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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일본 개봉 당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를 제치고 시리즈 사상 첫 주말 박스오피스 정상에 오르며 본격적인 흥행 질주를 시작했던 전설적인 명작이 돌아온다.
로마노프 왕조의 숨겨진 역사와 가족의 사랑이라는 묵직한 서사를 담은 애니메이션 <명탐정 코난: 세기말의 마술사>가 오는 27일, 4K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국내 관객을 맞이한다.
영화는 러시아 왕조의 유물 ‘임페리얼 이스터 에그’를 훔치겠다는 괴도 키드의 대담한 예고장으로 시작한다.
오사카 박물관에 전시된 에그를 사수하기 위해 코난과 수사당국이 총력전에 나서지만, 키드는 허를 찌르는 정교한 트릭으로 도시 전체를 암흑에 빠뜨리며 보물을 손에 넣는다.
그러나 승리의 기쁨도 잠시, 도주하던 키드가 정체불명의 저격수 ‘스콜피온’의 탄환에 맞고 추락하면서 사건은 누구도 예상치 못한 미궁 속으로 빠져든다.
무엇보다 이번 작품이 팬들에게 특별한 이유는 코난과 괴도 키드, 두 천재의 관계성에 있다.
‘월하의 마술사’라 불리는 키드는 화려한 마술로 응수하며 코난과 팽팽한 지략 대결을 펼치는 것만으로도 흥미진진하다.
하지만 사건이 단순한 도난을 넘어 살인과 거대한 음모로 번지자, 서로를 쫓던 두 사람은 기묘한 공조 체제에 돌입한다.
적이면서도 서로의 실력을 가장 잘 이해하는 두 사람의 심리적 줄다리기는 추리물 특유의 쾌감에 영화적 재미를 더하는 핵심 요소다.
회수한 에그를 조사하던 코난은 이 보물이 홀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결정적인 단서를 발견한다. 사실 에그는 두 개가 한 쌍을 이루는 구조였으며, 나머지 하나를 찾아야만 온전한 비밀을 풀 수 있었던 것.
코난 일행은 두 번째 에그를 찾아 숲속의 깊은 고성으로 향한다.
코난은 성 곳곳의 함정과 암호를 풀어내며 100년 동안 잠들어 있던 로마노프 왕조의 마지막 비밀에 다가선다.
한편, 란(유미란)은 코난의 사소한 행동에서 신이치(남도일)의 흔적을 발견하고 깊은 의심과 고뇌에 빠지며 극의 긴장감을 더한다.
이번 개봉은 1999년작의 개봉,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최신 기술로 복원된 4K 리마스터링 버전은 특유의 클래식한 미학을 유지하면서도 더욱 선명하고 풍부한 색채를 구현했다.
작품의 백미는 단연 고성 지하에서 밝혀지는 에그의 진실이다. 수많은 탐욕이 얽혔던 에그는 사실 두 개가 하나로 합쳐졌을 때만 본모습을 드러내는 정교한 장치였다.
코난이 에그 내부에 빛을 투사하자 성벽에는 보석보다 눈부신 풍경이 펼쳐진다.
그것은 황금의 광채가 아니라, 타지에서 가족을 그리워하던 여인이 간직했던 행복했던 시절의 사진들이었다.
영화는 이 장면을 통해 수백 억 원의 가치를 지닌 유물조차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한 찰나의 추억 앞에서는 한낱 장식품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역설한다.
애니메이션 <명탐정 코난: 세기말의 마술사>는 개봉한 지 수십 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시리즈 최고의 명작으로 손꼽힌다.
이는 화려한 마술이나 치밀한 트릭 때문만은 아니다. 차가운 추리 끝에 조상의 따뜻한 추억을 지켜낸 이들의 모습은 오늘날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유산은 결국 사랑하는 이들과의 기억이라는 진리를 다시금 일깨운다.
/디컬쳐 박선영 기자 summ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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