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파업을 앞둔 노동조합과의 갈등 국면에서 직접 대화에 나서며 교섭 재개의 물꼬를 텄다. 다만 노조는 기존 요구안을 그대로 유지한 채 입장 변화를 보이지 않아 향후 협상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전망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을 이끄는 전영현 부회장은 이날 공동투쟁본부(공투본) 소속 노조와 약 1시간 30분간 면담을 진행했다. 이번 만남은 사측이 먼저 제안한 것으로 노사 갈등이 격화된 상황에서 경영진이 직접 교섭에 나선 점에서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노조 측에 따르면 이날 면담은 사측이 별도의 구체적인 제시안을 내놓기 보다는 노조 요구를 청취하는 데 집중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승호 초기업노조 위원장은 만남 후 아주경제와의 통화에서 "노조는 기존안대로 성과급(OPI) 상한 폐지와 성과급 산정 기준의 투명성 확보를 제시했고, 사측은 구체적인 반박이나 대안을 제시하지 않았다"며 "날짜는 미정이나 이번 주 내 재미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번 접촉은 노조가 쟁의권을 확보하고 총파업을 예고한 상황에서 이뤄졌다. 앞서 공투본은 쟁의행위 찬반 투표에서 90% 이상의 찬성으로 쟁의권을 확보했으며, 오는 5~6월 총 18일에 걸쳐 단계적 파업을 진행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특히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은 당초 이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자택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쟁의행위를 선포할 예정이었으나 이를 전격 취소했다. 노조 측은 "사측이 대화를 제안한 만큼 우선 협의를 진행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내부 판단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전영현 부회장은 면담 자리에서 "직원들의 불만을 인지하고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대화의 자리를 마련했다"며 교섭 재개 의지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또 "필요하면 단기간 내 다시 만나 논의하자"며 추가 협의 가능성도 열어둔 상태다.
다만 노조는 핵심 요구사항에 대해 물러서지 않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공투본은 성과급 체계 개편을 교섭 재개의 선행 조건으로 제시하고 있으며, OPI 상한 폐지와 성과급 산정 기준 공개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노사 양측은 이번 주 내 추가 미팅을 이어갈 계획이다. 구체적인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사측이 먼저 교섭 의지를 밝힌 만큼 대화 국면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번 면담으로 교섭 분위기가 형성된 만큼 향후 교섭 과정에서 성과급 체계 등 핵심 쟁점에 대한 이견을 어떻게 좁혀나갈지가 핵심 변수로 지목된다.
Copyright ⓒ 아주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