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최근 민주당 지지층을 세 그룹(A·B·C)으로 나누면서 제2의 수박 논쟁으로 확산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합당과 검찰개혁 등을 놓고 '뉴이재명'을 등에 업은 친명계와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층의 지지를 받는 친문계간 갈등이 불거진 상황에서 유 전 이사장이 친명계 인사들을 '기회주의자'라고 직격하자 이언주 최고위원과 한준호 의원 등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서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오는 8월 예정된 전당대회까지 당내 권력 투쟁이 치열하게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가치중심 A그룹, 이익중심 B그룹 분류, 혼합성향 C그룹
유시민 "뉴이재명 B그룹이 A그룹을 '반명'이라 공격"
유시민 전 이사장은 지난 18일 유튜브 매불쇼에 출연해 민주당 지지층에 대해 'ABC론'을 펼쳤다.
ABC론은 A(가치 중심), B(이익 중심), C(A와 B의 혼합)로 정치인과 지지층을 나눈 것이다.
유 전 이사장은 "A그룹은 대선 당시부터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이재명으로 이어지는 흐름을 지탱해 온 민주당의 핵심 코어 지지층"이라고 정의했다.
또, B그룹에 대해서는 "대통령의 의중을 살피는 척하지만 실질적인 목적은 본인의 정치적 성공"이라며 "이들은 대통령의 지지율이 높을 때는 곁을 지키지만, 위기가 오면 자신들의 손해를 피하기 위해 가장 먼저 돌을 던질 사람들"이라고 일갈했다.
이어 "이 대통령 지지율이 높으니까 B그룹이 엄청 늘어나고 있다. 지금은 B그룹에 속한 사람이 나대기에 좋은 시기다"며 "대통령 지지율이 높으면 높을수록 A그룹은 줄어들고 B와 C그룹은 커진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유 전 이사장은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지면 B그룹이 제일 먼저 떨어져나간다. 감탄고토(甘呑苦吐)라고 한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사람들이다"고 비판하면서 "합당과 검찰개혁 국면에서 B그룹에 속한 정치인들과 지지층이 A그룹을 '반명'이라고 낙인을 찍는 전략을 쓰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재명 대통령을 당선시킨 연합은 내란극복연합(조국혁신당, 시민사회 등)이다. 검찰개혁을 정부안대로 갔으면 내란극복연합을 해체시키는 것이다"고 내란극복연합층이 이 대통령 '코아'층인 A그룹이라고 강조했다.
유 전 이사장은 "이 대통령의 작은 행정으로 지지율을 다지면서 올라간다. 하나씩 쌓아가는 이재명 대통령 지지율은 꾸준히 다지면서 올라간다. 안정적으로 국정수행 지지율이 올라간다"고 이 대통령 지지율 상승 특성을 분석했다.
이어 "지방선거에서 이대통령 국정수행 지지하는 유권자들이 경선에서 치열하다. 이 경선과정에서 '뉴이재명층'인 B그룹은 A그룹을 축소하고 와해시켜야 한다. 이들은 A그룹에서 인기가 없기 때문에 A그룹을 조각조각 위축시키려고 한다. A그룹에 영향을 미치는 뉴스공장, 매불쇼, 유시민 등을 '반명'이라고 규정하고 비판한다"며 "자신의 이익만을 위한 B그룹은 결국 내란극복연합을 균열시키고 전체를 와해시킨다"고 비판했다.
이 과정에서 새롭게 유입된 '뉴이재명'(B그룹) 세력이 A그룹인 문재인 전 대통령과 정청래 대표, 조국 대표, 김어준 씨 등을 비난하게 되는 결과로 나타났다고 진단했다.
유 전 이사장은 지난 15일 국회에서 이언주 최고위원 주최로 열린 '뉴이재명 토론회'에서 함돈균 교수가 노무현, 문재인 전 대통령 지지자들을 비하하고 민주당의 역사를 부정하는 발언을 한 것에 대해서도 강한 유감을 표했다.
그는 "이재명 정부를 지지하는 새로운 유입은 환영할 일이지만, 기존 지지층을 깎아내리는 네거티브 방식은 내부 분열만 초래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친명계, 유시민 ABC론에 '발끈'
이언주 "선민주의" 송영길 "친문, 李 낙선 바래"
유 전 이사장의 발언이 공개되자 여권은 기존 친명계와 친문계간 격렬한 논쟁에 빠진 모습이다.
지지층 사이에서는 제2의 '수박' 논쟁으로 확산되고 있다.
친명 커뮤니티인 '재명이네마을'에는 "유해(有害)시민 씨가 드디어 본격 갈라치기에 나섰다" "A그룹은 사실상 '팀 김어준' 아니냐. 이제는 반명이라는 말도 아깝다" 등 격한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친명계 인사들은 친문계를 겨냥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언주 의원은 19일 중앙일보 정치토크쇼 '황현희의 불편한 여의도'에 출연해 유 전 이사장을 겨냥해 "(그들이야말로) 선민주의"라며 "지나치게 이념과 진영에 매몰돼 있다"고 비판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인 곽상언 의원도 지난 20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유 전 이사장을 향해 "민주당을 응원하는 분들을 임의대로 나눠 예언자처럼 말한다"고 직격했다.
곽 의원은 "그동안 많은 정치 행위를 보게 되면 노 전 대통령과 관련 없는 행위를 하신 적이 별로 없다"며 "국민 마음속 깊이 가지고 있는 죄책감을 자신의 주장,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활용한 분 중 하나"라고 유 전 이사장을 비판했다.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도 지난 22일 경향신문 유튜브에서 "제가 친문 세력과 싸우면서 당 대표가 됐다"고 말했다.
송 전 대표는 "이재명을 반대했던, 그리고 저를 반대했던 소위 친문 세력의 상당수 의원이 (2022년 대선 당시) 이재명 선거 운동을 안 했다"며 "사실상 이재명 후보의 낙선을 바랐던 세력들"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딴지 게시판'에서는 친명계로 분류되는 한준호·이언주 의원을 'B준호' 'B언주'로 부르며 조롱하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8월 전당대회 앞두고 여권 분화 가속 전망
김민석 "유시민, TV 출연 즐기는 강남 지식인" "ABC론 생각 달라"
정치권에서는 시간이 갈수록 양측 간 대립이 격화할 것이란 전망이 적지 않다. 특히 오는 8월 예정된 전당대회는 2028년 총선의 공천권이 걸려 있는 만큼 당내 권력 투쟁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이번 유 전 이사장의 발언을 놓고 차기 당권 주자로 꼽히는 정청래 대표와 김민석 국무총리의 반응은 극명하게 차이가 난다.
정 대표는 19일 유 전 이사장과 과거 일에 대해 서로 사과하며 가까워지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반면 같은 날 한 언론사 카메라에는 김민석 총리가 김현 의원에게 "(유 전 이사장은) 유명세, TV 출연을 즐기는 강남 지식인"이라고 전한 텔레그램 메시지가 포착되기도 했다.
이후 20일 자신의 발언에 대해 사과의 뜻을 전하면서도 "ABC론의 타당성과 부작용 등에 대해 생각이 다르다"고 밝혔다.
김 총리는 23일에도 'ABC론'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그는 이날 'K-국정설명회'에서 "저희는 상대적으로 민주개혁진보의 입장을 취하는 정당, 정치세력, 정권, 정부"라며 "저는 이것이 현실에 맞고 승리해왔고 앞으로도 성공하고 국민 대다수와 교감할 수 있는 방향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경제·정치 등을 일류·이류로 나눈 시기가 있고 국민을 ABC로 나누기도 하지만, 국민도 기업도 정부도 힘을 모으고 실용과 민주의 길, 개혁과 중도 통합의 길로 가면 우리의 소명을 다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지원 "비생산적 뺄셈 정치" 원조 친명 김병욱 "갈라치기 안돼"
한편, 앞서 합당과 검찰개혁 국면에서 당내 갈등이 격화된 전례가 있는 만큼 당내에서는 분열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박지원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에서 "유 작가가 현실 정치인이 아니라 리버럴한 작가의 견해로 그러한 분석을 했는데, 거기에 동의할 수 없다"며 "그 분파 자체가 비생산적으로 뺄셈 정치"라고 비판했다.
청와대 정무비서관 출신이자 원조 친명 그룹인 7인회 중 한 명인 김병욱 성남시장 후보도 22일 MBN <정운갑의 집중분석> 에 출연해 "과거 민주당을 지지했던 세력과 새로 생긴 세력을 (나눠) 대립적인 관계로 바라보는 관점에서 나온 발언인 것 같다"며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정운갑의>
김 후보는 "이재명 대통령이 지닌 시대정신이 있다. 과거에는 기본 소득, 최근에는 '성장의 시대', '국제 경쟁력' 등 다양한 화두를 던지고 있다"며 "과거 독재 정권과 싸우며 형성된 민주화 운동의 산물이 있고, 친노·친문 세력까지 합쳐져 이 대통령의 새로운 시대정신에 동의하는 지지층이 형성된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YTN라디오 <장성철의 뉴스명당> 에서도 '뉴이재명'에 대해 "독재에 반대했던 민주화 세력들과 노무현 대통령의 서민 정치, 문재인 대통령이 갖고 있는 상징성이 민주화 세력의 자산이고 이 대통령은 새로운 아젠다를 끄집어내며 중도 보수론까지 얘기했다"며 "갈라치기식의 네이밍으로 작용하기보단 일을 잘하고 있는 이 대통령에 공감하는 외연 확장"이라고 강조했다. 장성철의>
[폴리뉴스 김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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