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개혁신당이 지방선거 후보자들을 지원하는 AI 사무장을 공개했다. 기존 선거 형식을 파괴하는 개혁신당의 선거 대책과 이준석 대표의 정치 행적은 니체 철학을 연상시킨다. 보수성 강한 지방선거에서 개혁신당의 선거 문법 파괴는 통할 수 있을까?
개혁신당이 지난 9일 6·3 지방선거 후보자들의 선거 전략·지역 유세를 종합 지원하는 AI 사무장을 공개했다. AI 사무장은 후보자의 유세 일정·동선 수립·선거법 상담 등 정치 컨설팅 업체가 도맡던 역할을 대신할 예정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과거의 선거는 인력·자본에 의존했지만, 이젠 데이터가 승리의 지도를 그린다”며 “AI 사무장은 누구나 정보 격차 없이 당선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실무적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승리의 지도
이 대표는 지난해 8월 연찬회에서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300만원대 비용만 지출하면서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고 공언했다. 지난 1월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선거비용을 99만원으로 줄이겠다”는 등 액수를 더 줄였다.
공천 심사 비용도 받지 않기로 결정했다. 개혁신당 문성호 대변인은 지난달 24일 국민의힘의 공천 심사 비용을 언급하면서 “공천장에 수백만원대 정가표를 붙였다”며 “공천 장사에 몰두하는 답 없는 정당”이라고 비판했다.
당시 개혁신당은 ▲수원 영통 ▲화성 동탄 ▲파주 운정 ▲부산 기장 등 젊은 세대 밀집 지역과 대학가 인근 12개 지역을 전략 선거구로 지정했다. 이 지역들은 지방선거 당선자뿐 아니라, 국회의원 당선자도 배출하기 위한 전략적 목표 달성을 위해 지정됐다.
이 대표는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지방선거 후보자 핸드북> 출간 소식을 알렸다. 개혁신당 개혁연구원 명의로 발간된 이 책은 선거운동 관련 내용이 집약적으로 제시됐다. 시중 판매가격은 3000원으로 책정됐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정치인은 정치자금 수금을 위해 내용도 없는 책을 비싸게 강매한다”며 “개혁신당은 인쇄 원가에 노하우를 공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책엔 출마 전 준비 과정과 선거 운동 등 자문과 함께 성남시의원·경기도의원에 당선됐던 개혁신당 이기인 사무총장과 서울 서대문구의원을 지내고 있는 개혁신당 주이삭 최고위원의 경험담·조언도 제시돼있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였던 지난 2022년 공직 후보자 기초자격평가를 처음 진행했고, 스스로 응시했다. 국민의힘은 올해도 평가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 대표가 평가를 처음 진행할 당시 찬반이 크게 엇갈렸다. 자격시험에 응시했던 일부 고령 광역·기초의원 후보자들은 시험을 치르는 자체를 굴욕적으로 여겼다는 후문도 들렸다. 컴퓨터·모바일 활용 능력을 요구하는 항목에 대해선 “고령자에게 불리한 것 아니냐”는 일부 반발도 있었다.
“공천심사비 무료…선거비 99만원으로” 공언
노하우 담은 지선 후보 핸드북 3000원 판매
당시 이 대표는 “젊은 유권자는 나보다 못한 사람이 날 대표한다는 생각이 들면 불쾌해한다”며 “젊은 사람에게 지방의원은 자기보다 못한 사람들로 인식한다”고 반박했다.
이 대표는 윤석열 전 대통령 등 구 친윤(친 윤석열)계와 크게 갈등하다가 국민의힘을 탈당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등 친한(친 한동훈)계와의 갈등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이 대표 특유의 합리주의·능력주의와 정합성 높은 논리 체계 선호는 현실 정치에선 큰 감정적 충돌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다.
정희진 ‘정희진의 공부’ 편집장은 지난해 6월 <경향신문>에 ‘이준석 의원을 생각한다’라는 칼럼을 기고해 이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정 편집장은 “이 대표의 존재는 공동체에 압도적으로 해롭다”는 김민아 <경향신문> 칼럼니스트의 주장을 인용하면서 “이보다 정확한 표현은 찾기 힘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준석 이데올로기는 사회 구조에서 자신의 위치를 모르는 특정 그룹이 자신을 피해자라고 여기면서 여성·노인·장애인 등 실제 피억압자들을 증오하는 기득권 세력의 피해의식”이라고 강조했다. 정 편집장은 이때 19세기 독일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를 인용했다.
이 대표의 정치 행적은 니체의 철학 중 ‘가치 전도’와 ‘권력 의지’란 측면을 연결 지어 검토할 수 있다. 니체가 활동하던 당시엔 신학의 지배력이 무너져 자연과학·합리주의가 지배 사조였다.
니체는 저서 <우상과 황혼>을 출간하면서 2000년 동안 서양 문명을 지배한 기독교 도덕·플라톤주의 등 가치를 ‘망치로 부수듯’ 비판했다. 그래서 <우상과 황혼>의 부제는 ‘또는 어떻게 쇠망치로 철학을 하는가’였다.
니체는 도덕을 ‘노예 도덕’과 ‘주인 도덕’으로 나눴다. 이 중 노예 도덕은 약자·피지배층이 강자에 대한 반작용으로 만든 가치 체계를 말한다.
니체는 통상적인 선악 관념을 노예 도덕으로 분류했다. 그러면서 강자가 갖지 못한 겸손·인내·동정 등을 고결한 가치로 둔갑시켜 자신들의 약함을 정당화한다고 주장했다. 반대로 주인 도덕은 용기·자부심·강함 등 가치를 자신을 긍정하는 특성을 토대로 스스로 가치를 창조하는 가치 체계라고 강조했다.
정치 행적·선거 대책 속 확인되는 니체 철학
위선의 권력 통제 딜레마…선거 승리로 돌파?
이는 ▲여성가족부 및 페미니즘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지하철 시위 등 기성 정치 문법에선 건드리지 않는 대상을 적극적으로 비판하는 이 대표의 정치 행적에 빗댈 수 있다. 이 대표가 늘 강조하는 ‘선거 승리’와 논리적 선명성은 이 대표의 주인 도덕 역할을 한다.
이 대표의 기성 정치 문법 파괴 시도와 지방선거 공략 대책은 니체가 주장한 아모르 파티·권력 의지로 연결된다. 라틴어 아모르 파티는 “운명을 사랑하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니체는 아모르 파티에 “고난과 삶의 고통도 적극적으로 수용해서 사랑하라”는 철학을 담았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에서 ▲성 상납 의혹 등 제기 ▲당원권 정지 징계 ▲국민의힘 탈당 ▲개혁신당 창당 ▲지난 2024년 총선 당시 경기 화성을 당선 ▲지난해 대선 출마 등 과정을 거쳤다. 이 과정은 이 대표에게 아모르 파티였고, 권력 의지였다.
또 니체는 모든 것을 긍정해서 고통마저 자신을 성장시켜 스스로 가치를 창조하는 사람을 ‘초인’이라고 규정했다. 이는 20세기 독일 나치당에 의해 “독일인은 우월한 지배 인종”이란 관념으로 왜곡됐다.
나치당은 니체가 규정한 초인을 ‘나치당의 이념을 실현하는 강인한 육체·정신을 가진 인종’이라고 규정해 홍보했다. 이 대표의 정치 철학이 비판·적대 세력에게 어떻게 읽힐 수 있는지 간접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지점이다.
니체는 만 24세 나이로 스위스 바젤대 고전 문헌학 교수가 됐다. 4년 후엔 첫 저서 <비극의 탄생>을 출간했다. 니체는 출간 당시 “학문적 엄밀성도 없는 무례한 궤변을 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이 대표는 대외적으로 “버릇이 없다”는 비난을 자주 들어왔다.
이 대표는 지난해 2월 <일요시사>와 만나 “국민의힘은 김종인 선거대책위원장·이준석 대표 체제 외엔 선거에서 이긴 적이 없다”며 “적을 안 만드는 정치가 가장 쉽지만, 선거에서 지면 사상누각”이라고 주장했다.
낯선 정치
하지만 우리 유권자들이 정치인에게 암묵적으로 요구하는 정치적 이미지 관리·위선에 대해선 “정치인을 향한 견제 장치 역할을 한다”는 지적도 있다. “정치인의 돌발 행동·발언에 대한 여론의 강한 견제는 권력 통제 역할을 하는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다.
지방선거는 대선·총선보다 투표율이 낮게 집계돼 보수성이 강하다. 아울러 이 대표와 개혁신당에 대한 지적은 낯섦으로부터 비롯했다. 이 대표의 ‘아모르 파티’는 선거 승리란 결실로 이어질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
Copyright ⓒ 일요시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