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시작된 이란 전쟁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인다. 중동 지역의 혼란은 유가 급등으로 이어졌다. 세계 경제가 출렁이는 사이 한국 경제도 영향권 안으로 들어왔다. 전쟁이라는, 국가 간 이해관계가 가장 첨예하게 얽혀 있는 사안에서 한국 정부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지난달 28일 이란을 향한 미국과 이스라엘의 선제 타격은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이날 공습으로 알리 하메네이 전 이란 최고지도자를 비롯한 고위급 인사들이 사망했다. 반정부 시위를 유혈 진압한 지도부에 불만을 가진 일부 이란 국민은 환호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민중 봉기’를 부추기며 이란의 체제 변화를 촉구했다.
한낮의
기습 공격
그때까지만 해도 금방 끝날 듯했던 전쟁이 이란의 거센 저항으로 길어지는 모양새다. 이란은 사망한 하메네이 전 최고지도자를 대신해 새 수장을 뽑고 무너진 지도부를 추슬렀다. 동시에 인근 중동 국가에 타격을 가했다. 특히 원유가 오가는 길목인 호르무즈 해협을 ‘볼모’로 잡고 세계 경제를 흔들고 있다.
지난 19일 오후 NH금융연구소에서 만난 조영무 NH금융연구소 소장은 이란 전쟁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조 소장은 자신이 국방이나 외교 전문가는 아니라고 전제하면서도 그동안 다양한 인사들과 만나 대화하고 토론하는 과정에서 나온 판단을 공유했다. 이란 전쟁을 장기화하려는 세력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란 전쟁을 대하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속내가 다르다”는 조 소장은 “영국의 시사․경제지 <이코노미스트>는 매년 11월 다음 해 경제 관련 주요 키워드를 10개 정도 뽑아 소개한다. 지난해 <이코노미스트>가 2026년 첫 키워드로 뽑은 게 ‘미국 독립선언 250주년’이었다. 세계 경제에 대한 키워드인데 미국 독립이라는 조금 생뚱맞은 키워드를 1위로 선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잘 생각해 보면 그때 이후로 트럼프 대통령은 그린란드를 미국 영토라고 주장하거나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를 잡아가고 이란을 공격하는 등의 행보를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올해는 역사적인 해인 셈이다. 뭔가 (역사에) 남을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듯하다”고 말했다.
이란 전쟁이 트럼프 대통령의 ‘업적 쌓기’용 이라는 뜻으로 풀이됐다.
반면 이스라엘은 다르다는 게 조 소장의 생각이다.
미국과 이스라엘 속내 달라
이란도 죽기 살기로 버티는 중
그는 “(이번 전쟁에서) 이스라엘의 목적은 이란이 자국에 가할 수 있는 실질적인 위협을 제거하는 것이라고 본다. 이란이 가진 미사일을 소진하도록 하거나 핵 개발 능력을 없애는 걸로는 만족하지 못할 것이다. 장기적으로 이란이 시리아처럼 내부가 분열되는 등 쪼개지기를 바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스라엘이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전쟁을 길게 끌고 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조 소장은 “이란도 퇴로는 없는 상황이다. 최고지도자를 비롯해 전쟁을 수행하던 사무총장 등 지도부가 구성되기 무섭게 죽고 있다. 이란 지도부는 반정부 시위가 발생했을 당시 국민을 3만명이나 죽였다. 지금 버티지 않으면 보복이 가해지지 않겠나. 그들 입장에서는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저항밖에 남은 답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란이 ‘약한 연결고리’를 공격하는 방식을 쓰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해 원유 문제를 부각하거나 미군을 죽이고 걸프만 국가를 공격하는 등의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자국 내 여론이 신경 쓰일 수밖에 없다. 동시에 세계 경제에 대한 압박, 걸프만 국가들의 불만 등이 제기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한국 경제에 가해질 타격이다. 미국이나 이란 모두 출구전략이 요원한 상황에서 전쟁이 길어질수록 원유를 전량 수입해서 사용하는 한국이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무엇보다 이란의 경제 ‘젖줄’인 하르그섬 공습, 가스전 폭파 등 이른바 ‘레드라인’으로 여겨지던 선이 지워지면서 세계 경제는 물론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이 확산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지난 16일 NH금융연구소가 발간한 ‘이란 전쟁 전개 시나리오별 경영 환경 변화 및 대응 포인트’ 보고서는 이란 전쟁 시나리오를 ▲조기 종전 시나리오 ▲지속 시나리오 ▲장기 지속 시나리오 등 3가지로 구분했다. 그리고 시나리오에 따라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과 정부 정책, 변수 등을 분석했다.
길어질수록
타격 커진다
보고서에 따르면 상정 가능한 가장 낙관적인 상황에서도 실질적인 경제 충격이 1개월 이상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과거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 사례 등을 들어 상황이 진정된 이후에도 해상 운임 등이 느리게 정상화했던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실물 경제와 물가에 제한적이지만 악영향이 가해질 수 있다고도 진단했다.
전쟁이 3개월 이상(지속 시나리오), 1년 이상(장기 지속 시나리오) 계속될 때는 경제에 미칠 악영향의 폭이 커졌다.
조 소장은 “전쟁이 약간 길어질 때와 엄청나게 길어질 때 나타날 수 있는 양상이 다르다는 걸 전달하는 게 목적”이라며 “호르무즈 해협이 정상화되지 않는 기간이 1년 이상 이어지는 상황을 장기 시나리오로 봤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 소장은 정부의 재정 정책과 한국은행의 통화 정책을 언급했다. 그는 “정부는 오늘 전쟁이 끝나도 추경을 할 것이다. 보고서에도 언급했듯이 전쟁이 지금 끝나도 그 여파가 한 달 이상 지속될 수 있기에 정부로서는 경제적 충격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추경을 진행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어 “전쟁이 3개월 이상 지속되면 어떨까. 석유나 가스를 연료로 사용하는 운송이나 화학, 발전 등 업종에 집중되던 피해가 도소매, 음식점, 숙박 등 내수산업 전반으로 확산할 수 있다. 국민이 먹고살기 어려워지고 불안감이 고조되면 한국은행도 뭔가 움직임을 보여야 하지 않나.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가계 부채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서울 집값은 계속 오르며 원-달러 환율이 폭등하는 상황에서도 미국보다 낮은 금리를 유지했지만, 전쟁이 3개월 이상 길어지면 또 금리를 낮추자는 요구가 나올 수 있다는 설명이다. 코로나19 시기에 정부의 방역 정책 등으로 소비가 급격하게 위축되자 지원금, 금리 인하 등으로 시중에 돈을 풀었던 상황과 유사한 방향으로 정책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봤다.
돈 풀다가
정책 전환?
조 소장은 “전쟁이 그보다(3개월) 더 길어지면 신재생발전 등 일부 수혜 산업을 제외한 대다수 업종으로 피해가 확산할 것이다. 재정이나 통화 정책으로 경기를 부양하는 데는 한계가 있기에 에너지 구조 전환, 원전 재검토 등 체질을 바꾸는 방향으로 정책 전환이 일어날 수 있다. 단기적 경기 대응에서 중장기적 사업 구조 변화를 꾀하는 방식”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다양한 상황을 고려하고 그에 따른 대응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당시 시중에 돈이 풀린 이후 금리 인상 등을 통해 회수하려 했지만, 여전히 질병 창궐 이전보다 통화량이 많은 점을 언급했다. 그 결과 경제에 미친 후폭풍을 고려해야 한다는 뜻으로 읽혔다.
조 소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으로부터 1시간 뒤에라도 종전을 선언할 수 있다. 저한테 지금 트럼프 대통령의 향후 행보를 묻는다면 ‘모르겠다’고 답할 것이다. 그만큼 한 사람의 머릿속을 예측하는 게 가장 어렵다”면서 “섣불리 예측하고 전망하고 가정하는 대신 다양한 상황을 상정해야 한다. 가장 낙관적인, 가장 비관적인, 가장 발생 가능성이 큰 상황을 고려해 대응하는 게 나아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럼 미리 세워놓은 플랜에 따라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조 소장은 이란 전쟁에 대한 정부 차원의 대응을 평가해 달라는 질문에 “그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기에 원론적인 답변밖에 드릴 수 없다”고 전제하면서도 “정부나 기업, 가계 등에서 위기의식 없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상태에서 정책을 진행하면 효과는 작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구성원 전체가 진짜 위기다, 우리가 돌파해야 한다고 느끼면 안 시켜도 한다.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게 돼있다”고 답했다.
조기 종전·3개월·1년 시나리오
정부 총체적·종합적인 대응 필요
이어 “이슈가 불거졌을 때 필요하다면 할 수 있는 건 다 하는 게 좋다고 본다. 정책이 모이면 그만큼 큰 힘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가장 중요한 건 상황 인식이다. 지금이 진짜 위기인지, 긴박한 상황인지, 총체적으로 대응해야 하는지 등을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그 이후에 대응은 범정부적이고 종합적이며 전방위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 상황에 대한 전망이 ‘희망’이 돼서는 안 된다고도 꼬집었다. 조 소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2024년 12월3일)하기 한 달 전인 그해 11월 한국은행에서 내놓은 경제성장률 전망을 언급했다. 당시 한국은행은 2025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1.9%로 전망했는데 실제 결과는 1%였다. 예측과 달리 경제성장률이 절반 가까이 떨어진 것이다.
조 소장은 “아무리 비상계엄이 있었다지만 6월에는 조기 대선도 열렸고 이후 반도체도 살아났다. 그럼에도 1%대 경제성장률을 기록한 것이다. 그럼 한국은행에서 예측한 1.9%라는 숫자를 어떻게 봐야 할까? 이미 뭔가 잘못돼있었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당시(2024년 11월) 한국은행의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1.9%라고 예측했을 때 중요한 이슈가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 관세 부과 문제였다. 보고서 앞부분에서 한국은행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에 2026년 1분기부터 낮은 관세를 부과하는 것을 가정하고 전망한다고 쓰여 있다. 2026년 1분기면 지금이다. 어떤가”라고 반문했다.
희망 말고
전망해야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계속 말하는 건 (전망에) 희망을 섞지 말고 좀 반갑지 않더라도 모르는 부분을 인정하고 그 분야의 진짜 전문가를 찾아 그들의 이야기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라며 “잘 모르겠다면 시나리오라도 짜서 그렇게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적절하고 필요한 정도로 대응하기 위한 전제조건은 정확한 진단, 상황 인식에 기반한 전망”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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