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따른 장애인 거주시설 학대…‘은폐·반복’ 구조 도마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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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른 장애인 거주시설 학대…‘은폐·반복’ 구조 도마 위

투데이신문 2026-03-24 16:28:1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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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전용 보조기구를 잡고 있는 인물 이미지.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장애인 전용 보조기구를 잡고 있는 인물 이미지. [사진제공=게티이미지뱅크]

【투데이신문 박효령 기자】 최근 인천 강화군 색동원 사건을 계기로 장애인 거주시설 내 학대와 인권침해 문제가 다시 사회적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 같은 문제는 구조적으로 반복되면서도 외부에 드러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특성을 보이는데, 이를 두고 현행 제도 전반의 한계에서 비롯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국회입법조사처가 최근 발간한 ‘왜 장애인 거주시설 안의 학대는 반복되고, 뒤늦게 드러나는가?’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장애인 학대 판정 사례 1449건 중 집단이용시설에서 발생한 학대는 345건(23.8%)이었다. 이 가운데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발생한 사례는 184건(53.3%)으로 집단이용시설 내 학대의 절반 이상을 기록했다.

최근 통계인 보건복지부,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의 ‘2024 장애인학대 현황보고서’를 보면 거주시설 내 학대행위자는 사회복지시설 종사자가 161건(87.5%)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돌봄 제공자가 동시에 잠재적 가해자가 될 수 있는 구조로, 내부 감시와 신고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경우 학대가 은폐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보여준다.

학대가 장기간 이어지는 경향도 파악됐다. 전체 장애인 학대 사례에서 5년 이상 지속된 사례는 223건(15.4%)이었으나 거주시설 내 학대 사례에서는 5년 이상 이어진 사례가 53건(28.8%)에 달했다.

피해자 특성을 살펴보면 거주시설 피해장애인 중 발달장애인은 140건(76.1%)이었다. 전체 장애인 학대 의심 사례의 피해자 본인 신고 비율은 612건(20.2%)인 반면, 발달장애인 학대 의심 사례의 피해자 본인 신고 비율은 132건(12.5%)에 머물렀다. 이들은 피해 사실을 스스로 드러내거나 외부에 알리기 어려운 환경에 놓여 있는 만큼 신고로 이어지는 비율 역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보고서는 현행 감시 제도가 신고자 보호의 실효성 부족, 인권지킴이단의 독립성·전문성 미흡, 장애인권익옹호기관과 지방자치단체의 사후 대응 중심 구조, 인권실태조사의 반복·정형화 등 한계로 거주시설 내 학대를 예방하고 조기에 발견하는 데 충분히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고 봤다.

인천 강화군의 중증장애인 거주시설 ‘색동원’에서 제기된 성폭력 의혹 관련해 여성 입소자들에게 성폭력처벌법상 장애인 강간·강제추행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시설장 A씨가 지난달 4일 서울 중구 서울경찰청 여성대상범죄특별수사팀에서 조사를 마치고 나오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인천 강화군의 중증장애인 거주시설 ‘색동원’에서 제기된 성폭력 의혹 관련해 여성 입소자들에게 성폭력처벌법상 장애인 강간·강제추행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시설장 A씨가 지난달 4일 서울 중구 서울경찰청 여성대상범죄특별수사팀에서 조사를 마치고 나오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구체적으로 우선 신고의무자 제도와 관련해 ‘장애인복지법’상 시설장과 종사자 등에게 장애인 학대 신고의무를 부과하고 신고자 보호 규정을 두고 있으나 실제 현장에서는 신분 노출, 해고, 재취업 곤란 등 현실적 불이익 우려로 인해 신고를 주저하는 사례가 파악됐다.

인권지킴이단에 대해서는 외부 단원을 50% 이상 두도록 하고 있음에도 관할 지방자치단체의 추천을 거쳐 시설장이 단원을 위촉하는 구조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독립성 확보에 제약이 있다고 봤다. 지역에 따라 전문인력 확보와 활동 여건에도 편차가 있었다.

장애인권익옹호기관과 지방자치단체의 조사·감독 체계도 기본적으로 신고나 외부 제보를 계기로 개입하는 구조다. 이에 이용자의 의사표현이 제한되고 외부와의 접촉이 적은 거주시설 내부 학대를 상시적으로 감시하고 조기에 발견하는 데에 한계가 있다는 게 보고서의 설명이다.

아울러 장애인 거주시설 인권실태조사는 매년 반복적이고 정형화된 방식으로 전개되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보고서는 “조사 대상이 절차에 익숙해지는 학습효과와 조사 피로가 누적될 수 있어 형식적 점검에 머물 우려가 있다”고 꼬집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내부 신고자 보호와 인권지킴이단 운영 등 현행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는 한편, ‘장애인복지법’ 개정을 통해 장애인권익옹호기관의 조사 권한과 거주시설 인권실태조사의 법적 기반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신고자 보호 강화 △인권지킴이단의 독립성 제고 △장애인권익옹호기관 권한 확대 △인권실태조사 내실화 등의 과제가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구조적 전환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윤다올 책임은 본보에 “탈시설 로드맵 시행 5년이 지났지만 정책은 여전히 방향성만 제시된 채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고 시설 소규모화는 지지부진하며 학대 지원 기반 역시 충분히 마련되지 않았다”며 “현재 주거·활동지원·의료·돌봄·사회참여 등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는 구조적 전환이 시급하지만 이달 시행되는 통합돌봄 역시 지역별 편차가 크고 장애인 대상 준비는 부족한 실정”이라고 짚었다.

이어 “더 이상 ‘지자체 소관’이나 ‘과도기적 혼선’을 이유로 책임을 미룰 수 없다. 반복되는 학대 문제를 시설장 개인의 처벌로 해결하려는 접근에도 한계가 분명하다”며 “이제는 수용 중심 정책을 끝내고 사건이 발생하기 어려운 구조로 전환해야 할 시점인 만큼 국가가 정책적으로 결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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