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주범' 화석연료 기업·부자들 책임 쏙 뺀 국회 계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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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 주범' 화석연료 기업·부자들 책임 쏙 뺀 국회 계산기

프레시안 2026-03-24 08:02:42 신고

3줄요약

볼록? 오목!

요즘 기후위기 담론 내에서 '볼록'이 규탄의 대상이 되고 있다. 반대로 '오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체 무슨 말일까?

재작년 헌법재판소가 탄소중립기본계획에 대해 위헌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작된 이야기다. 헌재는 국회에 올해 2월까지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을 개정해 2031년부터 2049년까지의 감축 목표를 제시하라고 했다. 제시한 시한을 지난 상황이지만, 국회는 2030년 이후의 탄소 감축 경로를 논의를 하고 있다.

이를 위해 국회는 시민들을 참여시켜서 숙의 과정을 진행할 예정이다. 그런데 기후단체 등이 반대한 '볼록'한 경로를 선택지에 포함하겠다고 하면서, 연일 비판하는 성명과 글이 나오고 있다. 급기야 해당 공론화위원회를 해체하라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근데 대체 '볼록'이 뭐고, 또 '오목'은 뭐길래 이리 난리가 났을까?

▲그림1. 전 세계(왼쪽) 및 한국 이산화탄소 배출량 그래프. ⓒOur World in Data

아직 시민들에게는 낯설 수 있지만, 기후정책 전문가나 활동가들에게는 익숙한 그래프(그림1)가 있다. 1990년부터 현재까지 계속 증가해온 온실가스 배출량 그래프다. 전세계 배출량 그래프는 지금도 계속 증가하지만, 다행스럽게 한국의 그래프는 조금 다르다. 2018년까지는 계속 증가해오다가 코로나 재난을 거친 이후 감소하는 추세에 들어섰기 때문이다.

한편,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 그래프가 2050년에 와서는 제로(0)가 돼야 한다. 소위 '2050 탄소중립'이 돼야 한다.('탄소중립' 개념의 복잡함이나 담론적 위험성 등에 대한 논의는 별개로 하자). 그렇다면 전세계 그래프는 하루 빨리 증가를 멈춰 정점을 찍고 빠르게 2050년까지 제로(0)를 향해 줄어들어야 한다. 한국의 경우에는 2018년에 정점을 찍고 줄어드는 배출량 추세가 유지하면서, 지금까지보다 더 빠르게 줄어야 한다.

그런데 한국의 배출량이 2050년까지 제로(0)까지 줄어드는 데에는 다양한 경로가 있을 수 있다. 배출을 줄이는 노력은 부담스럽고 심지어 고통스러울 수 있으니, 처음에는 천천히 줄이다가 나중에 과감히 줄여나가기로 계획할 수 있다. 계속 숙제를 미루다가 마지막에 한꺼번에 몰아서 하겠다는 셈인데, 윤석열 정부가 세웠던 2030년 감축계획(NDC)에서 두드러진다. 이를 그래프로 그리면 위로 '볼록'하게 된다.

그러나 지금 부담된다고 숙제를 미루면 나중에는 감당하기 더 어렵게 되기 쉽다. 사실상 감축을 안하겠다는 이야기에 가깝다. 사실 윤석열이 아니더라도, 5년짜리 임기의 정권이 30년 장기계획을 세울 때 쉽게 빠져드는 유혹이다. 내 임기 때는 하기 싫으니 다음 정권에 맡기자! 그러나 결국은 '후발세대'에게 감축의 부담을 떠안기는 격이고, 또한 그사이에 배출된 온실가스로 인한 기후재난의 고통도 떠넘기는 꼴이다. 그 고통은 '후발세대'만이 가난한 나라와 가난한 이들이 지금 짊어지고 있기도 하다. 그래서 위로 '볼록'한 감축 경로를 반대하는 이유다.

▲그림2. 2030 NDC 연도별 감축목표(왼쪽) 그래프. 감축 그래프가 '볼록'한 감소곡선을 그린다. ⓒ국가기후위기대응위원회(왼쪽), 녹색연합

기후운동은 아래로 '오목'한 감축 경로가 더 타당하고 주장한다(그림2). 초기에는 부담이 될 수 있지만, 감축을 처음부터 과감히 시작해야 제때 탄소중립에 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야 파리협정에서 정한 1.5도 기온 상승 저지 목표를 지킬 가능성도 높아진다.

게다가 국제적인 기후정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도 절실하다. 잘사는 나라들이 그동안 온실가스를 펑펑 배출하면서 부를 쌓는 사이, 가난한 나라들은 그 부의 원천이 된 자원과 노동력을 착취당했을 뿐만 아니라 기후재난의 피해까지도 고스란히 떠안아 왔다. 2022년, 국토 삼분의 일이 잠기고 3300만명이 수재민이 됐던 파키스탄의 홍수를 생각해보라.

한국을 포함한 선진산업국들의 이런 역사적 책임 때문이라도 빨리 그리고 더 과감히 온실가스를 감축해야 한다. '지구적 남반구'의 가난한 나라들이 기후위기 속에서도 빈곤에서 벗어나서 발전할 수 있는 여력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오목' 경로가 절실한 이유이기도 하다.

단지 '오목' 하기만 하면 되나?

그러나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을 보여주는 첫 번째 그림은 누가 그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지를 보여주지는 못한다. 또한 감축 경로를 보여주는 두 번째 그림도, 누구에게 책임을 묻고 비용을 부담시켜야 하는지 말해주지 않는다. 그저 전세계 혹은 한 국가의 사람들 모두가 열심히 온실가스를 감축해야 한다는 말만 전하고 있을 뿐이다.

▲그림3. 2023년 소득 분포에 따른 1인당 탄소 배출량(오른쪽) ⓒ옥스팜(2025)

우리는 또 다른 그래프를 떠올려 봐야 한다(그림3). 세계적인 구호단체인 옥스팜(OXFAM)은 매년 탄소불평등 보고서를 발간하고 있다. 지난해 보고서에서도 다시 확인하듯, 온실가스배출량은 소득 계층별로 대단히 불평등하다. 전 세계 배출량의 거의 50%를 상위 10%의 부유층들이 사치와 과시를 위해서 배출하고 있다. 더 많은 비행기 여행, 큼직한 자동차 여러 대, 거대한 저택, 꼭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과시하기 위해서 모아대는 명품들… 이 모든 것이 엄청난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한국의 경우에는 세계적 불평등 양상과 달리 조금 완화돼 있으나, 상위 10%의 부유층이 온실가스 30%를 배출한다는 점도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다. 이런 불평등을 그대로 둔 채, 과감한 온실가스 감축은 불가능하다. 옥스팜이 작년 탄소불평등 보고서의 제목을 "기후위기, 불평등이 불러온 세계의 재난"으로 삼은 이유다. 불평등이 기후위기를 초래한 것이다. 초부유층들의 과도한 탄소 배출량을 과감히 줄이려는 노력이 없이, 온실가스 감축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탄소불평등은 단지 부유층의 소비에 의한 것만은 아니다. 전세계의 초부유층은 기후위기 시대에 꼭 필요한 투자가 무엇인지에 대한 공적이고 민주적인 토론에 구속받지 않고, 사유화한 막대한 부를 자신 마음대로 휘둘러 투자하고 있다. 이들은 온실가스를 대량으로 배출하는 석유 및 가스 채굴 산업·기업 등의 '오염기업'에 투자해 거대한 부를 쌓아가는 반면, 엄청난 양의 온실가스 배출을 야기하고 있다. 옥스팜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 222명의 투자에 의해서 유발된 온실가스배출량은 18억 5000만톤으로, 전 세계 배출량의 무려 4%를 차지한다. 세계 5위 국가 수준에 해당하는 양이다.

또한 초부유층 120명이 99개의 석유, 가스, 시멘트 기업들 지분의 절반을 공동소유하고 있는데, 이 기업들은 2023년 현재 총 100억 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있다. 전 세계 배출량의 거의 5분의 1에 해당한다. 따라서 옥스팜은 "정부가 초부유층의 과도한 배출량과 그들의 경제적, 정치적 영향력을 억제하는 조치를 하지 않는다면, 기후 시스템의 완전한 붕괴는 불가피하다"고 결론짓고 있다. 한국은 어떨까? 옥스팜과 같은 분석은 국내에 있지는 않지만,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평평해야 한다

뭘 평평하게 하자는 말인가. 세 번째 그림이 보여주듯, 전세계 상위 0.1%의 초부유층은 일 인당 298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그런데 하위 50%의 가난한 사람들은 0.8톤인데, 0.1% 초부유층 배출량의 373분의 1에 불과했다. 하위 10%의 더 가난한 사람들은 0.2톤을 배출할 뿐이며, 이는 0.1%의 초부유층 배출량의 1490분의 1에 해당할 만큼 미미했다.

이런 불평등을 해결하는 것이 절실하다. 이를 해결한다는 것은 초부유층과 저소득층의 배출량을 비슷하게 만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저소득층의 배출량을 초부유층의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주장은 아니다. 오히려 초부유층의 막대한 배출량을 과감히 감축해서, 다른 이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낮춰 평평하게 만들어야 한다. 물론 전지구적 차원에서는 저소득층의 낮은 배출량을 어느 정도 끌어올려서 평평함을 이뤄야 할지도 모른다. 그들의 빈곤을 해결하기 위해서 필요한 일일 수 있다. (이는 오래전에 글로벌 커먼즈 연구소(Global Commons Institute)가 제안하고 있는 '감축과 수렴' 모델이 제안하는 바와 유사하다).

어떻게 하면 평평하게 만들 수 있을까? 앞서 옥스팜 보고서는 △세계 최상위 부유층에 대한 증세 △대기업의 초과 이익에 대한 영구적 과제 시행 △추가 부유세 도입 및 오염 유발 투자에 대한 부유세·자본이득세·소득세율 인상 등을 제안하고 있다. 초부유층의 사치성·과시적 소비를 감축하고, 거대한 부의 탄소 배출 투자와 이를 지속하도록 하는 정치·사회적 영향을 제거하자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오목'한 감축 경로를 만들어낼 수 없다.

누가 '볼록' 경로를 선호하고 주장하는가. 초부유층과 대기업들일 것이다. 누가 '오목' 경로를 선호하고 주장하는가. 기후운동가들이겠지만, 이들의 주장에는 초부유층과 대기업들의 거대한 탄소불평등의 해결이 종종 생략된다. 우리는 오목해야 할 뿐만 아니라, 평평해야 한다고 주장해야 한다. 그래야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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