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6년 3월 19일 15시 1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TV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유일의 전업 재보험사 코리안리가 오는 7월 개정 상법 시행을 앞두고, 이달 말 정기 주주총회에서 기타비상무이사를 교체하는 등 이사진 정비에 나섰다. 27년간 기타비상무이사를 맡은 이필규(92) 보험신보 회장이 물러나고, 그 자리를 이필규 회장의 아들 이진형(59) 전 코리안리 상무가 이어받는다.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합산 3%로 제한한 개정 상법에 대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기타비상무이사는 사내이사, 사외이사(독립이사)와 구별되는 비상임이사다. 회사 임원이 아니면서, 회사와 관계된 사람이 이사회에 참여할 때 기타비상무이사로 참여한다. 주로 모회사 임원이 자회사 이사회에 참여할 때, 기타비상무이사를 맡는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코리안리는 오는 27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기타비상무이사로 이 전 상무를 선임하는 안건을 상정했다.
고령인 이 회장이 기타비상무이사 임기 만료를 앞두고, 아들에게 코리안리 지분과 함께 기타비상무이사 자리를 승계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이 전 상무는 오는 6월 임기 만료를 4개월 남기고, 일선에서 물러나 코리안리 자문을 맡았다. 지난 2월 11일 퇴임하면서, 올해부터 코리안리와 자문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앞서 이 회장은 지난 9일 아들에게 코리안리 보통주 200만주(지분율 1.03%)를 증여했다. 이 회장이 보유한 주식 468만주(2.40%)의 절반에 가까운 지분이다.
이 회장은 지난 1999년 5월 27일부터 이달 주총까지 27년간 코리안리 등기이사를 맡으며, 코리안리 사주 일가와 오랜 신뢰관계를 이어왔다. 고(故) 원혁희 선대 회장이 코리안리의 전신 대한재보험공사를 인수하기 전부터 등기이사였고, 선대 회장과 서울대 상대 동문이기도 하다. 1988년부터 현재까지 보험전문지 보험신보 회장으로 재임하면서 한국위험관리학회 이사, 한국보험학회 이사를 역임한 보험업계 원로다.
아들 이 전 상무도 코리안리와 인연이 깊다. 지난 2003년 코리안리 재경부에 입사해, 23년간 코리안리에서 근무했다. 투자팀, 기획실을 거쳐 뉴욕주재사무소장, 조사연구팀장, 위험관리책임자를 역임했다.
코리안리 이사회는 후보 추천 사유로 "이진형 후보자는 2003년부터 약 23년간 코리안리재보험에서 근무한 바, 보험업 전반 및 코리안리의 대내외 경영 환경에 정통하며 조직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가지고 있다"며 "과거 경력과 경험을 바탕으로 코리안리재보험의 전략 수립에 큰 기여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기타비상무이사를 관계사 임원이 맡는 경우는 흔하지만, 이처럼 대를 이어 부자가 기타비상무이사를 맡는 경우는 흔치 않다. 이는 형제 경영과 더불어 전형적인 한국형 가족기업의 지배구조 한계를 보여주는 사례라는 지적이다.
코리안리 이사회는 독립이사가 수적으로 우세해, 경영진을 견제하는 외형을 갖췄다. ▲사내이사 2명, ▲기타비상무이사 1명, ▲독립이사 4명으로, 독립이사가 사내이사와 기타비상무이사를 합친 수보다 1명 더 많다.
코리안리 관계자는 "이사회는 총 7인으로 사외이사(독립이사)가 4명으로, 사내이사보다 많다"며 충분히 경영진을 견제할 수 있는 구조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한국 사회에서 사외이사가 사주인 형제 경영진을 거슬러 반대 표를 던지기 힘든 구조다. 원종규 사장의 형 원종익 회장이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는 데다, 원 사장이 대표이사로서 형과 함께 이사회에 참여하기 때문이다. 최대주주는 원 회장 형제의 모친 장인순 씨다.
실제로 지난해 열린 이사회 총 6회에서 이사들은 전원 참석해, 모두 찬성 표를 던졌다. 안건 27건을 가결시켰고, 보고 16건을 원안대로 접수했다.
분리 선출 감사위원 2명으로 확대..임기 2년 부여
코리안리는 오는 27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독립이사인 황성식 전 삼일회계법인 부대표와 정지원 전 한국거래소 이사장을 재선임하는 안건을 부의하면서, 지배구조 내부규범 규정과 다르게 연임 임기 2년을 부여했다.
코리안리의 지배구조규정(지배구조 내부규범) 15조는 "독립이사의 연임시 임기는 1년 이내로 하며, 연속하여 5년을 초과하여 재임할 수 없다"고 규정했다.
이는 지배구조 내부규범에 맞지 않으나, 정관에 따른 것이란 입장이다. 지배구조 내부규범과 정관이 충돌할 경우에 기업의 헌법 격인 정관이 우선한다.
코리안리 관계자는 "황성식 이사와 정지원 이사는 각각 2년 연장안으로 주주총회에서 부의할 예정"이라며 "정관상 임기 연장시 특별한 제약이 있는 게 아니라서 2년을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황 이사와 정 이사는 지난 2024년 3월 29일 주총에서 처음 선임된 후 임기 2년을 채웠고, 이달 말 주총에서 다시 선임되면 독립이사를 4년 연속 맡게 된다.
특히 정 이사는 분리 선출하는 감사위원이고, 황 이사는 사외이사로서 감사위원을 맡는 중책이다. 작년 주총에서 선임한 감사위원 이경희 상명대 글로벌금융경영학부 교수와 함께 정지원 이사가 분리 선출 감사위원이 된다. 2차 상법 개정으로 오는 9월 10일부터 분리 선출한 감사위원을 1명에서 2명으로 확대해야 하는데, 이 요건을 맞춘 것이다.
지배구조 내부규범상 연임 임기를 1년씩 부여해야 하지만, 임기 2년을 부여해서 내년 주총에서 감사위원 3명이 동시에 임기 만료를 맞는 상황을 피했다. 3인 중에서 이경희 감사위원의 임기만 내년 주총에서 만료된다.
이는 1차 상법 개정으로 오는 7월 23일부터 감사위원을 선임할 때 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합산해서 3%로 제한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내년 주총을 앞두고 정관에서 이사의 임기 제한을 변경했다. 이사의 임기 만료 시기가 몰려서, 표 대결에서 불리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이상헌 iM증권 연구원은 "3%룰 적용 확대로 인해 최대주주 측 단독으로 감사위원을 선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 경영진에 비우호적인 감사위원회가 구성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단 1명의 감사위원이라 하더라도 감사위원회 자료 제출 요구권, 업무 조사권 등을 활용해 회사의 민감한 정보에 광범위하게 접근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경영진의 의사결정에 대해 견제 기능을 행사할 수 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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