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 봉쇄 여파로 나프타 수급 차질 우려가 커지면서 식품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라면 봉지부터 스낵 포장지, 페트병 등에 쓰이는 핵심 원료 공급이 흔들리며 제품 생산 자체가 중단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확산하고 있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날 서울 서초구 한국식품산업협회에서 CJ제일제당, 삼양식품 등 주요 식품업체들이 참석한 가운데 간담회를 갖고 포장재 수급 상황 점검 및 대응방안 등에 대해 논의했다.
이날 간담회는 중동 사태로 플라스틱 원료인 나프타 가격이 폭등하며 수급 불안이 심화된 데 따른 것이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오피넷)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 국제 나프타 가격은 배럴당 138.75달러로 두 달 전(60.29달러)보다 130.1% 급등했다.
나프타는 원유를 정제해 생산되는 기초 원료로, 비닐과 플라스틱 용기, 필름 등 식품 포장재 전반에 사용된다. 사실상 식품업계 전체가 나프타 수급 불안 영향권에 놓인 셈이다.
이미 공급망 최전선에서는 경고음이 감지된다. 한국프라스틱공업협동조합연합회가 중동 전쟁 직후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71.1%가 석유화학 기업으로부터 합성수지 공급 축소나 중단 가능성을 통보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원료 가격 인상을 안내받은 업체는 92.1%에 달했다.
식품업계는 현재 보유 중인 비축 물량으로 단기 대응에 나서고 있으나, 사태 장기화 시 생산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라면업계는 통상 2~3개월 분량의 포장재를 확보하고 있으며, 음료업계 역시 PET와 PE 원료를 3개월치 정도 비축한 상태다. 한 가공식품업체 관계자는 "현재 확보한 물량으로 상반기까지는 버틸 수 있지만, 사태가 길어지면 제품 출고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고 전했다.
현장에서는 선제 대응 움직임도 확인된다. 오뚜기는 전날부터 원포장재 수급 태스크포스(TFT)를 구성하고 1000여 개에 달하는 원재료를 시급도에 따라 분류해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오뚜기 관계자는 "불확실성에 대비해 선제 대응 체계를 강화한 것"이라며 "나프타를 비롯해 수급 이슈 가능성이 있는 원재료를 상시 모니터링하며 선제적으로 대응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국내 나프타 재고는 약 10~15일분 수준에 머무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번 수급 불안은 미국과 이란의 충돌 이후 호르무즈 해협 통항이 제한되면서 본격화됐다. 국내로 들어오는 물량의 절반 이상이 해당 해협을 통과하는 만큼 현재 비축분이 소진되는 2주 뒤부터는 수급 상황의 불확실성이 극대화될 전망이다.
이에 정부는 수급 안정화를 위해 나프타 물량 신고 의무화와 매점매석 금지, 수출 제한 조치 등을 이번 주 내 시행하기로 했다. 수출 물량을 국내 석유화학 기업으로 돌려 가동률을 유지하는 한편, 대체 수입에 따른 추가 비용을 추경 예산에 반영해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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