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N유산] BTS와 달항아리, 겸손의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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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N유산] BTS와 달항아리, 겸손의 미학

뉴스컬처 2026-03-23 20:54:1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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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컬처 최진승 기자] 방탄소년단(BTS)은 데뷔 초기부터 겸손을 미덕으로 삼았다. 최근 컴백 공연을 앞두고 멤버 RM은 SNS를 통해 "우리는 결함이 많고 부족한 사람들"이라고 했다. 지난 21일 공연에서도 멤버 지민은 "우리는 특별한 사람들이 아니다"며 자신들을 낮췄다.

BTS의 겸손은 한국적 문화에서 비롯된다. 사실 한국인이라면 이 같은 태도가 유교적 전통의 맥락에서 자연스럽게 이해되는 부분이다. 역설적이게도 BTS가 지닌 겸손의 미덕은 해외 팬들에게 BTS를 더 특별하게 보이게 했다. BTS는 우리 문화유산의 여러 부분을 닮아 있다. BTS의 공연을 보면서 '달항아리'를 떠올렸다고 하면 지나친 비약일까?

달항아리는 조선후기 백자의 정수이자 '겸양(謙讓)'의 미를 가장 잘 보여주는 문화유산으로 평가된다. 이미 세계적 그룹으로 인정받고 있음에도 "우리는 결함이 많은 사람들"이라며 스스로를 낮추는 RM의 고백이나, "특별한 사람이 아니다"라며 팬들과 눈을 맞추는 지민의 태도는 달항아리가 지닌 겸양의 미덕을 떠올리게 한다. 우리 말에 겸손과 겸양은 유사하지만 다른 의미를 지닌다. 겸손이 스스로의 불완전함을 인정하는 내면적 '태도'를 뜻한다면, 겸양은 이를 바탕으로 타인을 배려하고 양보하는 구체적 '실천'의 뜻을 내포한다.

조선후기 관요(왕실 도자기 가마)에서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백자 항아리. 달항아리처럼 다소 과장되게 부풀다가 아래로 갈수록 좁아지며 좌우 비대칭을 이루고 있다. 사진=뉴스컬처, 부산시립박물관
조선후기 관요(왕실 도자기 가마)에서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백자 항아리. 달항아리처럼 다소 과장되게 부풀다가 아래로 갈수록 좁아지며 좌우 비대칭을 이루고 있다. 사진=뉴스컬처, 부산시립박물관

달항아리가 그렇다. 장식이나 문양 하나 없이 휑하니 비어있는 몸체, 완벽한 원형이 아니라 살짝 이지러진 부정형의 곡선은 인위적인 과시를 덜어낸 '비움의 미학'을 상징한다. 스스로를 뽐내지 않기에 오히려 주변의 모든 풍경을 포용하는 넉넉함은 자신의 취약함을 솔직하게 드러냄으로써 전 세계 아미(ARMY)들과 깊은 유대감을 형성한 BTS의 진솔함과 닮아 있다.

영국 킹스턴대의 콜레트 발메인 교수가 지적했듯 BTS의 인기 비결은 역설적이게도 '취약함을 드러내는 용기'에 있다. 이는 유교적 전통에서 군자가 지녀야 할 덕목인 '성(誠)'과 '경(敬)'의 현대적 변용이라 할 수 있다. 화려한 무대 장치와 퍼포먼스 뒤에 가려진 그들의 인간적인 고뇌와 겸손한 자세는 서구권 팬들에게 신비로운 카리스마가 아닌, 깊은 공감과 위로를 주는 한국적 미덕으로 다가갔다.

우리 문화유산의 기저에는 억지로 꾸미지 않는 자연스러움이 깔려 있다. 달항아리가 비뚤어진 선을 그대로 두듯 한국의 미는 완벽한 대칭보다 생동감 있는 불균형을 예찬한다. BTS는 'Permission to Dance'에서 인위적 제약을 벗어나 마음이 가는 대로 몸을 맡기라고 노래한다. 기교를 부려 억지로 매끄럽게 만든 백자가 아닌, 가마 속 불의 흐름에 몸을 맡겨 자연스러운 굴곡을 얻어낸 달항아리의 제작 과정을 연상케 한다.

지난 21일 컴백 무대에서도 BTS의 정체성은 빛을 발했다. 완벽하진 않았지만 있는 그대로의 진솔함이 묻어나는 무대였다. 팬들은 BTS의 퍼포먼스뿐 아니라 그들의 진솔함에 매료된다. 부족함을 인정할 줄 아는 겸손함이 있기에 인위적인 틀에서 벗어나 자유로울 수 있다는 걸 보여준 무대였다.

아티스트에게 작품 활동은 자신의 철학을 구체적으로 실천한 결과물이다. 그렇다면 BTS가 체화한 한국적 색채는 앞으로 어떤 길을 열어갈 것인가. BTS의 향후 활동이 대중음악의 범주를 넘어 동양적 가치관이 결합된 새로운 형태의 '문화적 연대'로 이어지길 기대하게 된다.

자신을 낮추고 타인에게 양보하는 겸양의 태도는 앞으로 K-콘텐츠가 지향할 이정표가 된 것 같다. 인위적인 세를 과시하기보다 자연스럽게 팬들에게 스며드는 영향력과 비워냄으로써 더 많은 가치를 채우는 '비움의 미덕'이 BTS의 음악 활동과 함께 전 세계에 전파될 것으로 보인다. 가장 한국적인 미덕이 가장 세계적인 공감을 불러일으킨다는 사실을 우리는 달항아리를 닮은 일곱 청년을 통해 확인하고 있다.

뉴스컬처 최진승 cjs9274889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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