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손성은 기자] 신현송 국제결제은행(BIS) 국장이 차기 한국은행 총재 후보로 지명되면서 국고채 시장이 크게 흔들렸다.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로 금리가 상승하는 가운데, 매파 성향으로 분류되는 신 후보 지명까지 겹치며 상승 압력이 확대됐다.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약화되면서 시장은 동결 쪽으로 빠르게 기울고 있는데 가운데 향후 시장 흐름을 가늠할 수 있는 4월 금융통화위원회에 시선이 쏠린다.
◇“총재 바뀌기도 전에 금리부터 움직였다”…선반영 현실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2일 신 후보를 차기 한은 총재 후보로 지명하면서 국고채 금리는 빠르게 올랐다. 지명 다음날인 23일 국고채 금리 전 구간이 일제 상승했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20.7bp(1bp=0.01%포인트) 상승했고, 10년물 금리도 동반 상승했다.
과거 총재 교체기에도 유사한 흐름이 반복된 바 있다.지난 2022년 이창용 총재 지명 당시 국고채 3년물 금리는 한 달 사이 약 70bp 상승하며 긴축 기대를 선반영했고, 반대로 2014년 이주열 총재 교체기에는 완화 기대가 반영되며 국고채 금리가 하락하는 흐름이 나타났다. 시장이 총재 취임 이전부터 정책 방향을 먼저 가격에 반영하는 ‘선반영’ 패턴이 확인된 셈이다.
시장은 “신 후보 지명이 금리 상승 압력을 키운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보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로 통화정책 방향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던 상황에서 신 후보 지명이 추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신 후보는 ‘매파 성향’으로 분류된다는 점이 시장의 경계심을 자극했다. 그는 과거 ‘적극적인 금리 정책을 통해 물가를 안정시켜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왔으며, 2022년 BIS 연설에서도 “중앙은행의 긴축이 부족하거나 늦으면 인플레이션 압력이 고착화될 수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시장에서는 신 후보 취임 이후 기준금리 동결 장기화를 우려하고 있다.
◇매파 경계 커졌지만…현실은 ‘속도 조절’ 무게
다만 신 후보가 총재에 취임하더라도 ‘통화정책이 곧바로 긴축으로 전환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글로벌 유동성과 금융안정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만큼, 급격한 정책 변화보다는 점진적 접근을 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시장은 “신 후보 체제에서 금리 인하 자체보다는 인하 시점과 속도가 더 중요한 변수로 떠오를 것”이라고 보고 있다. 환율 변동성과 자본 유출 가능성을 고려할 경우 공격적인 완화보다 신중한 대응이 유력하기 때문이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신 후보는 유가발 리스크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하려면 기대 인플레이션 상승이 선행돼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최근 환율 약세가 한미 금리차보다 수급 요인에 따른 영향이 큰 만큼 금리 인상보다는 수급 개선 정책을 통해 대응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4월 금통위 분기점…다음 총재 체제 메시지 읽기 주력
시장의 시선은 오는 4월 10일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로 향하고 있다. 이번 회의는 이창용 총재 임기 내 마지막 금통위로, 차기 통화정책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분기점으로 평가된다.
시장 참가자들은 금리 결정 자체보다 정책 메시지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총재 교체기를 앞둔 시점에서는 정책보다 기대가 먼저 반영되며, 채권금리와 환율이 취임 이전부터 움직이는 흐름이 반복돼 왔기 때문이다.
이번 역시 신 후보의 정책 성향과 대외 변수 대응 방식에 대한 해석이 선반영되면서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 4월 금통위에서 제시될 정책 방향에 따라 향후 통화정책 경로와 시장 흐름이 가늠될 전망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신 후보 지명 이후 정책 기대가 변화하면서 국고채 금리 상승 속도가 빨라졌다”며 “이미 시장은 현 총재가 아닌 차기 총재 체제를 기준으로 움직이고 있는 만큼, 금통위 메시지를 통해 향후 정책 방향을 확인하려는 흐름이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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