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담 재판부 구성·담당 사건 확대…읽기 쉬운 안내문·'금전부담 완화' 직권 소송구조
정선재 법원장·강우찬 수석부장 등 판사회의서 내규 개정…'독일 사회법원 모델' 적용
(서울=연합뉴스) 이승연 기자 = 서울행정법원이 장애인·노인·임산부·아동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사회보장 전문 법원' 시스템을 본격적으로 가동한다.
행정법원은 23일 오후 전체판사회의를 열어 '사회보장 사건 전담재판부 구성·운영을 위한 내규'를 개정한다고 밝혔다.
앞서 행정법원은 지난해 2월 '산업재해 전담재판부'를 '사회보장 전담재판부'로 명칭을 변경한 바 있으며, 올해 2월 법관 정기인사를 통해 그 구성을 총 6개 합의부·7개 단독 재판부로 정한 바 있다.
이날 내규 개정에 따라 사회보장 사건 전담 재판부는 기존 산업재해 사건뿐 아니라 장애인·노인·임산부·아동 등의 사회보장 수급권 관련 사건까지 담당하게 된다.
구체적으로는 ▲ 장애인복지법 등 장애 관련 및 공공부조에 관한 소송 ▲ 육아 휴직 급여 관련 항고 소송 ▲ 아동·차상위계층 등 각종 사회보장 수급권 소송 등이다.
이로써 장애인·노인·임산부·아동을 아울러 대부분의 사회보장 수급권 관련 사건을 전문화할 수 있게 됐다는 게 행정법원의 설명이다.
나아가 행정법원은 사회적 약자의 사법 접근성도 개선한다.
법원은 장애 유형별·사건별로 전문화된 소송구조(소송 비용 면제 제도) 변호사 풀을 구성하고 있으며, 장애 관련 사건은 접수 단계부터 원칙적으로 직권 전액 소송구조로 추진해 소송으로 인한 금전적 부담을 완화하기로 했다.
법원은 이달부터 지적·발달 장애인을 위한 '이지 리드(Easy-read·읽기 쉬운)' 소송구조 안내문을 배포해 누구든 쉽게 관련 절차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도 했다.
향후에는 법률구조공단 등과 협업해 지적·발달 장애인과 소송구조 변호사 사이에 연결이 보다 쉽게 이뤄지도록 조력 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다.
이밖에 행정법원은 공공성을 띠는 산업재해 사건에 대해서는 보다 신속하고 합리적인 의료 감정을 받을 수 있도록 우수 감정인 목록을 공유하는 등 소송구조 개선에 지속적으로 힘쓸 방침이다.
이번 내규 개정 및 서비스 개선은 사회적 약자에 관심을 기울여온 정선재(사법연수원 20기) 법원장, 강우찬(30기) 수석부장판사 등의 공감대를 토대로 추진됐다.
지난달 부임한 정 법원장은 2009년 사법연수원 기획총괄 교수로 재직할 당시 국내 첫 시각장애인 법관인 최영(41기) 판사의 입소 준비를 총괄한 경험이 있다.
당시 정 법원장은 3명의 시각장애인 변호사를 배출한 일본사법연수소를 직접 방문하는 등 해외 사례를 수집하고, 시각장애인 유도블록 설치 및 교재 파일 제공 등 입소 방안 마련을 위한 준비팀을 꾸린 바 있다.
강 수석부장은 2022년 12월 장애인인 원고가 제기한 장애인 일자리 사업 불합격 처분 취소 사건을 기각하면서 국내 최초 '이지 리드 판결문'을 작성한 판사다.
당시 강 수석부장은 주문 옆에 "안타깝지만 원고가 졌습니다"라고 쓰고, 판결 내용을 쉬운 말로 요약한 내용 및 그림을 삽입하는 획기적인 판결문을 작성해 화제가 된 바 있다.
그는 장애법연구회 회장을 지냈으며, 지난 1월 시행된 대법원의 '장애인·노인·임산부 등 사법접근 및 사법지원에 관한 예규' 제정을 주도하기도 했.
행정법원은 독일 사회법원 모델을 우리 실정에 맞게 적용해 '한국형 사회법원'으로 도약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번 개편은 향후 국내에 사회법원 혹은 사회보장부 특례 규정을 위한 토대를 마련했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는 게 법원의 설명이다.
독일의 사회법원은 공법 분쟁을 포괄적 관할하는 전문법원으로, 사법접근권 보장 및 소송 절차에서 무기대등 원칙 등 원고 친화적인 소송 시스템이 특징이다.
winkite@yna.co.kr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