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로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고했던 이란 발전소 공격을 5일간 보류하고 이란과의 종전 협상을 시사하면서 국제유가가 10%를 넘게 급락했다. 브렌트유 가격은 장중 배럴당 114달러를 웃돌다가 100달러 아래로 떨어지며 극심한 변동성을 재확인했다.
23일(현지시간)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은 전 거래일보다 10.9% 하락한 배럴당 99.9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10.3% 내린 배럴당 88.13달러에 마감했다.
브렌트유는 이날 아시아 거래 초반만 해도 전쟁 불안 심리에 배럴당 114달러를 상회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군사 공격을 5일간 유예한다고 밝히자 한때 96달러선까지 저점을 낮췄다. 이후 이란 측이 미국과의 협상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는 보도가 전해지면서 낙폭을 일부 되돌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지난 이틀간 미국과 이란 양국이 중동 지역의 적대행위를 완전하고 전면적으로 해소하기 위해 매우 유익하고 생산적인 대화를 나눴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심도 있고 건설적인 대화를 바탕으로 이란 발전소와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모든 군사 공격을 5일간 유예하도록 국방부에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21일, 이란이 48시간 안에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하지 않으면 발전소를 ‘초토화’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그는 이날도 스티브 윗코프 중동특사와 재러드 쿠슈너 등 미국 대표단이 이란 최고위급 인사들과 협상을 진행했으며, 이란의 핵무기 포기를 포함해 “거의 모든 쟁점에서 합의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란 정부는 즉각 이를 부인했다. 이란 국영 IRNA 통신에 따르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강요된 전쟁이 계속된 지난 24일 동안 미국과 어떤 협상이나 대화도 없었다”고 밝혔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촉발된 이번 분쟁 이후 이란은 원유 수송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봉쇄한 상태다. 이로 인해 국제유가는 전쟁 관련 발언과 조치에 따라 급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파티 비롤 사무총장은 호주 캔버라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현 상황을 종합해 볼 때 이번 위기는 1970년대 두 차례 오일 쇼크와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가스 공급 충격을 모두 합쳐놓은 수준”이라고 평가하며 에너지 시장의 불안을 경고했다.
미국은 에너지 공급 불안을 완화하기 위해 제재 완화 카드도 꺼내 들었다. 이미 선박에 적재된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제재를 일시 면제한 데 이어, 지난 20일부터는 선박에 실린 이란산 원유 판매도 한시적으로 허용했다. 다만 이란은 “더 판매할 원유가 남아 있지도 않다”며 미국의 조치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중동 전쟁 장기화 가능성이 여전한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 유예’와 이란의 ‘협상 부인’이 교차하는 혼선 속에서 국제유가는 향후에도 큰 폭의 변동성을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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