쑥 / 진도군 제공
재래시장 입구를 지나면 코끝이 먼저 안다. 여전히 바람은 차지만 좌판에 놓인 쑥이 봄이 왔다고 신고한다. 3월과 4월은 쑥의 계절이다. 이 짧은 시간을 놓치면 1년을 더 기다려야 한다. 그러니 지금이다. ‘쑥버무리’를 만들 때가.
쑥버무리는 쑥털털이, 쑥범벅이라고도 부른다. 쑥을 쌀가루에 버무려 쪄낸 음식이다. 이름마다 만드는 방식과 모양, 식감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버무리고, 털어 묻히고, 범벅처럼 뒤섞는다. 떡이라고 하면 괜히 어렵게 느껴지지만 쑥버무리는 다르다. 정말이지 쑥버무리만큼 만들기 쉬운 떡도 없다.
기본 재료는 달랑 넷이다. 쑥, 쌀가루, 그리고 소금과 설탕 약간. 시판 쌀가루(멥쌀가루)를 쓰면 방앗간에 갈 필요도 없다. 재료를 손질해서 버무리고, 찜기에 넣고, 뚜껑을 닫으면 끝이다. 요리라기보다 ‘조립’에 가깝다.
먼저 쑥을 손질한다. 뿌리와 누렇게 변한 잎을 골라내고 여러 번 헹궈 씻는다. 식초를 조금 넣은 물에 잠깐 담가두면 불순물 제거에 좋다. 씻은 쑥은 소쿠리에 받쳐 물기를 털어둔다. 완전히 말리지 않아도 된다. 촉촉하게 남은 수분이 쌀가루와 쑥을 잘 붙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쌀가루에 소금 1작은술과 설탕 2큰술을 넣고 골고루 섞는다. 여기에 물기를 살짝 털어낸 쑥을 넣고 쌀가루 옷을 입히듯 살살 버무린다. 핵심은 반죽이 질척해지지 않는 것이다. 물이 생겨도 안 되고, 반대로 쌀가루가 너무 건조해서도 안 된다. 쌀가루가 손에 달라붙지 않으면서 각각의 알갱이가 촉촉하게 수분을 머금은 상태가 딱 맞다. 건식 쌀가루를 쓸 때는 물을 숟가락으로 조금씩 더해가며 조절하면 된다.
쑥버무리 만드는 모습. / '가루씨의 집밥' 유튜브
찜기에 면포나 찜 시트를 깔고 버무린 쑥을 올린다. 이때 절대 손으로 꾹꾹 누르면 안 된다. 수북하게 쌓인 것 같아도 사이사이 공기층이 있어야 뜨거운 김이 속까지 고루 들어간다. 다 쪄지면서 자연스럽게 부피가 줄어든다. 남은 쌀가루는 지붕을 덮듯 위에 뿌려준다. 김이 오른 찜솥에 찜기를 올리고 센 불로 15~20분. 뚜껑 안쪽에 맺힌 수증기가 쑥버무리 위에 떨어지지 않도록 면포로 감싸는 것도 잊지 말자. 5분간 뜸을 들이면 완성한다. 쑥 향이 집 안 가득 번진다.
쑥버무리 / '가루씨의 집밥' 유튜브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고 싶다면 재료를 늘려보자. 단호박을 깍둑썰기해 쑥, 쌀가루와 함께 버무리면 노란 색감과 달콤한 맛이 더해져 훨씬 화사해진다. 건크랜베리를 한 줌 넣으면 새콤달콤한 포인트가 생긴다. 콩이나 팥을 아래에 깔거나 대추를 고명으로 올려도 좋고, 곶감을 잘라 넣는 방식도 인기가 있다. 기본 레시피에 재료를 더하기만 하면 된다는 점에서 진입 장벽은 여전히 낮다. 찜기 바닥에 쌀가루를 한 줌 먼저 깔면 어떤 재료를 넣어도 눌어붙지 않고 깔끔하게 나온다.
먹을 때는 젓가락도 필요 없다. 손으로 뜯어 먹는 게 제맛이다. 예쁘게 모양을 낼 필요도 없다. 투박하고 소박한 비주얼이 오히려 매력적이다. 갓 쪄낸 것을 따뜻할 때 먹는 게 가장 맛있다. 남은 건 지퍼백에 담아 냉동 보관한다. 전자레인지로 해동해도 충분히 맛있다.
봄은 짧다. 쑥도 짧다. 장 볼 때 쑥 한 봉지만 집자. 나머지는 집에 있는 쌀가루면 충분하다.
Copyright ⓒ 위키트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