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남부발전이 국내 최대 규모의 탈탄소 모델로 추진해 온 ‘삼척그린파워 석탄-암모니아 혼소 발전’ 사업이 좌초 위기에 처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사업의 핵심 전제였던 해외 연료 조달 구조가 무너진 데다, 사업비는 수천억 원대로 불어났기 때문이다.
기후솔루션은 "정부의 ‘2040년 석탄발전 폐지’ 기조와도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사업 전반에 대한 원점 재검토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며 24일 이같이 밝혔다.
기후솔루션은 23일 국회 이용우 의원실이 한국남부발전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인용해 "삼척 혼소 사업의 핵심 연료 공급원이었던 삼성물산의 사우디아라비아 ‘SAN-6 블루암모니아 사업’이 최종투자결정(FID)에 실패하며 사실상 멈춰 선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당초 2024년 4분기까지 투자를 확정 지으려 했으나, 판매처 미확보와 경제성 부족으로 발이 묶인 상태라는 평가다.
상황이 급박해지자 삼성물산은 최근 인도 ‘릴라이언스 인더스트리’와 그린 암모니아 공급 계약(SPA)을 체결하며 대안 마련에 나섰다. 하지만 이를 두고 전력업계에서는 “입찰 당시와 사업 내용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척 혼소 사업이 중동 블루암모니아 공급 체계를 바탕으로 높은 점수를 받아 낙찰된 만큼, 공급선이 통째로 바뀌는 것은 ‘수소발전 입찰시장 운영규칙’ 제17조 위반(계약 해지 대상)에 해당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경제성 논란도 치명적이다. 국내 기후 싱크탱크 기후솔루션에 따르면, 2022년 약 400억원 수준으로 추산됐던 삼척 혼소 인프라 구축 사업비는 작년 말 기준 1,520억원까지 폭증했다. 불과 3년 사이 4배 가까이 불어난 셈이다.
여기에 청정 암모니아 도입 비용까지 고려하면 실제 투입될 비용은 천문학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기후솔루션 등 시민단체는 “연료 도입과 설비 개조에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은 결국 전기요금 인상을 통해 시민들에게 전가될 것”이라며 “경제성이 없는 사업을 무리하게 밀어붙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같은 비판에도 한국남부발전은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가변성에 대응하는 과정”이라며 사업 강행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남부발전 측은 공식 입장을 통해 “특정 프로젝트의 지연에 대비해 인도, 호주 등 공급선을 다변화하는 것은 연료 조달 안정성을 위한 필수적 조치”라고 해명했다. 또한 6월로 예정된 EPC(설계·조달·시공) 계약 추진에 대해서도 “암모니아 터미널은 범용 시설로, 2028년 상업 운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선제적 투자가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남부발전은 특히 암모니아 20% 혼소를 통해 연간 110만 톤의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우며, 이를 석탄발전 폐지로 가는 ‘가교 기술’로 봐달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정계와 학계의 시선은 싸늘하다. 정부가 2040년 석탄발전 완전 폐지를 공언한 상황에서, 수천억 원을 들여 석탄발전소 설비를 개조하는 것이 시대착오적이라는 지적이다.
이용우 의원은 “암모니아 혼소는 실질적 전환이라기보다 석탄발전소의 수명을 연장하는 ‘심폐소생술’에 가깝다”며 “사업의 기반이 흔들리는 지금이 전면 재검토를 위한 골든타임”이라고 말했다. 기후솔루션 홍영락 연구원 역시 “대체 수단이 없는 철강·화학 산업에 우선 쓰여야 할 귀한 그린 암모니아를 석탄발전 연명에 낭비해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연료 공급망의 실체가 불분명한 가운데 남부발전이 오는 6월 설비 투자를 강행할 경우, 향후 사업 중단 시 발생할 막대한 매몰 비용은 고스란히 공기업의 부채와 국민 부담으로 돌아올 전망이다. 전력거래소와 산업통상자원부가 이번 ‘공급망 변경’ 사태를 입찰 취소 사유로 판단할지가 사업 성패의 최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Copyright ⓒ 뉴스로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