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보다 무서운 공급단절…호르무즈發 쇼크 언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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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보다 무서운 공급단절…호르무즈發 쇼크 언제까지

한스경제 2026-03-23 07:3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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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조선 예시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유조선 예시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 서울=한스경제 김창수 기자 | 미국과 이란 무력 충돌이 장기전 양상으로 번지며 국내 산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전쟁 이후 중동 해상 물류 핵심 축인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며 ‘얼마에 사느냐’보다 ‘제때 들여올 수 있느냐’가 중요 변수로 떠올랐다. 실제 글로벌 원유와 LNG 물동량 상당량이 이 곳을 통과하는 구조에서 병목이 장기화될 경우 에너지 가격 변동을 넘어 실물 공급 차질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나온다.

▲ 에너지 수입량 대부분 중동 경로에 의존…비축 재고 제한적

업계 분석에 따르면 한국은 미국-이란 전쟁 여파로 인한 충격에 특히 취약한 구조를 갖는다. 에너지 대부분을 해외에서 들여오는 만큼 공급망이 흔들리면 산업 전반으로 파급되는 속도가 빠르다. 

국내 에너지 수입 규모는 2022년 1355억달러에서 2023년 1431억달러로 늘어난 데 이어 2024년에는 2774억달러까지 급증한 것으로 집계됐다. 단순 가격 상승뿐 아니라 수입 물량 자체가 흔들릴 경우 무역수지와 생산비 전반에 미치는 충격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석유화학 업종은 이번 사태 직격탄을 맞았다. 전쟁 발발 이후 국내 주요 업체들이 잇따라 공급 차질 가능성을 공지하거나 가동률 조정에 들어간 것은 이런 구조적 취약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여천NCC는 3월 들어 원료 도입 지연을 이유로 생산을 최소 수준으로 낮췄다. 롯데케미칼과 한화솔루션, LG화학 등도 일부 제품 공급 차질 가능성을 언급했다. 해외에서도 일본·대만·동남아 주요 업체들이 유사 대응에 나서며 아시아 석유화학 산업 전반에 긴장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문제는 단순한 수급 불안이 아니라 산업 구조 자체가 외부 충격에 취약하다는 점이다. 국내 나프타 조달은 절반가량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다. 또한 수입 물량 중 상당 부분이 중동에 집중돼 있다. 정유사를 통한 간접 조달까지 감안하면 실제 중동 의존도는 60%를 웃도는 수준으로 추정된다. 

반면 나프타 재고는 통상 10~15일 수준에 그쳐 원유(약 60일)에 비해 완충 능력이 크게 떨어진다. 공급 차질이 발생하면 단기간 내 생산 차질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생산 공정 역시 리스크를 키우는 주 요인이다. 국내 에틸렌 생산에서 나프타 비중은 80%를 웃도는 수준으로 주요 국가 대비 대체 원료 활용 비중이 낮다. 미국이나 중국이 에탄, 석탄 기반 공정 등을 통해 원료를 다변화한 것과 달리 국내 업체들은 나프타 중심 구조가 고착돼 있다. 공급망이 막히면 생산을 줄이는 것 외에는 대응 수단이 제한적인 셈이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일부 완충 효과도 감지된다. 전쟁 이전에 확보한 저가 원료가 투입되며 3월까지는 제품 스프레드가 일시적으로 개선되는 흐름을 보였다. 실제 에틸렌과 프로필렌 등 주요 제품 마진은 단기적으로 큰 폭의 상승세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는 착시에 가깝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4월 이후 고가 원료가 본격 반영되면 제품 가격에 이를 충분히 전가하기 어려워 다시 마진이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 글로벌 공급 과잉 구조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원가 상승분을 가격에 반영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업체들 가동률 조정은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원료 도입이 줄어들 경우 생산량을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는데 이는 곧 고정비 부담 증가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진다. 

업계에서는 원료 조달이 일정 수준만 감소해도 가동률을 50~60% 수준까지 낮춰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감산이 장기화되면 실적 부진은 물론 설비 효율성 저하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 미-이란 전쟁 여파, 업계별로 영향 갈려…“근본적 체질 개선 선행돼야”

업체별 영향도 뚜렷하게 엇갈리고 있다. 나프타를 직접 조달하는 NCC 중심 업체들 타격이 가장 큰 가운데 정유사와 연계된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완충 여력이 있다. 또한 북미산 프로판을 활용하는 프로판 탈수소화 공정(PDH) 계열 업체들은 단기적 반사이익을 얻는 구조다.

결국 이번 사태는 단순한 업황 변동이 아닌 원료 조달 방식과 공급망 구조에 따라 기업 간 격차를 확대시키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이란 전쟁 여파로 인한 충격 본질은 가격이 아니라 산업 구조 취약성에 있다. 에너지와 원재료를 특정 지역에 집중적으로 의존해 온 산업 구조가 지정학적 리스크 앞에서 한계를 드러냈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불안정성이 반복될 경우 현재와 같은 충격파는 언제든 재현될 수 있다”며 “수입선 다변화, 비축 확대, 대체 원료 기반 확충 등 근본적 체질 개선 없이는 국내 석유화학 산업이 외부 변수에 흔들리는 구조에서 벗어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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