 극복을 위해 국민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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