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DX(한국형 차기 구축함) 사업을 기술 경쟁으로만 해석하는 시각은 본질을 비껴간 접근이다. 이 사업은 단순히 더 뛰어난 함정을 설계하거나 제작하는 문제가 아니라, 복합 시스템 통합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얼마나 통제할 수 있느냐의 문제에 가깝다. 해군이 마주한 선택 역시 '최고 성능'이 아니라 '최소 실패 가능성'으로 이동하고 있다.
KDDX는 선체 건조를 넘어선 통합 프로젝트다. 전투체계, 레이더와 각종 센서, 무장 시스템, 데이터 네트워크가 유기적으로 결합되며 하나의 전투 플랫폼을 구성한다. 개별 기술이 아무리 우수하더라도 통합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하면 전체 시스템은 정상 작동을 보장할 수 없다. 실제 글로벌 방산 사업에서도 가장 많은 문제가 발생하는 구간은 설계 단계가 아니라 통합과 시험 단계다.
이 때문에 KDDX의 핵심 변수는 기술력보다 리스크 구조다. 일정이 지연될 경우 단순한 행정 문제가 아니라 해군 전력 공백으로 직결된다. 노후 함정 대체 시점이 밀리면 전력 유지에 차질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방산 프로젝트 특성상 일정이 한 번 어긋나면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설계 변경과 추가 예산 투입이 반복되며 사업 전체의 안정성이 흔들린다.
이미 이 사업은 한 차례 지연을 겪으며 일정 자체가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당초 계획 대비 후속 절차가 늦어지면서 현재는 사업자 선정이 사실상 마지막 분기점으로 인식된다. 방위사업청과 해군은 평가 절차를 거쳐 이르면 상반기, 늦어도 연내에는 사업자 선정을 마무리해야 하는 상황이다. 추가 지연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리스크의 문제로 직결된다.
결국 해군의 선택 기준은 명확해진다. "가장 잘 만드는 회사"가 아니라 "가장 실패 확률이 낮은 회사"다. 이는 보수적 판단이 아니라, 전력 유지라는 군의 본질적 요구에서 비롯된 필연적 기준이다.
이 기준을 대입하면 경쟁 구도는 단순해진다. 첫째, 대형 수상함을 실제로 건조해본 경험이 있는가. 둘째, 복잡한 사업에서 납기를 지켜본 이력이 있는가. 셋째, 다양한 체계가 결합된 프로젝트를 안정적으로 완수한 경험이 있는가다.
국내 조선 산업 내에서 이러한 조건을 동시에 충족하는 사업자는 많지 않다. 특히 이지스급을 포함한 대형 수상함 건조 경험과 해군 납기 이력을 축적한 사업자는 제한적이며, 이력 자체가 일종의 '리스크 관리 기록'으로 기능한다. 방산 사업에서 일정 준수는 단순한 성과가 아니라 통합 능력과 프로젝트 관리 역량을 입증하는 지표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글로벌 프로젝트 수행 경험 역시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KDDX는 국내 사업이지만 기술 구성과 공급망은 다층적으로 얽혀 있다. 다양한 파트너와 시스템이 결합되는 구조에서 발생하는 인터페이스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는 역량이 필요하다. 대형 상선과 특수선을 포함한 글로벌 프로젝트를 통해 복합 사업을 수행해온 경험은 이러한 리스크를 낮추는 핵심 요소로 평가된다.
결국 KDDX는 '누가 더 앞선 기술을 갖고 있느냐'보다 '누가 통합 과정에서 발생할 불확실성을 가장 낮출 수 있느냐'의 문제로 수렴된다. 성능 경쟁은 표면적 요소에 불과하며, 실제 사업의 성패는 리스크 관리 능력에서 갈린다.
이미 일정이 지연된 상황에서 더 이상의 시행착오는 허용되기 어렵다. KDDX는 도전적 프로젝트가 아니라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사업이다. 해군이 선택해야 할 기준은 분명하다. 가장 혁신적인 선택이 아니라, 가장 안정적인 선택이다. 그리고 그 기준을 충족하는 후보는 기술 스펙이 아니라 '경험·납기·통합'이라는 세 가지 기록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나고 있다.
[폴리뉴스 정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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