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은 재앙" 동맹국 경고 먹혔나…트럼프 TACO 뒷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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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재앙" 동맹국 경고 먹혔나…트럼프 TACO 뒷이야기

이데일리 2026-03-24 09:11:36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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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에너지 인프라 파괴 위협에서 돌연 한발 물러선 배경에는 미국 동맹국들과 걸프 국가들의 사전 경고, 그리고 금융시장 동요 우려가 자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블룸버그통신은 23일(현지시간) 복수의 관계자들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공격 깜짝 유예 결정 뒷이야기를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에서 에어포스원에 탑승하기 전 취재진에게 발언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트럼프 대통령은 48시간 최후통첩을 발동한 이후 대규모 공격이 임박했다는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돌연 이란 공격을 5일간 유예하겠다고 발표했다. 월요일 미국 주식시장 개장 직전에 나온 발표였다. 강경 위협을 내놓은 뒤 번번이 물러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패턴을 일컫는 ‘TACO’(Trump Always Chickens Out·트럼프는 항상 겁쟁이처럼 도망친다는 뜻)가 이번에도 반복됐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동맹국 “이란, 실패 국가로 전락할 것” 경고

블룸버그가 익명을 조건으로 확보한 비공개 대화 내용에 따르면, 역내 파트너 국가들은 미국에 “이란 인프라에 대한 영구적인 피해는 전쟁 종결 이후 이란을 사실상 실패 국가로 만들 것”이라고 전달했다. 일부 동맹국은 “전쟁이 재앙으로 빠르게 치닫고 있다”고 경고했다.

전직 국방부 중동 담당 부차관보 다나 스트라울은 “트럼프 대통령은 민간 에너지 인프라를 겨냥해 새로운 확전을 불러올 위협에서 물러설 방법이 필요했다”며 “이는 전쟁 범죄에 해당할 소지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5일 유예와 협상 개시 발표가 월요일 미국 시장 개장 직전에 나온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유가 폭락할 것”…트럼프, 시장 연관성 직접 인정

트럼프 대통령 스스로도 에너지 가격과의 연관성을 인정했다. 그는 이날 “합의가 이뤄지는 순간 유가가 폭락할 것”이라며 “오늘도 이미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발표 직후 브렌트유 가격이 급락하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와 미국 국채 가격은 반등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측 대표들이 먼저 협상을 요청해왔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에 따르면 사위 재러드 쿠슈너와 고문 스티브 위트코프가 이름이 밝혀지지 않은 이란 관리와 지난 21~22일 협상을 진행했으며, 이란이 핵물질을 넘기고 핵 프로그램을 재개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합의 시 호르무즈 해협의 통제권을 누가 갖느냐는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최고 지도자가 누구든, 아마도 나와 그가 맡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모즈타바 하메네이(왼쪽) 이란 최고지도자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이란 “협상 없었다”…가짜뉴스 반박

반면 이란은 협상 사실 자체를 부인했다. 이란 외무부는 관영 미잔 통신을 통해 미국·이란 간 협상이 없었다고 밝혔다. 이란 의회 의장 모함마드 바게르 갈리바프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이 “금융 및 석유 시장을 조작하기 위한 가짜 뉴스”라고 주장했다.

이란 반관영 파르스 통신도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이 서아시아의 모든 발전소가 타격 대상이 될 것이라는 경고를 듣고 물러섰다”며 오히려 이란의 승리를 선언했다. 파르스 보도 이후 원유 가격은 초기 낙폭의 절반가량을 회복했다.

◇이스라엘 “전쟁은 계속”…협상 성사 불확실

이스라엘은 트럼프의 소셜미디어 게시물에 대해 사전 통보를 받았으나, 발표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이란 수도 테헤란 중심부를 공습했다. 이스라엘 군 대변인은 “전쟁은 일시 중단되지 않았으며 전투는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집트와 터키, 파키스탄이 양국 사이에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으나 직접 협상의 범위는 불분명하다. 영국 등 여러 국가도 미국과 이란 사이의 대화를 인지하고 있다고 확인했다.

한편 워싱턴과 월가에서는 협상의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이 팽배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잦은 입장 번복, 이란의 핵 협상 지연 전례, 협상을 군사 행동의 위장막으로 활용한 최근 사례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에너지 전문 리서치 업체 클리어뷰 에너지 파트너스는 “48시간 최후통첩이 임박한 군사 행동을 가리기 위한 명분으로 활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내용의 분석 노트를 냈다.

전직 미국 국가정보위원회 중동 담당 부국가정보관 조너선 파니코프는 “이란은 에너지 인프라를 위협하면 미국이 물러선다는 인식을 굳힐 수 있다”며 “이란의 관점에서는 이길 뿐 아니라 자국의 억지력이 강화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분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헤즈볼라와 이스라엘 간 긴장이 고조된 이후,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23일(현지시간) 레바논 베이루트 남부 교외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사진=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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