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성수동 연무장길. 카페와 편집숍 사이, 민트빛 외관의 건물이 유독 눈에 띈다. 건물 앞에는 입장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길게 줄을 만들었고, 입구에선 신분증 확인이 이뤄진다.
지난 23일 오후 새로중앙박물관 입구 전경. = 이인영 기자
문을 열고 들어서면 분위기는 조용하고 차분하다. 박물관 컨셉트다.
"지금부터 천년의 비법서를 찾는 여정이 시작됩니다."
도슨트의 안내와 함께 관람객은 '눈으로 보는 전시장'이 아닌 '체험하는 스토리 속 공간'으로 들어간다.
롯데칠성음료(005300)가 지난 21일 문을 연 '새로 중앙박물관'은 단순한 브랜드 팝업이 아니다. '도난당한 천년의 비법서'를 찾아 복원한다는 설정 아래, 관람객이 직접 미션을 수행하는 방탈출형 체험 공간으로 구성됐다.
가장 먼저 마주하는 공간은 1층 '히스토리 월'이다. 벽면에는 신라·고려·조선·현대로 이어지는 연표가 빼곡하다. 단순한 브랜드 연혁이 아니다. 역사를 마주한 느낌이다. 물론 이것은 가상의 역사다.
도슨트는 관람객을 멈춰 세운다. "너무 많죠? 세 가지만 기억하시면 됩니다. 628년에 새로구미가 탄생했고, 이후 천년의 비법서가 만들어졌습니다."
설명은 역사박물관에 온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새로 캐릭터의 탄생, 비법서 제작, 그리고 현재까지 이어지는 서사다.
관람객들은 고개를 끄덕이다가도 이내 웃음을 터뜨린다. 허구임을 알면서도, 자연스럽게 빠져든다. 이 공간은 제품을 설명하기보다 '이야기를 믿게 만드는' 데 집중한다.
◆"만져보세요"…박물관의 금기를 깨다
전시장 중앙에 자리한 '금동새로사유상'(상단)과 새로 포스터 이미지. = 이인영 기자
전시를 따라 이동하면 곧바로 체험형 오브제가 등장한다.
"여기 술잔 만지시면 주량 늡니다." "아래 꼬리를 만지면 연인이 생긴다는 전설도 있어요."
도슨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관람객들의 손이 먼저 움직인다. 누군가는 웃으며 술잔을 잡고, 또 다른 이는 조형물을 만져본다. 주량이 늘고 싶은 기자는 술잔을 만졌다.
이곳에서 전시는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다. 직접 만지고, 반응하며, 참여한다. 일반 박물관과는 반대의 방식이다.
여구미의 전생인 사로국 공주의 초상화(왼쪽)와 전시관 곳곳에 설치된 스탬프 찍는 공간. = 이인영 기자
여기서 놓치지 말아야 할게 입장 시 받은 종이 한 장이다. 겉보기에는 안내지지만, 실제로는 '게임의 키'다.
신라·고려·조선·현대 등 각 공간을 돌며 스탬프를 찍어야 한다. 총 7개의 빈칸을 모두 채워야 체험이 완성된다. 그리고 소정의 선물도 받을 수 있다.
"스탬프는 여기 안에서만 찍을 수 있습니다."
짧은 안내지만 의미는 분명하다. 관람객의 이동 경로를 완전히 설계해 놓은 구조다. 결국 모든 공간을 빠짐없이 경험하게 된다.
◆동굴·검·숫자 찾기…'방탈출' 클라이막스
전시를 따라 이동할수록 공간은 점점 '게임화'된다.
△ 검을 뽑으면 소원이 이뤄진다는 '새로검' △ 캐릭터가 거주하는 동굴을 구현한 영상 공간 △ 숨겨진 숫자를 찾아야 통과할 수 있는 미션 구간이 대표적이다.
특히 2층은 '문제를 해결해야 이동할 수 있는' 구조로 관람객들의 몰입도를 더욱 높여준다. 서로 힌트를 공유하고, 숫자를 찾고, 공간을 다시 돌아본다. 마지막 공간에서는 모은 단서를 통해 '천년의 비법서'를 완성하게 된다.
체험형 미션으로 채워진 2층 공간. = 이인영 기자
이 팝업의 특징은 '제품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신 △국산 쌀 100% 증류주 △아미노산 5종 △15.7도 도수 등 리뉴얼 핵심 요소를 전시 곳곳에 숨겨 놓았다. 관람객은 이를 읽는 것이 아니라, '찾아내며' 이해한다. 정보 전달 방식 자체를 바꾼 셈이다.
◆굿즈·가챠·시음…체험이 소비로, 전시에서 콘텐츠로
모든 미션을 완료하면 마지막 공간으로 이동한다.
스탬프를 다 찍으면 코인을 받고, 가챠 머신을 통해 랜덤 굿즈를 획득할 수 있다. 이어지는 공간에서는 △ 새로 칵테일 △ 협업 디저트 △ 포토존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체험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구매'와 '소비'로 이어지며 완성된다.
새로술상은 새로 칵테일과 '카페 아우프글렛' 협업 디저트, 새로잔 굿즈로 구성돼 있다. = 이인영 기자
최근 팝업스토어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단순히 제품을 전시하는 공간에서 체험형 콘텐츠, 나아가 '게임형 경험'으로 진화하는 흐름이다. '새로 중앙박물관'은 그 흐름을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스토리 → 미션 → 체험 → 소비까지 하나의 흐름으로 설계된 구조다.
성수동 골목에서 사람들이 줄을 서는 이유는 단순하다. 이곳에서는 술을 사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를 경험'하게 된다. 팝업 곳곳에서 들려온 "재밌다"는 후기와 웃음소리는 이곳을 더 특별하게 만드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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