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과 관련해 이란에 경고한 '최후통첩' 시한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트럼프는 3월 22일 오후 8시 44분에 "이란이 지금 이 순간부터 48시간 이내에 호르무즈 해협을 위협 없이 완전히 개방하지 않는다면, 미국은 이란의 여러 발전소를 타격하고 박살낼 것"이라고 위협한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시한이 다가오면서 이란에 최대의 압박을 가하고 있다. 트럼프는 "가장 큰 곳부터 시작해서" 이란의 발전소를 타격하겠다고 밝힌 상황이고, 마이크 왈츠 주유엔 미국 대사는 이란의 에너지 시설 중 "가스 화력발전소와 기타 유형의 발전소"가 잠재적 표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미국은 대이란 공습을 지속하는 한편 지상군 투입 준비에도 착수했다. 각종 장비와 무기로 무장한 수천명의 해군·해병대가 중동으로 향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트럼프는 "나는 군대를 어디에도 보내지 않는다"고 했다가, "만약 보낸다면 당신들한테 절대 말 안 할 것"이라는 식으로 모순된 신호를 발신해왔다.
하지만 결사항전을 다짐하고 있는 이란은 물러설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란 발전소를 겨냥한 미국의 위협이 실행되면 호르무즈 해협은 완전히 폐쇄되고 발전소가 재건될 때까지 다시 열리지 않을 것"이라며 강력한 맞대응을 경고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자국 발전소가 공격당하면 중동 지역의 미국 관련 에너지 목표물, 정보기술(IT) 시설, 해수 담수화 인프라도 타격 대상이 될 것이라고 맞불을 놓고 있다.
세계 경제를 담보로 한 미국과 이란의 벼랑 끝 대결이 출구를 찾기는커녕, 대재앙의 문을 두드리고 있는 셈이다. 특히 양측의 경고가 실행에 옮겨질 경우 전쟁의 장기화와 확전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도 당분간 '돌아오기 힘든 다리'를 건널 공산이 커진다.
이 와중에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봉쇄 해제의 조건을 제시했다. 3월 22일 이란과 인도의 외교장관 전화통화에서 이란은 미국·이스라엘의 즉각적인 공격 중단과 향후 공격 재개 금지에 대한 구속력 있는 보장이 있으면, 호르무즈 해협 통행을 정상화할 수 있다고 밝힌 것이다.
이는 사태 악화를 방지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접점을 품고 있다. 향후 공격 재개 금지에 대한 구속력 있는 보장은 추후 협상 과제로 남겨두더라도 미국·이스라엘의 공격 중단과 이란의 공격 중단 및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교환하는 '1단계 휴전'을 도모할 수 있는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1단계 중재안은 미국에게는 '최대의 압박으로 호르무즈 해협을 열었다'는 체면을, 이란에게는 '공격 중단을 받아냈다'는 명분을 제공할 수 있다. '전쟁의 시간'을 '외교의 시간'으로 되돌릴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해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국제사회의 시급한 과제는 이 여지를 키워 즉각적인 휴전을 이뤄내는 데에 있다. 미국과 이란은 서로에게 먼저 행동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데, '동시 행동' 촉구로 국제사회의 여론을 규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도는 이미 '호르무즈 해협의 항행의 자유와 평화'를 동시에 촉구한 상황이고 핀란드를 비롯한 여러 나라들도 인도의 이러한 입장을 지지하고 있다.
오늘날 전 세계 사람들이 목도하고 있듯이 미국과 이란의 선택은 두 나라만의 문제도, 중동에 국한된 문제도 아니다. 전쟁의 장기화와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맞물린 상태가 지속된다면, 이로 인한 유가 폭등과 공급망 붕괴는 경제적 충격을 넘어 수억 명의 삶을 직접 위협하는 인도주의적 재앙으로 번질 수 있다. 국제사회가 힘과 지혜를 모아 미국과 이란을 설득하는 데에 총력을 기울어야 하고 한국도 여기에 동참해야 할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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