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현지시간) 이란은 인도양 디에고 가르시아 영국·미국 공동 군사기지를 향해 장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이는 이번 중동 내 분쟁의 명백한 확전이다.
의도했던 목표물을 타격하지는 못했으나, 이스라엘 방위군(IDF)는 이번 전쟁 발발 이후 이러한 장거리 미사일이 사용된 최초의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란 당국이 아직 공식적으로 미사일 발사를 인정하지 않은 가운데, 이란 현지 언론은 주로 해외 언론을 인용해 보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더 광범위한 잠재적인 목표물 등 이번 실패한 공격이 지닌 함의에 대해 분석 중이다. 일례로, 베를린이나 파리, 런던과 같은 유럽 주요 도시 역시 향후 공격 대상이 될 가능성이 있는 것일까.
영국의 한 장관은 이란이 런던에도 닿을 만한 장거리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는 IDF의 주장에 대해 "이를 뒷받침할 만한 평가 결과는 없다"고 반박했다.
BBC 페르시아어 서비스의 곤체 하비비아자드 기자는 "이란의 미사일 프로그램은 오랫동안 국제 사회의 집중적인 감시 대상이었다"면서 "이란 당국은 자국의 미사일 개발이 순전히 방어적인 목적이며, 국가 억지 전략에 기반한다고 주장해 왔지만, 비판론자들은 이러한 장거리 미사일 능력의 발전이 지역 안보 역학을 바꿀 수 있다고 경고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핵 개발 야망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협상이 진행된 지 채 한 달도 되지 않았으며, 추가 협상이 예정된 상황에서 이스라엘과 미국은 공격을 개시했다.
디에고 가르시아 섬이 속한 차고스 제도는 이란에서 약 3800km 떨어져 있다.
월스트리트저널과 CNN은 익명의 미국 관리들을 인용해 이번 탄도미사일 발사 소식을 보도했으나, 의도했던 목표물에는 도달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사일 1발은 비행 중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보이며, 다른 한 발은 미군 전함에 의해 요격된 것으로 전해진다. BBC는 이 보도가 사실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한편 사건 직후 IDF는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의 여러 도시가 위험에 처해 있으며, 자신들은 이미 지난해 이란이 이러한 사거리를 갖춘 미사일을 개발할 의도가 있었음을 폭로한 바 있다고 주장했다.
에얄 자미르 IDF 참모총장은 차고스 제도를 향한 미사일 발사 소식이 전해진 이후 SNS에 영상과 함께 "이란이 사거리 4000km에 달하는 2단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했다. 이 미사일은 이스라엘을 겨냥한 것은 아니었다. 이 정도의 사거리는 유럽의 수도들을 강타할 수 있는 수준이다. 베를린, 파리, 로마 모두 직접적인 위협 범위 안에 있다"는 엄중한 경고를 덧붙였다.
한편 영국 합동군사령부 사령관 출신인 국방 전문가 리처드 배런스를 비롯한 여러 인사들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건으로 인해 이란의 미사일 보유량 및 사거리에 대한 재평가가 불가피해졌다고 전했다.
"과거에는 이란 미사일의 사거리가 2000km정도라고 생각했으나, 디에고 섬과 이란 간 거리는 3800km에 달합니다."
이란은 지금까지 탄도미사일 사거리를 자체적으로 1240마일(2000km)로 제한해왔다고 주장한다. 이스라엘은 미사일 사정권 내에 포함되지만, 유럽은 제외된다는 의미다.
앞서 숨진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 지도자는 지난 2021년, 이러한 제한은 미사일 제조 기술의 부족이 아닌 정치적 선택이라고 설명하며, 군 수뇌부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의 반대를 무릅쓰고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밝힌 바 있다.
이스라엘에 대한 위협은 유지하면서도, 자신들의 직접적인 공격 대상이 아닌 유럽을 자극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던 지난해 9월, 이란의 한 의원은 국영 TV와의 인터뷰에서 IRGC가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다만 당시에도 사거리와 관련한 정보는 자세히 공개하지 않았다.
미사일 사거리 능력
또한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에 따르면 미국 관료들은 오래전부터 이란이 우주 프로그램을 통해 ICBM 개발에 필요한 기술을 확보했을 가능성이 있으며, 필요할 경우 이 기술을 활용할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일부 분석가들도 이에 동의한다. 런던 소재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 소장 출신인 카린 폰 히펠 박사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미사일이 디에고 가르시아에 도달했다고 가정하면 … 이란은 사정거리가 최대 1만km에 달할 수 있는 ICBM도 개발 중이다. 다만 아직 실전에서 확인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는 이란에서 발사된 미사일이 미국 본토까지 도달할 가능성도 있음을 의미한다.
관측통들은 인도양을 겨냥한 이번 공격 시도가 이러한 자체적인 사거리 제한이 사라졌음을 보여준다고 말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 미사일이 요격되지 않았더라도 목표물에 도달했을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스티브 리드 영국 주택지역사회부장관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이란이 영국을 표적으로 삼고 있다고 볼만한 구체적인 평가는 없으며, 설령 원한다고 해도 그럴 수 있다는 증거도 없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핵심은 과연 이란이 장거리 미사일 공격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기술, 특히 이처럼 먼 거리에서 미사일을 제어하고 유도하는 기술을 완전히 확보했는지 여부다.
또한 이번 사태에는 심리적인 측면도 분명히 존재한다.
일각에서는 이번 미사일 발사에 대해 이란이 애초에 목표물을 타격할 의도는 없었으며, 자신들의 의도와 억지력을 보여주려는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말한다.
이스라엘 군사정보 장교 출신으로 현재는 이스라엘 텔아비브 소재 '국가안보연구소(ISS)' 소속인 대니 시트리노비츠는 영국 인디펜던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란이 내일 당장 런던이나 파리를 공격한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이러한 행동은 억지력을 구축하는 또 다른 수단"이라고 전했다.
이번 이란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한 이스라엘의 대응은 동맹 결집을 촉구하는 신호로도 해석된다.
리처드 시레프 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유럽 부사령관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당연히 이스라엘은 이런 식으로 말할 것이다. 전쟁이 확대되고, 미국과 이스라엘 외에 더 많은 나라를 끌어들이는 것이 그들의 이익에 맞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여기에 휘말려서는 안 됩니다. 이는 명확한 목표나 전략이 없는,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는, 트럼프의 전쟁입니다. 그는 6개월 전에도 (이란의) 핵 능력이 제거됐다고 했습니다. 이번 사태에 대한 워싱턴의 그 어떠한 발언도 신뢰하기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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