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작가에게, 지금은 깃발을 들 때가 아니다"

실시간 키워드

2022.08.01 00:00 기준

"유시민 작가에게, 지금은 깃발을 들 때가 아니다"

프레시안 2026-03-24 09:57:34 신고

3줄요약

최근 몇 달간 민주당 및 진보진영 내부의 갈등이 첨예하게 대립했다. 민주당 '핵심지지층' 혹은 전통적 지지층과 비주류 혹은 '뉴이재명' 간의 갈등과 대립이다. 대통령의 직접 개입으로 검찰개혁 합의안이 성사되며 양측이 화합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누구나 예상하듯 봉합된 기간은 그리 길지 않아 보인다. 우선 가장 첨예하게 대릷 할 것으로 예상되는 수사요구권에 대한 논의가 남아 있다. 둘째, 6.3 선거전후 벌어질 민주당과 조국당의 갈등이다. 셋째, 민주당 원내대표 선출과 8월로 예정된 당대표 선출 전당대회가 있다. 이상의 일정을 고려하면 지금까지의 갈등은 오히려 소소해 보인다.

두 그룹간의 갈등과 대립은 표면상으론 검찰개혁에 대한 입장 차였다. 그러나 갈등의 근본적인 문제를 파악하려면 뉴스공장에 출연한 유시민 작가의 발언을 주목해야 한다.

"검찰개혁의 문제는 법리적이고 논리적인 문제이기도 하지만 그것만이 아니예요. (중략) 더불어민주당의 주류, 핵심 지지층 여기서 하나의 깃발 같은 존재가 된 거예요. 지금 무슨 보안수사권이니 이런 되지도 않는 이런 얘기들을 가지고 그런 인식으로 이 검찰개혁 문제를 계속 다루게 되면 '이재명 대통령이 굉장이 심각한 정치적 위기에 직면할 지도 모른다' 그런 걱정을 저는 굉장히 많이 하고 있죠. 이것은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라고 저는 봐요. 그것은 민주당의 정신을 배신하는 걸로 간주될 겁니다."

그의 발언 내용은 검찰개혁 안에 대한 합리적 '숙의'와는 거리가 멀다. 논리적 근거보다 불신이 선행한다. 그래서 표현은 감정적이고 격렬하다. 나아가 출범 9개월에 불과한 이재명 정부의 정치적 위기를 거론한다. 상대 그룹의 저열한 인식('되지도 않는')은 심각하게 민주당 정신을 배신하는 것으로 간주된다. 명확히 대통령과 비주류 그리고 '뉴이재명'에 대한 협박이고 선전포고다.

좀 더 들어가 보자. 유작가는 먼저 검찰개혁에 대해 다른 의견을 갖는 이들을 '핵심지지층'으로부터 구분한다. '핵심지지층'에게 검찰개혁의 문제는 '25년 이상의 축적된 상징이자 깃발'이다. 반면 '보안수사권 같은 되지도 않는 얘기'를 하는 것은 '민주당의 정신'에 대한 배신행위라고 규정한다. 선동이다. 깃발, 노무현(그의 죽음), 배신, 이 같은 과잉된 감정의 단어는 '핵심지지층'의 격렬한 감정을 끌어낸다. 유작가의 피해의식과 불신은 전방위적이다. 매불쇼에 등장한 유작가는 여럿 실명을 거론하며 자신의 감정을 고스란히 토해낸다. 별개의 자리에서 김민석 총리에 대해 '후단협' 역사를 꺼내든 것 역시 그가 얘기한 '배신'과 동일 선상에서 읽혀진다.

유작가의 피해의식과 불신은 '뉴이재명'의 '숨겨진 의도'를 확증하려한다. '손석희의 질문들'에 출연한 그의 발언을 보자.

"정성호 장관이 '이재명정부의 검찰은 다르다'고 한 점에 대해 저는 망언이다라고 얘기했고 지금도 망언이라고 생각하고요. (중략) 만약 정성호 장관이 진짜 '이 검찰을 우리 칼로 써야되겠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지 않다면 그런 말을 할 리 없다고 생각하고요. 만약 마음속에 '이칼을 잘 벼려가지고 정적들을 숙청하는데 우리가 써야지' 이렇게 생각하는 순간, 그것은 민심에 대한 배신이고요, 역사에 대한 배신이라고 저는 생각하고.."

유작가는 정 장관의 발언을 망언이라 규정한다. 근거는 제시되지 않는다. 느닷없이 정 장관의 '숨겨진 의도'를 폭로한다. '그의 마음속에 검찰이라는 칼을 정적들을 숙청하는데 쓰겠다는 의도가 숨어있다'고 단정한다. 피해의식과 불신이 낳은 확증편향이다. 정작 '검찰이라는 칼을 정적들을 숙청하는데 사용'했던 인물은 바로 윤석열이다. 대체 무슨 근거로 이런 막말을 공중파 방송에서 쏟아내는 걸까? 벌써 잊은 건가, 적폐 청산한다고 윤석열을 중심으로 특수부 검사들에 힘을 실어 준 것은 다름 아닌 문재인 정부였다는 것을. 지금 유작가에게 필요한 것은 상대에 대한 단죄가 아니라 자기성찰이어야 한다.

정 장관의 발언에 대한 또 다른 반발은 조국당에서 나왔다. '이재명 정부의 검찰은 다르다'는 발언은 "우리 집 개는 안 물어요"와 동일한 헛소리란다. 정 장관의 발언이 어떠한 전후 맥락에서 나온 것인지는 고려의 대상이 아니다. 발언의 한 문장만 따다가 조리돌림이다. 이런 식이라면 2021년 신년기자회견에서 "윤석열 총장은 문재인정부의 검찰총장이다"는 문재인의 발언이야말로 망언이다.

위의 발언 속에 유작가의 불안이 묻어난다. 그런데 그의 불안은 뜻밖에도 '뉴이재명'의 등장에서 기인한다. 상식적으로 지지기반의 확대는 마땅히 환영할 현상이다. 그러나 유작가의 언어와 표정은 경직으로 일관한다. 물론 급격한 세의 확장은 몇몇 이질적, 부정적 요소를 동반한다. 의당 경계되고 주의해야 한다. 동시에 지지기반이 확대된다는 것은 기존의 모습이 변화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새로운 문화와 새로운 질서의 요구는 필연적이다.

조국당과의 합당논의 과정에서 보여준 '뉴이재명'의 반발이 시발점이었다. '뉴이재명'의 집단적 항의가 유작가의 머릿속에 각인된 피해의식을 건드렸다. 유작가에게 조국은 순혈적 동지다. 따라서 그에게 합당은 당연한 수순이다. 유작가는 '절차가 생략되었다'는 '뉴이재명'의 문제제기 자체를 불순하다고 판단했다. 그에게 합당의 필요성은 설득할 논제가 아니다. 상대가 이를 선험적으로 인정하는 한에서만 '같은 편'으로 용인된다.

결국 합당 무산은 유작가가 깃발을 들게 된 직접적인 이유다. 그리고 요란하게 싸이렌을 울려댄다. 이제 유작가의 절대 과제는 '핵심지지층'의 배타적 주도권을 관철시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비주류를 향한 직접적인 비난에 나선다. '당 대표가 로망이다'고 선언한 김민석은 제1 타깃이다. 사이렌에 반응하여 김어준이 선봉에 선다. 김어준의 김민석에 대한 공격엔 상식, 예의, 신뢰 따위는 1도 없다. '핵심지지층'은 열광하지만 바라보는 시민은 어이없는 일이다. 그중 한 가지 사례가 '이재명식 후계 육성 프로그램' 논란이다. 이는 전당대회를 염두에 두지 않는다면 결코 이해할 수 없는 비난이다. 결과적인지 계획적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재명 권위에 대한 흠집내기이다. 계획적이라면 대통령이 더 이상 전당대회에 개입하지 말라는 경고이다.

시민사회는 국익을 위해 열심히 뛰는 이재명 정부의 효능감에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다. 반면 김어준은 동일 사안에 대해 과잉된 불신과 적대감을 표출한다. 사실은 배신자 김민석의 총리 인선 자체가 불만인 것이다. 단지 이를 들어 낼 수 없었을 뿐. 그래서 총리의 무능함을 공격해야 하지만 이도 여의치 않다. 그러니 '후계 육성 프로그램' 같은 볼멘소리를 하고 있는 것이다. 불필요한 소모전이다.

정치인 김민석에게 총리 자리는 시험대이다. 능력을 발휘한다면 기회이고 무능하다면 위기가 될 것이다. 온전히 그의 능력으로 평가되어야 한다. 그게 상식이다. 그런데 총리의 방미가 후계 육성 프로그램이라는 김어준의 비난은 윤석열 정부의 검찰 주장과 교묘하게 닮아있다. '성남FC가 잘 되면 결과적으로 성남시장인 이재명에게 이익이기 때문에 뇌물이 성립된다'는 검찰의 주장 말이다. 논리적 비약은 합리적 사고가 결여된 자들의 공통적 특징이다.

유작가가 매불쇼에 등장한 것은 대통령의 개입으로 검찰개혁 합의안이 어렵게 마련된 다음이다. 그래서인지 매불쇼에서의 그의 표정과 태도는 한결 편안해 보인다. 앞선 두 방송과 비교해서 그렇다는 얘기다. 매불쇼에서 유작가는 '핵심지지층'과 '뉴이재명'(그리고 비주류)을 구분한 뒤, 전자는 가치 중심적이고 후자는 이익 중심적 집단이라 규정한다. 너무도 단순하고 소아적인 구분에 대해 첨언할 필요는 느끼지 않는다. 내가 주목하는 것은 그가 왜 이런 구분을 하는가이다. 유작가가에 의하면 이익집단은 상황이 바뀌면 돌변한다고 한다. 유작가의 논리에 따르면 '뉴이재명'의 정체성은 '잠재적 배신자' 그룹이다. '잠재적 배신자' 그룹은 당연히 불신과 경계의 대상이다. 깃발을 치켜든 이유에 대한 순혈주의자의 고백처럼 들린다.

누군가는 깃발을 치켜들어 일치단결의 대오를 꾸리려 할 때, 다른 누군가는 합리적 토론을 통해 이견을 포용하려한다. 전자가 선명한 목소리로 '새로운 이주자'에 대해 배타적 태도를 취할 때, 후자는 진보의 경계를 넘어 합리적 보수의 지지 마저 이끌어내려 한다. 전자의 언어가 점점 감정적으로 격렬해져도, 후자의 행보에서 배신, 숙청, 복수심 같은 퇴행적 감정은 보이지 않는다. 후자의 건강함이 돋보인다. 반면 갈수록 햇빛은 따듯해지는데 유작가는 여전히 낡고 무거운 외투를 걸쳐 입은 모양이다.

지금은 깃발을 들 때가 아니다. 시대착오적이다. 깃발은 더 이상 설득의 언어가 될 수 없다. 오히려 시민사회는 이전에 본 적 없는 이재명이라는 새로운 리더의 등장에 기대를 건다. 이재명에 대한 지지는 단지 코스피 지수 5천 돌파 때문이 아니다. 대기업에 대한 다양한 지원 정책을 이야기하면서 다른 한편 11개월짜리 계약서를 받아들여야 하는 비정규직의 문제를 집요하게 되짚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와 같은 요란한 구호와 달리 실제적이다. 사기업에 요구하기 전에 공공기관의 최저임금제 운용의 문제를 비판하고 개선하려 하기 때문이다. 보다 구체적이고 실질적이다. 그래서 이재명에 대한 지지는 신뢰가 된다. 신뢰를 바탕으로 한 지지는 무엇보다 강력하다.

그 결과가 '뉴이재명'의 등장이다. 이들은 갈수록 확대재생산 될 것이며, 강력한 지지기반이 될 것이다. 이제 그들을 '잠재적 배신자'로 규정지을 것인지, '숙의'의 파트너로 인정할 것인지는 전적으로 유작가와 '핵심지지층'의 몫이다.

▲유시민 작가와 김어준 씨 ⓒ김어준의 뉴스뵈이다 갈무리

Copyright ⓒ 프레시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다음 내용이 궁금하다면?
광고 보고 계속 읽기
원치 않을 경우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