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노란봉투법' 파고에 갇힌 건설업계…"직접교섭 요구에 현장 멈출라"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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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노란봉투법' 파고에 갇힌 건설업계…"직접교섭 요구에 현장 멈출라" 비상

비즈니스플러스 2026-03-23 08:14:3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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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이른바 '노란봉투법'이 6개월간의 유예기간을 마치고 지난 10일부터 본격적인 시행에 들어가면서 국내 건설업계에 '노무 리스크' 비상등이 켜졌다. /사진=AI 생성 이미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이른바 '노란봉투법'이 6개월간의 유예기간을 마치고 지난 10일부터 본격적인 시행에 들어가면서 국내 건설업계에 '노무 리스크' 비상등이 켜졌다. /사진=AI 생성 이미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 이른바 '노란봉투법'이 6개월간의 유예기간을 마치고 지난 10일부터 본격적인 시행에 들어가면서 국내 건설업계에 '노무 리스크' 비상등이 켜졌다. 

하청 노동조합이 원청 건설사를 상대로 직접 단체교섭을 요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면서, 복잡한 하도급 구조를 가진 건설 현장의 특성상 유례없는 혼란이 예상돼서다. 주요 건설사들은 전직 고용노동부 장관을 사외이사로 영입하는 등 '방패' 마련에 분주하지만, 업계 전반에 퍼진 긴장감은 어느 때보다 고조된 분위기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개정 법안의 핵심은 사용자의 범위를 '근로조건에 대하여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로 대폭 확대한 것이다. 기존에는 직접적인 근로계약을 맺은 하청업체 대표만이 협상 대상이었으나, 이제는 공사 금액과 인력을 실질적으로 통제하는 원청 건설사가 교섭 테이블에 앉아야 할 처지에 놓였다.

시행 첫날부터 움직임은 거셌다. 민주노총 전국건설노조는 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을 비롯한 국내 주요 건설사 90여곳을 대상으로 단체교섭 요구서를 발송했다. 한 기업 노조 관계자는 "그동안 건설 현장의 안전 문제나 임금 체불, 다단계 하도급의 폐해를 해결하고 싶어도 원청은 '우리 직원이 아니다'라며 회피해 왔다"며 "이제 법적으로 원청의 책임이 명시된 만큼, 실질적인 결정권을 가진 이들과 직접 대화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경영계의 시각은 다르다. 건설업은 한 현장에 적게는 수십 개, 많게는 수백 개의 협력업체가 얽혀 있다. 원청이 수많은 하청 노조와 개별적으로 교섭에 응해야 할 경우, 행정적 낭비는 물론 현장 관리 체계 자체가 붕괴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대형 건설사 노무 관계자는 "어떤 의제가 '실질적 지배력'의 범위에 들어가는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다"며 "결국 매 사안마다 법원의 판단을 기다려야 하는 소송전이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건설사들은 생존을 위한 대응책 마련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외부 전문가 수혈이다. 삼성물산은 최근 이정식 전 고용노동부 장관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며 노무 및 안전 리스크 관리 역량 강화에 나섰다. 장관 출신 인사의 전문성을 빌려 개정 법안 시행에 따른 법적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고, 고도화된 노사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법조계와의 협력도 긴밀해지고 있다. 주요 대형 로펌들은 건설사들을 대상으로 긴급 세미나를 열고 리스크 관리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특히 '계약 구조의 재설계'를 조언한다. 원청이 하청업체의 노무 관리에 과도하게 개입할 경우 '실질적 지배력'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하청업체의 독립성을 강화하면서도 원청의 안전 관리 의무를 이행할 수 있는 정교한 설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업계에서 가장 우려하는 대목은 이번 법 시행이 가져올 실물 경제의 타격이다. 건설 프로젝트는 시간과의 싸움이다. 특정 공정에서 하청 노조의 교섭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아 파업이 발생할 경우, 후속 공정이 연쇄적으로 중단되면서 공사 기간 지연이 불가피하다.

이는 곧 건설사의 금융비용 증가와 지체상금 부담으로 직결된다. 최근 시멘트, 철강 등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이미 공사비가 천정부지로 솟은 상황에서 노무 리스크까지 더해질 경우, 사업성이 악화된 건설사들의 줄도산이나 신규 공급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법은 이미 시행됐고 주사위는 던져졌다"며 "단순히 노조의 요구를 거부하는 차원을 넘어, 변화된 법 환경 속에서 현장의 안전과 효율을 동시에 잡을 수 있는 근본적인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박성대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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