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식품업계 주주총회가 단순한 경영보고를 넘어, 산업 구조 전환의 분수령으로 주목받고 있다. 고물가와 소비 둔화, 원재료 가격 변동 속에서 기업들의 수익성 방어 전략이 본격적으로 시험대에 올랐기 때문이다. 특히 글로벌 사업 확대, 프리미엄 제품 강화, ESG 경영 등 중장기 전략이 주총 의제로 집중 부각되고 있다. 오너 리스크와 지배구조 개편, 주주환원 정책 역시 투자자들의 핵심 관심사로 떠오르는 상황이다. 변화의 기로에 선 식품업계가 어떤 해법을 제시할지, 이번 주총이 그 방향성을 가늠할 중요한 무대가 되고 있다.[편집자주]
식품업계가 정기 주주총회 시즌에 돌입하면서 지배구조 재정비와 미래 먹거리 확보가 올해 주총 주요 이슈로 떠올랐다. 개정 상법 시행을 앞두고 오너 재선임과 경영 승계 작업이 이어지는 한편,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과 해외 진출 확대 전략에 무게를 싣는 모습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9일 롯데칠성음료를 시작으로 식품기업들의 정기 주주총회가 시작됐다. 20일에는 농심, 롯데웰푸드, 오는 24일 CJ제일제당, 26일 동원산업, 대상, 빙그레, 삼양식품, 신세계푸드, SPC삼립, 오뚜기, 오리온, 하이트진로, 27일 남양유업까지 주요 식품기업들의 주총이 이어진다.
올해 주총의 주요 화두는 상법 개정안 시행에 따른 기업들의 지배구조 재정비다.
상법 개정안에 따르면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는 정관으로 집중투표제를 배제할 수 없고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 등의 규제가 적용된다. 의무 시행은 9월이지만 정기 주총에서 정관을 개정하며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롯데웰푸드와 CJ제일제당, 빙그레 등은 집중투표제 반영 등을 위한 정관 변경에 나섰다.
집중투표제는 소액주주가 특정 이사 후보에게 의결권을 집중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기존에는 많은 기업들이 경영권 방어를 위해 집중투표제를 적용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배제 조항을 뒀으나 개정 상법 시행으로 바뀌게 된다.
오너 경영을 강화하는 흐름도 이어졌다.
롯데웰푸드와 오뚜기, 오리온 등 기업은 오너들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을 주총에 올렸다. 롯데웰푸드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한다. 오리온은 허인철 부회장을, 오뚜기는 함영준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을 추진한다. 대내외 경영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오너 중심 리더십으로 조직 안정성을 유지하려는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오너 경영 승계 강화도 있다.
농심은 신상열 부사장을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하고, 대상은 임상민 부사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하는 안건을 올렸다. 특히 농심의 경우 신 부사장의 이사회 합류를 계기로 오너 3세 경영 체제가 본격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 부사장은 신춘호 농심 창업자의 손자이자 신동원 회장의 장남이다. 신 부사장은 2018년 농심에 입사한 뒤 7년 만에 부사장으로 승진했고, 올해 주총에서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될 예정이다. 신 부사장은 현재 해외 매출 비중을 60%로 확대한다는 등의 목표를 담은 '비전2030' 등 중장기 전략을 비롯해 업무 전반을 두루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PC삼립은 사명을 '삼립'으로 변경하는 안건을 올렸다. SPC삼립은 올해 초 지주회사 상미당홀딩스 출범 이후 그룹 체제 정비에 맞춰 사명 변경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SPC삼립은 또 도세호 상미당홀딩스 대표와 정인호 농심켈로그 대표를 각자 대표이사로 선임해 책임경영 체제를 강화할 계획이다. SPC삼립은 당초 김범수 대표, 경제형 부사장을 각자대표로 선임하려 했으나 주주총회소집결의를 통해 도세호 상미당홀딩스 대표와 정인호 전 농심켈로그 대표를 각자대표로 내정했다.
업계 관계자는 "개정 상법 시행을 앞두고 기업들이 정관 변경과 이사회 체제 정비에 선제적으로 나서고 있다"며 “오너 중심 리더십 강화에 따라 책임경영과 성과 입증 요구도 함께 커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김현정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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