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장기간 이어진 고금리 기조와 상업용 부동산 시장 전반이 침체를 겪는 가운데 지식산업센터에서도 양극화가 두드러지고 있다. 과거 저금리 환경과 규제 차익, 세제 혜택에 기대어 형성됐던 투자 수요가 빠르게 이탈하면서 지식산업센터 부실 우려가 심화하고 있다. 실수요 기반이 아닌 투자 중심으로 성장한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경우 유행에 편승하지 않고 '옥석 가리기'가 더 중요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거품 꺼진 지식산업센터, 매매·경매 지표 '역대 최저'
지식산업센터 시장의 급격한 침체는 매매 및 경매 지표에서 뚜렷하게 확인된다. 상업용 부동산 종합 서비스 기업 부동산플래닛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지식산업센터 매매 거래량은 660건, 거래금액은 479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822건, 5985억원) 대비 각각 19.7%, 19.8% 감소한 수준으로 시장 위축이 본격화됐음을 엿볼 수 있다.
이러한 흐름은 2020년대 초 형성된 '지산 투자 붐'의 구조적 한계가 드러난 결과로 풀이된다. 당시 지식산업센터는 주택 시장 규제 강화와 맞물려 상대적으로 완화된 금융 규제의 수혜를 받았다.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이 느슨해 분양가의 10~20% 수준의 자본만으로 투자 진입이 가능했고 취득세·재산세 감면과 부가가치세 환급 등 세제 혜택이 더해지며 소액 투자자들이 대거 유입됐다.
그러나 금리 상승과 함께 이자 부담이 급격히 증가하면서 투자 수익성이 악화됐고, 시장은 빠르게 냉각됐다. 공급 확대까지 겹치며 미분양이 누적됐고 2022년부터 2024년 사이 수도권 지식산업센터 평균 미분양률은 37%를 기록했다. 서울 지역마저 43%까지 치솟으며 경기 침체로 인한 수요 감소가 직격타로 작용했다.
투자 수요 이탈은 곧바로 경매 시장으로 이어졌다. 이자 부담을 견디지 못한 매물들이 경매로 유입되면서 시장은 급격히 위축됐다. 올해 1월 지식산업센터 경매 진행 건수는 421건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낙찰률은 20%에 그쳤다. 낙찰가율 역시 2022년 96.1%에서 53.1%로 반 토막 났다. 감정가 대비 40% 수준까지 가격이 하락한 매물조차 유찰되는 사례도 나타났다.
현장에서도 공실 문제가 심각하게 드러나고 있다. 서울 외곽의 대표적인 지식산업센터 밀집 지역인 금천구 가산동과 구로구 일대에서는 건물 내 사무실과 상가의 절반 이상이 비어 있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가산동 소재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투자 수요가 가격 상승만 이끌었을 뿐 실제 기업 입주 수요가 부족해 임대료는 정체된 상태"라며 "금리 상승 이후 매매가가 분양가 수준까지 하락하면서 대출을 감당하지 못한 물건들이 경매로 넘어가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권의 대출 기조 변화도 시장 침체를 가속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 실사용 목적의 기업에는 여전히 70~90% 수준의 대출이 가능하지만 임대 목적 투자자에 대해서는 대출이 제한되거나 사실상 차단된 상태다. 이로 인해 투자자의 자금 부담은 기존 10~20%에서 70~80% 수준으로 급증했고, 잔금 미납 사례가 늘어나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까지 확산되고 있다. 분양 수익에 의존하던 시공사들까지 자금난에 직면하면서 업계 전반의 리스크가 확대되는 것이다.
가산·구로는 '텅텅', 성수는 '북적'…입지 따라 심화되는 지산 양극화
시장 전반의 침체 흐름 속에서도 입지에 따른 양극화는 오히려 더욱 뚜렷해지는 양상이다. 서울 외곽의 대표적인 지식산업센터 밀집 지역인 가산·구로 일대는 공실 증가와 임대료 정체가 장기화되는 반면 성수동 일대는 높은 임대료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수요를 유지하며 상반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성수동 지식산업센터의 경우 임대료 수준 자체가 외곽 지역과 비교해 확연히 높은 수준에서 형성돼 있다. 전용면적 약 162㎡(50평) 기준으로 신축 지식산업센터의 월 임대료는 약 700만원, 역에서 7~8분가량 떨어진 구축 지식산업센터 역시 약 550만원 수준으로 거래되고 있다.
이는 구로·가산동 일대 동일 면적 기준 약 350만원 수준의 임대료와 비교할 때 최대 2배에 달하는 금액이다. 단순 수치만 놓고 보면 성수동의 비용 부담이 상당히 높은 구조지만 실제 시장에서는 이러한 가격 차이가 수요 위축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현장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가격이 아닌 수요의 문제'로 해석하고 있다. 성수동은 단순한 업무 공간을 넘어 패션·디자인·IT·스타트업 기업이 밀집한 복합상권으로 자리 잡으며 업무 환경 자체가 경쟁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유동 인구와 상업·문화 인프라가 결합된 입지 특성상 기업 입장에서는 단순 사무실이 아닌 브랜드 이미지와 채용 경쟁력까지 고려한 전략적 선택지로 기능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성수동 소재 에이스공인중고새 관계자는 "성수는 임대료가 비싸더라도 기업들이 들어오려는 이유가 분명한 지역"이라며 "급매를 매입해 직접 사옥으로 활용하려는 실수요 법인 위주의 거래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들의 실질적인 입주 수요가 뒷받침되면서 현재의 견고한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가산·구로 일대는 공급 확대에 비해 실질적인 수요 기반이 충분히 뒷받침되지 못한 게 직격타로 작용했다. 과거 투자 수요에 의해 가격이 상승하는 동안에도 임대료는 정체돼 있었고, 금리 상승 이후 투자 수요가 빠르게 이탈하면서 공실 문제가 급격히 부각됐다. 특히 동일 면적 기준 임대료가 절반 수준에 불과함에도 불구하고 공실이 해소되지 않는 현상은 입지 경쟁력의 차이를 보여주는 사례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양극화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향후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입지와 실수요가 뒷받침되지 않는 지식산업센터는 추가적인 가격 하락과 공실 확대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반면 성수동과 같이 산업·문화·상업 기능이 결합된 지역은 시장 조정 국면에서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지식산업센터 시장은 과거 투자 수요 중심으로 과열되며 입지와 무관하게 공급이 확대된 측면이 있다"며 "금리 상승 이후 투자 수요가 빠지자 실질적인 기업 수요가 있는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 간 격차가 빠르게 벌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성수동처럼 산업·문화 기능이 결합된 지역은 수요가 유지되지만, 단순 업무 기능에 의존한 지역은 공실과 가격 하락 압력을 동시에 받을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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