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7월 12일 / 기차 1등석 침대칸 / 짐바브웨 마스빙고 → 짐바브웨 빅폴
밤이 되니까 역이 기지개를 켰다. 빅토리아폴스행 기차가 플랫폼으로 들어왔다!
하루 종일 기다린 다 찌그러져 가는 기차! 꼭 호그와트 완행열차 같은 기차에 탑승했다. 3등석은 전철 같은 좌석이고 2등석과 1등석은 침대칸이다. 2등석은 벽 한쪽에 침대가 3층 총 6개, 1등석은 2개씩 총 4개만 있는 칸이다.
누웠을 때 적어도 코가 위 침대에 닿지는 않을 것 같아서 우리는 1등석을 샀다. 열차 복도 끝의 화장실 문을 열었는데 쾅 열리는 충격만으로 변기가 부서질 것 같이 생겨서 밤에는 최대한 물을 안 마시고 버티기로 했다.
밤새 천천~히 천천~히 빅폴로 올라간다. 시속 50km는 될까. 우리가 타던 차보다 느린 것 같다. 침대가 아닌 기차에 누운 밤에도 달이 지고 자정이 가까워 오니까 여느 아프리카처럼 하늘에 별이 새하얗게 떴다.
머리맡 창문이 꽉 안 닫혀서 문틈 바람에 밤새 목덜미가 너무 추웠지만 밤이 추운 계절만 아니라면 한 번쯤 이 밤기차를 타서 머리맡에 별빛을 깔아 놓고 잠드는 것도 멋진 경험이겠다. 누워서 눈을 뜨면 언제든지 별하늘을 볼 수 있으니까.
7월 13일 아침
새벽 내내 덜덜 떨어서 아침이 밝았을 때는 다들 비몽사몽. 우리 네 명 핸드폰의 맵스미 앱이 현재 위치를 제각각으로 잡아서 ‘아직 빅폴 아니겠지?’ 하고 있었다. 표에 적힌 도착 시간은 지났지만 아프리카에서 제시간에 도착하는 법은 없으니까.
종착역이니까 지나칠 일은 없겠지 마음 놓고 있었는데 기차가 끼익 서더니 사람들이 우르르 내린다. 깜짝 놀라 나가서 물어보니까 이 작은 기차역이 유명 관광지 빅폴 역이라고! 이 기차는 차고지로 가기 때문에 지금 빨리 내리란다. 기차가 다시 시동을 건다.
다시 칸으로 들어가 우리 물건들을 허겁지겁 대충 배낭에 쑤셔 넣고 밤새 조금 열려 있던 창문을 활짝 열어서 죄다 밖으로 내던지고 나서 몸은 나중에 빠져나왔다. 나오자마자 기차도 금방 떠나고 사람들도 일찌감치 역을 빠져나가서 또 우리만 덩그러니. 우리는 얼이 빠져서 '이게 무슨 일이지?' 하고 웃다가 정신 차리고 짐 정리를 해서 각자 배낭을 둘러맸다.
여행자를 보고는 짐바브웨 남자들이 따라붙어서 끈질기게 쫓아오며 물건을 판다. 우리는 배낭이 있어 그동안 물건을 거의 사지 않았는데 우리의 구미를 당기던 짐바브웨 구권 지폐! 0이 몇 개가 붙었는지 금방 세지지도 않는 1조, 10조짜리 지폐 대여섯 장 세트를 5달러씩 주고 나랑 성욱이랑 샀다. 안 사는 두 명은 그걸 왜 사냐고 타박했지만 "이걸 어디 가서 사겠어?" 하면서 웃었다.
그런데 웃고 보니 이 돈을 진짜로 써야 했을 사람들이 생각났다. 국가가 아예 파산을 했구나! 싶어 씁쓸했다. 지금 짐바브웨에서는 달러와 유로 등 남의 나라 돈만 쓰이니까 이 돈은 그 시대 유물인 것이다.
걸어가니 장사꾼들이 들러붙는구나! 이제 본격적으로 걷는 여행 시작이다!
여성경제신문 윤마디 일러스트레이터
madimadi-e@naver.com
윤마디 일러스트레이터·작가
서울시립대학교 대학원에서 일러스트레이션을 전공했다. 여행 드로잉을 기반으로 서사를 만들어가는 에세이 작가로, 한 장소에서 사람이 기능하는 구조를 파악하고 개인의 경험을 통해 사회의 구조와 삶의 조건을 들여다본다. 현재 일본 여행기 <유니폼> 과 아프리카 여행기 <아프리카 그림일기> 를 연재하며 독자들과 만나고 있다. 아프리카> 유니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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