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VIBE] 최만순의 약이 되는 K-푸드…식탁에 먼저 온 봄, 몸을 깨우는 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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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VIBE] 최만순의 약이 되는 K-푸드…식탁에 먼저 온 봄, 몸을 깨우는 봄동

연합뉴스 2026-03-24 14:00:2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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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 주 =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2024년 발표에 따르면 세계 한류 팬은 약 2억2천500만명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또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초월해 지구 반대편과 동시에 소통하는 '디지털 실크로드' 시대도 열리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한류 4.0'의 시대입니다. 연합뉴스 동포·다문화부 K컬처팀은 독자 여러분께 새로운 시선으로 한국 문화를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되고자 전문가 칼럼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시리즈는 매주 게재합니다.]

'두쫀쿠' 가고 '봄동비빔밥' 왔다 '두쫀쿠' 가고 '봄동비빔밥' 왔다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두바이 쫀득 쿠키'(두쫀쿠)에 이어 '봄동 비빔밥'이 인기를 끌면서 봄 제철 채소인 봄동 가격이 한 달 새 30% 가까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지난 2일 서울 가락시장 봄동(상 등급) 15kg 평균 도매가는 4만8천841원으로 한 달 전보다도 1만 원 넘게(29%) 올랐다. 지난달 11일엔 같은 등급의 봄동 가격이 6만456원으로 최고점을 찍는 등 최근 한 달간 큰 가격 변동을 보였다. 사진은 4일 서울의 한 시장에서 봄동을 고르는 시민. 2026.3.4
jin90@yna.co.kr

봄이 한창이다. 자연은 늘 꽃보다 먼저 식탁 위에 봄을 올려놓는다. 그 이름도 정겹다. 봄동이다. 화려하지도, 비싸지도 않지만 이 작은 채소 한 포기에는 계절의 철학과 생명의 이치가 담겨 있다.

봄동은 배추의 한 종류다. 속이 단단히 맺히지 않고 잎이 바깥으로 펼쳐지는 불결구 배추다. 우리나라에서는 전남 해남과 진도, 완도 같은 남쪽 바닷바람 속에서 겨울을 견딘다. 얼어붙은 땅 위에 납작하게 붙어 자라기에 납딱배추, 떡배추라 부르기도 한다. 투박한 이름 속에는 혹독한 계절을 통과한 생명의 밀도가 들어 있다.

이 채소가 특별한 이유는 맛에만 있지 않다. 봄동은 '언제 먹느냐'가 더 중요하다. 동양의 양생학에서 봄은 계절의 이름에 머물지 않는다. 몸의 방향이 바뀌는 시간이다. 옛 의서에서는 봄을 '발진(發陳)의 계절'이라 했다. 묵은 것을 털어내고 새 기운을 일으키는 때라는 뜻이다. 겨울 동안 움츠렸던 기운이 밖으로 뻗어 나오고, 몸속에서는 정리와 전환이 동시에 일어난다. 그래서 봄이면 유난히 졸리고 나른하다. 춘곤증은 게으름이 아니라 몸이 계절의 리듬을 맞추는 과정이다.

◇ 봄동의 영양학

우리 조상들은 이 변화를 음식으로 다스렸다. 봄이 오면 냉이, 달래, 쑥, 그리고 봄동을 먹었다. 식습관을 넘어 계절에 맞춘 생활의 기술이었다. 몸이 변할 때 음식을 바꾸는 것, 그것이 양생의 핵심이다.

약선학에서는 봄동을 춘백채라 부른다. 성질은 평하거나 약간 서늘하고 맛은 달다. 위장과 폐, 대장의 기능을 도와 순환을 부드럽게 푸는 식재로 기록되어 있다. 열을 식히고 답답함을 줄이며, 진액을 보충해 갈증을 줄이고 장을 부드럽게 움직이게 한다. 겨울 동안 정체된 몸을 무리 없이 깨우는 채소라는 뜻이다.

이 기록은 현대 영양학으로도 설명된다. 봄동에는 베타카로틴이 풍부하다. 일반 배추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베타카로틴은 체내에서 비타민 A로 전환되어 면역 기능을 돕고 세포 산화를 막는다. 겨울을 지나 약해진 몸을 보호하는 자연의 방패다. 비타민 C는 철분 흡수를 돕고 피로 해소에 기여하며, 칼륨은 체내 나트륨 배출을 도와 혈압 균형을 맞춘다. 식이섬유는 장운동을 촉진해 봄철 변비를 예방한다. 열량은 낮지만 영양 밀도는 높아 몸을 가볍게 정리하는 데 알맞다.

흥미로운 점은 우리 음식문화 속에 이미 이러한 과학이 녹아 있다는 사실이다. 봄동 겉절이에 참기름을 넣는 이유는 향 때문만이 아니다. 베타카로틴은 지용성이라 기름과 함께 먹어야 흡수가 잘 된다. 전통 식탁은 이론이 아니라 몸의 반응을 통해 축적된 지혜다.

돼지고기와 함께 쌈으로 먹는 조합도 마찬가지다. 봄동은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하지만 지방과 단백질은 적다. 여기에 육류를 더하면 균형이 맞춰진다. 부족한 것을 채우고 과한 것을 누그러뜨리는 것, 이것이 약선의 원리다.

이름 또한 흥미롭다. 봄동의 옛 발음은 '봄똥'에 가깝다. 땅에 납작 붙어 자라는 모습에서 나온 소박한 표현이다. 투박하지만 꾸밈없는 이름에는 자연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던 우리의 정서가 담겨 있다.

동양의 계절 철학은 늘 순환을 말한다. 봄에는 살리고, 여름에는 기르고, 가을에는 거두고, 겨울에는 저장한다. 이 흐름을 거스르면 몸의 리듬도 어긋난다. 계절을 따르는 가장 쉬운 방법이 바로 제철 음식을 먹는 일이다.

봄동은 겨울의 끝과 봄의 시작이 겹치는 지점에서 자란다. 차가운 땅을 딛고 올라오지만 이미 봄의 기운을 머금고 있다. 그래서 이 채소를 먹는다는 것은 영양을 보충하는 일에 그치지 않는다. 계절의 전환을 몸 안으로 들이는 일이다.

봄동 수확하는 아낙네 봄동 수확하는 아낙네

[연합뉴스 자료 사진]

요즘 제철 채소가 다시 주목받는 것도 이런 흐름과 맞닿아 있다. 사람들은 맛있는 음식을 넘어 몸과 마음이 편안해지는 식사를 원한다. 건강을 억지로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즐겁게 누리는 삶, 이른바 '헬시플레저'의 시대다. 값비싼 보충제보다 자연의 리듬에 맞는 한 끼가 더 깊은 만족을 준다는 사실을 점점 더 많은 이들이 체감하고 있다.

봄동의 가치는 바로 여기에 있다. 특별한 보약은 아니지만 계절에 맞게 자란 식물은 그 계절의 정화를 담는다. 잎은 봄에 생기가 넘치고, 열매는 가을에 충실하며, 뿌리는 겨울에 단단해진다. 자연이 완성한 시간의 농축물이다.

봄동을 한 입 베어 물면 달고 고소한 맛이 난다. 겨울을 견디며 축적된 아미노산과 수분, 생존의 에너지가 만든 맛이다. 그래서 제철 채소는 화려하지 않아도 깊다. 몸이 먼저 알아보고 편안함을 느낀다.

양생은 어려운 철학이 아니다. 비싼 약이나 특별한 비법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계절을 따라 살고, 몸의 변화를 알아차리고, 자연과 보폭을 맞추는 데서 시작된다. 봄에는 가볍게 열고, 여름에는 순환시키고, 가을에는 수렴하고, 겨울에는 저장하는 삶의 리듬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봄동 한 접시는 작은 철학서와도 같다. 겨울과 싸우지 않고 몸을 낮춰 살아남은 잎, 때가 오면 가장 먼저 펼쳐지는 생명력, 그리고 사람의 몸을 부드럽게 깨우는 순한 작용까지. 강하게 밀어붙이지 않아도 균형은 회복될 수 있다는 자연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

우리는 종종 건강을 전투처럼 생각한다. 무엇을 끊고, 무엇과 싸워야 한다고 여긴다. 자연은 다르게 움직인다. 부드럽게 바꾸고, 천천히 순환시키며, 조용히 회복한다. 봄동이 주는 배움은 바로 여기에 있다. 격렬하지 않지만 분명한 변화, 자극적이지 않지만 깊은 회복. 그것이 제철 음식의 힘이다.

◇ 손자병법으로 바라본 봄동요리

손자병법 모공편에는 이런 말이 있다. "백 번 싸워 백 번 이기는 것이 최선이 아니라,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최선이다." 칼을 들기 전에 이미 승부가 끝난 상태, 준비와 조화의 힘이다.

봄동은 겨울을 힘으로 이기지 않는다. 꽁꽁 언 밭에서 땅에 몸을 낮추고 바람을 피한다. 억지로 속을 채우지 않고 자연의 형세에 순응한다. 이 모습은 노자의 무위와도 닮았다. 도덕경에는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면서 다투지 않는다"고 했다. 봄동은 겨울과 싸우지 않는다. 땅에 붙어 햇빛을 기다리다 봄이 오면 가장 먼저 잎을 펼친다. 힘으로 이기지 않고 때를 기다려 이긴다.

봄동 겉절이 봄동 겉절이

[연합뉴스 자료 사진]

봄동 겉절이는 절이지 않는다. 먹기 직전에 썰어 바로 무친다. 신선함이 살아 있는 속전속결의 음식이다. 고춧가루와 마늘, 그리고 참기름 한 방울. 향을 더하는 동시에 영양의 문을 여는 조합이다. 약선의 궁합은 이렇게 자연스럽다.

된장국은 또 다른 전략이다. 구수한 된장이 잎을 부드럽게 감싼다. 부수는 방식이 아니라 살려내는 방식이다. 발효의 힘은 장을 편안하게 하고, 봄동의 섬유질은 순환을 돕는다. 공격이 아니라 회복의 방식이다. 양생은 언제나 이렇게 이긴다. 몸을 몰아세우지 않고 자연스럽게 돌려놓는다.

쌈은 조화의 전략이다. 봄동의 시원함에 돼지고기의 기름기가 더해지면 균형이 완성된다. 부족한 것을 탓하지 않고 궁합으로 채운다. 몸은 적이 아니라 함께 살아야 할 동맹이다.

만두는 속이 중요하다. 겉은 얇고 속은 조화로워야 한다. 겉으로 드러난 힘보다 안의 충실함이 승패를 가른다. 겨울을 견딘 잎이 속을 채우면 그 안에 봄의 기운이 응축된다.

비빔밥은 형세의 음식이다. 밥, 나물, 고기, 참기름이 따로일 때는 각자지만 한 번 비비면 하나가 된다. 음과 양, 차가움과 따뜻함, 식물과 동물의 기운이 한데 어우러진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식탁의 완성이다.

봄은 발진의 계절이다. 묵은 것을 털어내고 새것을 피워낸다. 봄동 겉절이 한 젓가락, 된장국 한 숟갈, 쌈 한 입. 몸 안에서 조용한 정리가 시작된다. 격렬한 전투 없이 균형이 돌아온다.

건강은 거창한 결심보다 작은 실천에서 자란다. 약으로 지키는 것이 아니라 삶의 리듬 속에서 만들어진다. 겨울 끝자락, 식탁 위에 먼저 올라온 봄 한 장의 잎이 우리 몸을 조용히 깨운다.

최만순 음식 칼럼니스트

▲ 한국약선요리 창시자 ▲ 한국전통약선연구소장 ▲ 중국약선요리 창시자 팽명천 교수 사사 후 한중일 약선협회장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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