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먹거리 얻고 규제리스크 덜고…정용진의 '트럼프 이너써클' 활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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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먹거리 얻고 규제리스크 덜고…정용진의 '트럼프 이너써클' 활용법

르데스크 2026-03-23 19:07:33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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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측근 인사들, 이른바 '트럼프 이너써클'과의 돈독한 관계가 재조명되고 있다. 최근 정 회장은 미래 먹거리 발굴의 일환으로 미국 인공지능(AI) 기업과 손잡고 국내 최대 규모의 AI 데이터센터 건립을 추진 중인데 협업을 약속한 기업이 트럼프 행정부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 권력층을 뒷배로 둔 정 회장의 미래 먹거리 발굴 행보는 한국 정부 및 지자체 등의 규제 리스크에 있어서도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판 아마존' 꿈꾸는 정용진…글로벌 최고 권력 '트럼프 이너서클' 적극 활용

 

재계 등에 따르면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은 지난 16일(현지시간) 샌프란시스코 국립AI센터에서 미국 리플렉션AI와 한국 소버린 AI 팩토리 건립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들 기업은 하반기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국내에 250㎿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SK텔레콤과 아마존웹서비스(AWS)가 울산에 건설 중인 데이터센터(103㎿)의 두 배가 넘는 규모다. 아직까지 입지, 착공·완공 시점 등 구체적인 계획은 비공개인 상태다. 이번 협력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7월 행정명령을 통해 추진 중인 'AI 수출 프로그램' 1호 사업이다. 해당 프로그램은 데이터센터와 AI 서비스를 패키지 형태로 해외에 공급하는 내용이 골자다. 협약식에는 리플렉션AI 창업주와 함께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실세로 꼽히는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이 직접 참석했다.

 

▲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국내 최대 규모의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설립을 발표했다. 사진은 16일(현지시간) 열린 신세계그룹과 미국 리플렉션 AI 간 '한국 소버린(주권) AI 팩토리 건립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 협약식'에서 기념 촬영 중인 미샤 라스킨 리플렉션 AI CEO,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왼쪽부터) [사진=연합뉴스]

 

리플렉션AI는 2024년 2월 구글 딥마인드와 OpenAI 출신의 핵심 연구진이 설립한 신생 AI 스타트업이다. AI가 추론 과정에서 스스로 오류를 진단하고 수정하는 '리플렉션 튜닝' 기술을 바탕으로 자율적으로 복잡한 업무를 수행하는 인공지능 에이전트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리플렉션AI는 설립 후 지금까지 엄청난 투자금을 끌어 모았다. 지난해 3월 1억3000만달러(한화 약 2000억원) 유치를 시작으로 같은 해 10월엔 엔비디아와 세쿼이아 캐피털, CRV 등으로부터 20억달러(한화 약 3조원) 규모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올해 들어서는 미국 정부의 AI 수출 프로그램 파트너로 선정되면서 기업 가치가 200억달러(한화 약 30조원)를 상회할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신세계그룹과 공동 추진 중인 AI데이터센터 건립에 필요한 그래픽처리장치(GPU)도 리플렉션AI가 엔비디아에서 공급받기로 했다.

 

미국 현지에선 리플렉션AI의 고속 성장 배경에 트럼프 행정부 핵심 인사들과의 돈독한 인연이 자리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일각에선 트럼프 대통령 최측근 소유 기업과 다름없다는 해석도 적지 않다. 리플렉션AI의 의사 결정을 책임지는 핵심 인사들 대다수가 트럼프 대통령 또는 최측근 인사들과 긴밀한 인연을 맺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나스닥 프라이빗 마켓(NPM) 공시에 따르면 현재 리플렉션AI는 ▲미샤 라스킨(Misha Laskin) CEO ▲이오안니스 안토글루(Ioannis Alexandros Antonoglou) CTO ▲스테파니 잔(Stephanie Zhan) 이사 ▲맥스 게이저(Max Gazor) 이사 ▲찰리 덱(Charlie Deck) 제품 총괄 등 5인이 경영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이들 중 제품 전략을 담당하는 찰리 덱을 제외한 나머지 4인은 기업의 실질적인 의사결정을 내리는 이사회 멤버로도 활동 중이다.

 

창업주인 미샤 라스킨 CEO는 예일대 이론물리학 학사와 시카고대 석·박사 과정을 거친 물리학자 출신의 기업인이다. UC 버클리 연구원을 거쳐 구글 딥마인드에서 차세대 모델 '제미나이(Gemini)' 개발을 주도했다. 라스킨 CEO는 지난해 JD 밴스 부통령 자택에서 열린 크리스마스 만찬에 초대될 만큼 트럼프 행정부의 주요 인사들과 깊은 유대 관계를 맺고 있는 사실로도 유명하다. 당시 만찬에는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 등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실세들이 대거 참석했다. 정 회장도 만찬에 초대를 받았다.

 

▲ 리플렉션 AI 주요 임원 현황. [그래픽=장혜정] ⓒ르데스크

 

공동창업주 겸 CTO를 맡고 있는 이오안니스 안토글루 CTO는 그리스의 최고 공과대학으로 꼽히는 아리스토텔레스 대학과 영국의 에든버러 대학 등을 거쳐 2012년 구글 딥마인드에 초기 멤버로 합류했다. 그곳에서 12년간 일하면서 이세돌 9단과의 대국으로 잘 알려진 '알파고(AlphaGo)' 로봇 개발에도 참여했다. 스테파니 잔 이사는 실리콘밸리 최대 밴처캐피털(VC) 중 하나로 꼽히는 세쿼이아 캐피털의 파트너다. 스탠퍼드대 컴퓨터공학과 출신의 엔지니어 출신 금융인으로 AI 분야의 세계적 석학 앤드류 응(Andrew Ng) 교수와도 돈독한 관계를 맺고 있다. 2015년 세쿼이아에 합류한 그는 2018년 포브스 선정 '30세 이하 금융인'에 이름을 올리며 미국 VC(벤쳐캐피탈) 업계의 신성으로 떠올랐다. 이후 리플렉션AI의 시드 투자부터 시리즈 C 투자까지 전 과정을 주도했다.

 

리플렉션AI의 든든한 뒷배 역할을 맡은 '세쿼이아 캐피털'은 미국 VC 업계를 대표하는 친 트럼프 성향의 기업이다. 1996년부터 약 30년 간 회사를 이끌다 현재는 무한책임사원(GP)으로 재직 중인 더글러스 레오네(Douglas Leone) 전 매니징 파트너는 오랜 기간 트럼프 대통령의 든든한 후원자를 자처해왔다. 미국 연방선거위원회(Fec)의 정치자금 후원 현황에 따르면 레오네 전 매니저 파트너는 2024년 10월 '트럼프 47 위원회(Trump 47 Committee)'에 25만달러(한화 약 3억7000만원)를 후원했다. 해당 단체는 트럼프 대통령을 제 47대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설립된 정치 자금 후원 조직이다. 또 2024년 6월에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트럼프의 당선을 위해 만든 아메리카 팩(America PAC)에 100만달러(한화 약 15억원)를 후원했다.

 

마지막 이사회 멤버인 맥스 게이저 이사는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VC중 하나인 CRV(Charles River Ventures)의 GP로 약 14년간 재직한 후 지난해 10월 인공지능과 사이버 보안에 특화된 스타트업 '스트라이커(Striker)'를 설립했다. 게이저 이사는 UC 버클리와 MIT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하버드 경영대학원(HBS) MBA를 마친 실리콘밸리의 대표적인 '테크-비즈니스' 엘리트다.

 

▲ 도널트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Donald Trump Jr.). [사진=연합뉴스]

 

이사회 멤버는 아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가족들도 리플렉션AI와 깊은 인연을 맺고 있다. 일례로 장남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Donald Trump Jr.)가 파트너로 재직 중인 '1789 캐피털'은 리플렉션AI의 시리즈 B 라운드에 신규 투자자로 참여했다. '1789 캐피털'은 미국 우선주의를 기치로 내건 이른바 '애국적 자본주의(Patriotic Capitalism)' 펀드를 자처하는 VC로 지난해 1월 트럼프 대통령의 마라라고 저택에서 회사 신규 펀드 자금 모금 행사를 개최해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지난해 기준 운용 자산(AUM)은 약 8억6000만달러(한화 약 1조3000억원)에 달한다.

 

"트럼프가 뒤에 있는데…" 정용진표 AI 데이터센터, 규제 리스크 최소화 가능성에 무게

 

재계 안팎에선 이번 신세계그룹과 리플렉션AI 협업 결정에 대해 오너 혹은 최고 경영자의 글로벌 네트워크의 중요성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신세계그룹 입장에선 미래 먹거리 발굴의 돌파구 마련과 동시에 정부, 지자체의 규제 리스크까지 해소하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누릴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AI 데이터센터는 정보를 단순 저장하는 기존 데이터센터를 넘어 인공지능의 복잡한 연산과 대규모 학습을 처리하는 고성능 컴퓨팅 시설이다. 엔비디아의 H100과 같은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활용해 생성형 AI가 실시간으로 추론하고 판단할 수 있는 연산 능력을 제공한다. 구글 제미나이, 오픈AI의 챗GPT 등과 같은 AI 프로그램들의 '두뇌' 역할을 수행하는 셈이다.

 

AI 경쟁력이 기업과 국가의 생존을 결정짓는 핵심 요인으로 떠오르면서 국가를 막론하고 자국 내에 AI 데이터센터를 유치하는 것이 핵심 과제가 됐다. 자국에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면 데이터가 해외 서버를 거치지 않고 현지에서 처리되는 이른바 '소버린 AI(Sovereign AI, 데이터 주권)'를 확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버린 AI를 갖추게 되면 민감한 정보와 산업 데이터를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해당 국가 기업들이 생성형 AI 기반의 혁신 서비스를 개발하고 상용화하는 속도 또한 비약적으로 빨라진다. 또한 다앙한 산업의 동반 성장을 이끄는 촉매제 역할도 기대할 수 있다. 막대한 전력 소모를 해결하기 위한 원자력 및 신재생 에너지, 액침 냉각 시스템 등 에너지 솔루션 분야 기술 혁신이 대표적이다. 대규모 설비 투자와 전문 운영 인력 채용은 지역 경제 활성화와 고부가가치 일자리 창출로 이어진다.

 

▲ 막대한 전력 소모와 수자원 고갈, 생태계 파괴 논란 등이 AI 데이터센터 건립의 해결 과제로 지목되고 있다. 사진은 구글이 우루과이 카넬로네스 지역에 착공한 대규모 데이터센터 부지 전경. [사진=Google]

 

다만 AI 데이터센터 건립 과정은 그리 순탄치 않다. 가장 큰 걸림돌은 지역 주민의 반발과 이를 의식한 정부·지자체의 규제다.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AI 데이터센터는 일반 시설보다 훨씬 많은 열을 내뿜기 때문에 이를 식히기 위한 대형 냉각 설비가 24시간 가동되는데 이 과정에서 상당한 소음이 발생한다. 또한 전자파 유해성에 대한 불신도 상당한 편이다. 환경오염 및 자원고갈 문제 또한 AI 데이터센터의 치명적인 단점으로 꼽힌다. AI 연산을 위해 투입되는 막대한 전력을 감당하는 과정에서 탄소 배출량이 급증할 뿐만 아니라 장비를 식히기 위해 사용되는 엄청난 양의 냉각수는 수자원 고갈 우려를 낳기도 한다. 뜨거워진 냉각수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배수 배출을 두고서도 인근 하천의 수온을 높여 생태계를 파괴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러한 단점들을 의식한 지역 주민의 반발로 AI 데이터센터 건립이 무산된 사례도 꾸준히 등장하고 있다. 앞서 구글은 우루과이 카넬로네스 지역에 대규모 데이터센터 구축을 추진했으나 냉각을 위해 하루 수백만 리터의 물을 사용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인근 주민들의 반발에 부딪혔다. 현지 주민들은 "기계의 열을 식히기 위해 시민들의 식수를 희생할 수 없다"며 강력한 반대 운동을 전개했고 결국 구글은 냉각 방식을 전면 수정했다. 유럽에선 지역 주민의 반발이 국가적 문제로 확대되는 일도 있었다. 앞서 메타(옛 페이스북)는 네덜란드 제이위드 지역에 대규모 데이터센터 건설을 시도했는데 그 과정에서 막대한 전력 소비와 농지 잠식 문제를 제기하는 반발 여론이 거세게 일었다. 외국 기업의 AI 데이터센터가 국가 전체 전력망에 과부하를 주고 재생 에너지 자원을 독점한다는 비판이 확산되자 네덜란드 정부는 결국 대형 데이터센터의 신규 건설의 일시 중단을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전문가들은 이번 신세계그룹의 AI 데이터센터 건립은 장점은 극대화하고 단점은 최소화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리플렉션AI가 미국 최고 권력을 뒷배로 두고 있는데다 정 회장 역시 그들과 인연을 맺고 있는 만큼 정부나 지자체의 규제 리스크에선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다는 평가다. 김계수 세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번 신세계그룹의 행보는 단순한 기술 협업을 넘어 오너일가의 대미 네트워크가 강력한 경영 자산임을 보여주는 사례다"며 "트럼프 행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는 리플렉션AI와의 파트너십은 향후 국내 인프라 구축 과정에서 마주할 규제와 반대 여론을 돌파할 강력한 동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세계그룹의 이번 협약은 단순한 기업 차원의 설비 투자를 넘어 글로벌 AI 패권 경쟁 속에서 대한민국의 AI 주권(Sovereign AI)을 확보하는 국가적 차원의 변곡점이 될 것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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