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밥을 챙겨 먹어야 하루를 잘 보내는 사람이 있고 거꾸로 걸러야 하루를 잘 보내는 사람이 있다. 아침을 먹지 않아야 속이 편해 지내기 좋다는 쪽은 '잔입'으로 이른 아침 집을 나서는 일이 드물지 않다. 자고 일어나서 (아직) 아무것도 먹지 않은 입을 잔입이라고 한다. "뒤숭숭한 꿈자리에서 눈을 떠 보니 어느덧 날이 밝았다. 영신은 잔입으로 출근 시간이 되기를 기다려 경찰서로 갔다"(심훈/상록수)라는 소설 속 쓰임이 보인다.
잔입과 같은 뜻의 낱말로 '마른입'이 있다. 마른입은 또, '국이나 물을 먹지 않은 (마른) 입'이라는 의미로도 쓰인다. ≪"어서 마른입부터 축이게." 박 문장이 표주박으로 막걸리를 치며 재촉을 했다.≫(송기숙/녹두 장군)라는 문장이 있다. '마른입으로 밥을 먹으려니 따끈한 국물 생각이 간절하다'고도 쓸 수 있다. 잔입이 마른입이 되지 않게 적시려고 잠자리 머리맡에 준비해 두는 물이 '자리끼'다. 잔(sleep) 입이라 잔입이고 마른(dry) 입이라 마른입이고 자다가 마시니까 자리끼일까. 하지만 잔입의 '잔'은 가늘고 작다고 할 때 쓰는 '잘다'의 관형사형 '잔'이 접두사화한 것이라는 분석(※ 이하 1번 참고)이 국어학 책에 나온다. 잔가지 잔꾀 잔소리 할 때 그 '잔-'이다.
아침에 아무것도 먹지 않은 입이 잔입이자 마른입이면 그때 그 입은 맨입이기도 하다. '아무것도 먹지 않은 입'이 맨입의 첫 번째 뜻이어서다. 그러나 맨입은 '아무런 대가도 치르지 않은 상태'이거나 '이권이나 편의를 봐주는 대가 따위를 받지 않은 상태'를 빗대는 두 번째 뜻으로 자주 쓰인다. 어려운 부탁을 누군가에게 할 때 걱정한다. "맨입으로 부탁해도 될까." '맨입으로 드난한다'라는 속담이 있다. 그저 입만 놀리면서 드난살이를 다 하려 든다는 뜻이다. 임시로 남의 집 행랑에 붙어살면서 그 집 일을 도와주는 것을 드난한다고 한다. 그런 삶이 드난살이다. 드난살이는 말로 하는 게 아니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
※ 이 글은 다음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1. 조항범, 『우리말 표현 사전』, ㈜태학사, 2024 (성남시 전자도서관, 제공처 YES24) - 111 잔입·마른입 부분 인용
2. 엮은이 보리 사전 편집부, 『속담 사전』, ㈜도서출판 보리, 2024
3. 표준국어대사전
4. 고려대한국어대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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