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P "헝가리 외무장관이 EU 정보 러와 공유"…EU "심각히 우려"
(로마=연합뉴스) 민경락 특파원 = 헝가리 정부 측이 유럽연합(EU) 정보를 러시아와 몰래 공유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헝가리 정부는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지만 의혹에 힘을 싣는 언급이 이어지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23일(현지시간) 유럽의 한 당국자를 인용해 시야르토 페테르 헝가리 외무장관이 EU 회의에서 논의된 기밀 정보를 러시아와 공유했다고 보도했다.
시야르토 장관이 EU 회의 도중 쉬는 시간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에 전화해 회의 내용을 전달하고 러시아를 위한 대응안도 제시했다는 것이다.
시야르토 장관은 "가짜 뉴스"라며 강하게 부인했다.
하지만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는 "헝가리 인사들이 EU 회의 내용을 모스크바에 전달한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놀랄 일은 아닐 것"이라며 WP 보도에 힘을 실었다. 그러면서 "이것이 내가 꼭 필요한 경우에만 발언하고 필요한 만큼 말하는 이유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EU 집행위는 WP 보도에 "심각하게 우려된다"며 헝가리 측에 해명을 요구했다.
오르반 빅토르 총리 진영은 이번 EU 정보 누설 보도가 나오자 반우크라이나 정서에 기대 의혹 진화에 애쓰고 있다. 오르반 총리는 이날 우크라이나가 시야르토 외무장관의 통화를 도청했다고 주장하며 대한 조사를 지시했다.
친러시아 성향의 오르반 총리는 다음 달 총선을 앞두고 EU의 우크라이나 지원으로 헝가리가 경제 침체에 빠졌다고 주장하며 지지율 반등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가 우크라이나가 전쟁 중 파손된 드루즈바 송유관을 일부러 복구하지 않는다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EU 대출 지원을 막아선 것도 이런 정치적 노림수 때문이라는 해석이 많다.
EU 내 '이단아'와 같은 위상 덕분에 그는 EU의 균열이 반가운 러시아와 미국의 지지를 동시에 받고 있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내달 초 헝가리를 방문해 오르반 총리 지지 의사를 표명할 예정이다. 러시아가 오르반 총리 암살 시도 사건을 꾸며 총선 승리 가능성을 높이려고 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런 노력에도 오르반 총리는 최근 여론 조사에서 야당에 모두 큰 격차로 밀리면서 이번 총선에서 16년 만에 정권을 내줄 처지다.
rock@yna.co.kr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