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최진승 기자] 경상북도 의성군 금성면 탑리리. 마을 이름부터 ‘탑(塔)’이 들어간 이곳은 예부터 범상치 않은 기운을 품은 동네다. 낮은 담벼락을 지나 탑리리 마을 안쪽, 중학교 교정에 들어서면 보는 이를 압도하는 거대한 석탑 하나가 우뚝 솟아 있다. 바로 국보 제77호로 지정된 ‘의성 탑리리 오층석탑’이다.
◇ 전탑의 견고함과 목탑의 부드러움을 동시에
높이 약 9.6m에 달하는 이 석탑은 언뜻 보면 흙을 구워 만든 벽돌을 쌓아 올린 ‘전탑(塼塔)’처럼 보인다. 하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이는 착시였음을 깨닫게 된다. 커다란 화강암을 하나하나 깎고 다듬어 짜 맞춘 ‘석탑’이기 때문이다.
이 탑이 국보로 지정된 이유는 독특한 ‘혼합 양식’에 있다. 탑의 몸돌을 받치는 기둥돌을 살펴보면 가운데가 볼록하게 솟은 ‘배흘림(Entasis)’ 기법이 뚜렷하다. 이는 고대 목조 건축에서 주로 보이던 양식이다. 즉 나무로 만들던 탑의 형식을 돌이라는 재질로 구현해낸 것이다.
동시에 지붕돌의 윗면과 아랫면이 층단 형태로 깎인 모습은 영락없는 전탑의 형태를 띠고 있다. 전문가들은 "목탑에서 석탑으로 넘어가는 과정, 그리고 전탑의 유행이 혼합된 통일신라 전기의 과도기적 특징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한다.
◇ 마을의 수호신이자 역사의 증인
탑리리 오층석탑은 단순히 유물로서의 가치를 넘어 마을의 정체성 자체다. 9세기에 건립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탑은 천 년이 넘는 세월 동안 같은 자리를 지키며 마을의 흥망성쇠를 지켜봤다. 단단한 기단부와 당당하게 뻗은 5층의 탑신은 여전히 통일신라의 기개를 뿜어낸다. 특히 하층 기단 없이 지면에 바로 기단이 놓인 형태는 이곳 의성과 인근 상주, 문경 지역에서 주로 나타나는 독특한 지역색을 보여준다.
학교 운동장에서 뛰어노는 아이들과 그 뒤로 묵묵히 서 있는 천 년의 석탑. 탑리리 오층석탑은 오늘날에도 지역민의 삶 속에서 호흡하며 화려하게 꽃피웠던 고대 불교문화의 정수를 웅변하고 있다.
초여름 햇살을 받은 석탑의 거친 질감은 마치 당시 석공들의 거친 숨소리를 전하는 듯하다. 경북 북부 지역 전탑 전통의 기원이자 석탑 양식의 보물 창고인 의성 탑리리에서 이번 주말 돌에 새겨진 나무의 숨결을 찾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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