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중동 사태가 4주차에 접어들면서 내달부터 에너지 수급 불안이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사태 장기화에 대비해 차량 5·10부제 도입 등 수요 억제를 위한 정책 도입이 시급하다는 제언도 뒤따른다.
23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산업계 전반에 4월 ‘에너지 쇼크’가 닥치리란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국내로 들어오는 원유 약 70%와 액화천연가스(LNG)의 13%가 지나는 호르무즈 해협 통행 차질이 장기화하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차츰 현실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미래에너지융합학과 교수는 “1970년대 오일 쇼크 땐 가격만 올랐지만 이번엔 공급 자체가 막힌 상황”이라며 “LNG 공급 차질까지 고려하면 오일 쇼크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국내에는 약 1억 9000만배럴 가량, 국제에너지기구(IEA) 산정 기준 208일간 쓸 수 있는 비축유가 있다. 최근 아랍에미리트(UAE)에서 2400만배럴의 원유를 추가 확보해 3월 말부터 차례로 입항 예정이다.
그러나 실질적으론 208일보다 더 빨리 수급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국내로 들어온 원유 중 상당량은 정제 후 수출하는 구조이기에 수출 물량을 통제하지 않는 비축분이 더 빨리 소진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하루 국내 원유 사용량은 약 280만배럴으로 이를 토대로 보면 비축분은 약 68일치다. 정부가 석유화학업계 셧다운 우려를 감수하면서까지 석유제품 수출 제한 조치를 검토 중인 이유다.
산업계에선 이미 원료 수급 차질 우려가 현실화하는 모습이다. 산업 기초소재 원료인 나프타의 경우 국내 정제분 외에 절반 가량을 중동산 수입에 의존해 왔기에 이미 일부 기업 재고가 바닥나기 시작했다. 당국은 중동 사태가 이어진다면 산업 생산이나 생활에 밀접한 약 30~40개 품목에서 재고 부족 우려가 커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정부는 당장 4월까진 국내 에너지 수급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장 불안이 과도하게 확산되는 것을 경계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주요 산업 공급망 차질 우려에 대응해 23일 서울청사에 설치한 공급망지원센터를 중심으로 관리하기로 했다.
그러나 4월 이후로도 호르무즈 해협 항로가 막힌다면 우리나라에 큰 충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미국이 러시아산 원유 수입 규제를 일시적으로 완화했으나 ‘세컨더리 보이콧(제삼자 제재)’ 문제가 남았다. 제3국 원유 수입을 늘리더라도 중동산 원유에 맞춰진 국내 정제시설이 이를 잘 소화할 수 있을 지 미지수다.
유 교수는 “정부가 다각도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호르무즈 해협 운항이 정상화되지 않는 한 한시 대책일 수밖에 없다”며 “5·10부제 도입 등 추가 대책을 통해 국민에게 현 위기 상황을 알리고 수요를 억제함으로써 우리가 버틸 수 있는 기간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