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 아동의 점자 학습 방식에 변화를 시도하는 교육 솔루션이 글로벌 무대에서 공개됐다. 행복나눔재단은 보조공학 분야 최대 규모 행사인 ‘CSUN ATC 2026’에 참가해 점자 학습 장난감 ‘슬라이닷(Slidot)’과 학습지 ‘점프(JUMP)’를 선보였다고 밝혔다.
‘CSUN ATC’는 매년 전 세계 연구자와 교육자, 장애 당사자 등이 참여하는 행사로 접근성 기술의 흐름을 가늠하는 자리로 꼽힌다. 올해 행사는 3월 9일부터 13일까지 진행됐으며 약 5000명이 현장을 찾았다.
행복나눔재단은 ‘From Boring to Playful: A Toy Solution for Braille Practice’를 주제로 세션 발표를 진행했다. 발표는 점자 교육이 반복 중심 구조로 구성돼 학습 지속성이 떨어지는 문제에서 출발했다.
슬라이닷은 점자 문제 카드와 스마트폰을 결합한 형태다. 카드 태그 시 음성 안내가 나오고, 학습자는 점자를 읽은 뒤 키보드로 답을 입력하는 방식이다. 퀴즈형 구조와 즉각적인 음성 피드백이 특징이다.
제작 방식도 눈길을 끈다. 일반적인 교육기기와 달리 브릭과 중고 스마트폰을 활용해 비용을 낮췄다. 접근성을 높이면서도 기능은 유지하는 방향에 초점을 맞췄다.
발표에서는 시각장애 아동 대상 테스트 결과도 공개됐다. 점자 자율 학습 경험이 없던 아동들이 슬라이닷을 활용한 이후 약 4~6개월 동안 주 3~4일, 하루 평균 17분씩 학습을 이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학습 참여가 ‘의무’에서 ‘자발’로 이동한 점이 핵심 변화로 제시됐다. 교육 현장에서 가장 큰 장벽으로 지적되는 학습 동기 문제에 일정 부분 해법을 제시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장기간 학습 효과나 학습 성취도 향상에 대한 정량적 검증은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가능하다. 현장 적용 확대를 위해서는 교육기관과의 연계 검증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행사 기간 동안 운영된 전시 부스에서는 슬라이닷과 점프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됐다. 점자 교육 실무자와 시각장애 당사자들이 참여해 활용 가능성을 점검했다.
점프는 하루 15분 분량의 학습지로 구성돼 꾸준한 학습을 유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묵자 병기가 포함돼 있어 비전문가도 지도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약 1600여 개 한글 문제 카드가 점프의 학습 내용과 연계돼 통합 학습이 가능하다.
세션 발표를 맡은 곽예솔 매니저는 “아동이 스스로 학습을 이어가는 모습을 통해 가능성을 확인했다”며 “글로벌 교육 관계자들과 경험을 공유한 점이 의미 있었다”고 말했다.
행복나눔재단은 이번 참가를 계기로 해외 교육기관과 협력 접점을 넓힐 계획이다. 저비용 구조와 간편한 구성은 개발도상국 등 교육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에서도 활용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실제 확산을 위해서는 콘텐츠 현지화, 언어 대응, 교육 커리큘럼 연계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점자 교육 분야는 오랜 기간 전통적인 학습 방식에 의존해 왔다. 디지털 기술이 접목된 사례는 꾸준히 등장하고 있지만, 학습 경험 자체를 바꾸는 접근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었다.
슬라이닷과 점프는 기술 고도화보다 사용자 경험 설계에 초점을 맞춘 사례로 평가된다. 학습을 ‘해야 하는 것’에서 ‘하고 싶은 것’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다.
글로벌 교육 시장에서 실제 성과로 이어질지는 아직 지켜볼 필요가 있다. 다만 점자 교육의 접근 방식을 바꾸려는 실험이 시작됐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흐름으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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