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이유라 기자】 LG전자가 23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개최한 제24기 정기 주주총회는 빠르게 진행됐다. 의안은 대부분 별다른 이견 없이 통과됐다. 주총 의장을 맡은 김창태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이 의안 설명 후 “이의 없으십니까”라는 확인과 함께 박수로 승인되는 방식이 반복됐다. 이날 LG전자는 재무제표 승인, 정관 변경 등 주요 안건을 처리했다.
LG전자는 2026년 사업 방향을 설명하며 미래 성장 전략을 전면에 내세웠다. 핵심은 인공지능(AI)과 기업 간 거래(B2B), 하드웨어 경쟁력을 기반으로 한 사업 확장이었다.
주요 성장축으로는 로봇 사업이 손꼽혔다. 류재철 최고경영자(CEO)는 “2026년을 로봇 시장 개화의 원년으로 보고, 클로이드 로봇을 중심으로 제조·물류·상업 등 다양한 현장으로 적용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로봇 원가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핵심 부품인 액추에이터를 자체 설계·생산해 연내 양산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전략도 밝혔다.
로봇 경쟁력의 핵심으로는 데이터 확보가 강조됐다. LG전자는 로봇이 실제 현장에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사전 학습과 데이터 축적이 중요한 것으로 보고, 관련 데이터 팩토리 투자와 글로벌 파트너십 확대에 나설 방침이다.
AI 데이터센터 냉각 사업도 미래 성장동력으로 제시됐다. LG전자는 기존 칠러 사업 역량을 기반으로 액체 냉각을 포함한 고효율 냉각 솔루션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글로벌 데이터센터 인프라 시장 공략에 나설 계획이다. LG에너지솔루션, LG유플러스 등 그룹 계열사와의 협업을 통한 시너지도 강조됐다.
스마트팩토리 사업 역시 B2B 확대 전략의 핵심축이다. LG전자는 그동안 축적한 제조 자동화 역량과 AI 기술을 결합해 외부 고객사 대상 솔루션 판매를 확대하고, 글로벌 제조 혁신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가전 사업은 단순 제품 판매를 넘어 ‘공간 솔루션’으로 확장하겠다는 방향이 제시됐다. AI홈을 중심으로 가전과 사물인터넷(IoT)을 연결하는 홈 오케스트레이션 전략을 통해 고객 생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서비스 사업을 강화하고, 구독 모델을 포함한 지속형 수익 구조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LG전자는 AX(AI 전환)를 통해 일하는 방식 전반을 혁신하겠다는 전략도 내놨다. 제품 개발부터 영업·마케팅, 운영까지 전 밸류체인에 AI를 적용해 2~3년 내 생산성을 30% 향상시키겠다는 목표다. 이를 위한 전사 혁신 조직도 별도로 운영할 계획이다.
사업본부별 전략도 이어졌다. HS 사업본부는 B2B 사업 확대를 통해 가전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수익성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MS 사업본부는 TV와 IT기기 사업의 수익성 부담을 인정하면서도 플랫폼과 광고 사업을 통한 질적 성장 전략을 제시했다. VS사업본부는 전장 사업을 중심으로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ES 사업본부는 HVAC 사업을 기반으로 데이터센터 냉각과 산업용 프로젝트 확대를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LG전자가 로봇, AI, 냉난방공조, 스마트팩토리 등 미래 사업 청사진을 전면에 내세웠지만, 주주들의 관심은 다른 곳에 있었다. 바로 저평가된 주가의 부양 대책이었다. 이에 대한 주주의 목소리가 질의 시간을 통해 나왔다.
14년째 LG전자 주식을 보유 중이라고 밝힌 한 주주는 “현재 시장에서의 주가 수준은 납득하기 어렵다”면서 “사업 전략과 실적이 결국 주가로 평가되는 만큼, 시장에서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LG전자 주가는 11만원에 못 미치며 하락 마감했다.
김 부사장은 “우리도 주가 흐름에 큰 고민이 있다”며 “더욱 노력해 주가와 주주환원으로 보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로봇 사업과 관련해서도 상용화 시점과 투자 방향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일부 주주는 사업이 여러 분야로 분산돼 있는 게 아니냐는 점을 지적하며 전략적 집중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에 대해 류 CEO는 “올해 액추에이터 양산 체계를 구축하고 본격적인 사업 확대에 나설 계획으로, 향후 현장 적용을 통해 사업성을 검증해 나갈 것”이라며 “실적 개선과 기업가치 제고를 동시에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경영진의 미래 성장 전략 발표에도 주가 부양에 대한 구체적인 해법이 제시되지 못한 데 대한 주주들의 아쉬움은 여전했다. 주가 저평가 문제를 제기했던 주주는 “회사 측 발표에 공감한다”면서도 “시장에서 인기 있는 주식이 돼야 한다”고 쓴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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