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 검사한 174명 중 44명…화학물질 등 다른 요인 가능성도
"피폭 영향 가능성, 합리적 의심…현지 환경시료 조사 못해 분석에 한계"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북한이 여섯 차례 핵실험을 진행한 풍계리 핵실험장 인근 지역 출신 북한이탈주민(탈북민) 네 명 중 한 명꼴로 방사선 피폭으로 발생할 수 있는 염색체 변이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유해 화학물질 노출 등 다른 원인에 따른 이상일 수도 있어 피폭과 인과관계가 입증되지는 않았다.
23일 통일부에 따르면 한국원자력의학원 국가방사선비상진료센터가 2024년에 풍계리 핵실험장 인근 8개 시·군(길주군, 화대군, 김책시, 명간군(구 화성군), 명천군, 어랑군, 단천시, 백암군) 출신 탈북민 35명을 대상으로 방사선 피폭 검사를 한 결과, 12명(34%)에게서 방사선 노출에 의한 염색체 이상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측정됐다.
염색체 이상 정도를 측정해 과거 평생 누적 피폭선량을 가늠할 수 있는 진단검사(생물학적 선량평가)인 '안정형 염색체 이상 검사' 결과, 12명에서 최소검출한계(0.25 Gy) 이상 값이 나왔다.
이어 최근 3~6개월간 노출된 방사선량을 측정하는 '불안정형 염색체 이상 검사'에서는 모두 최소검출한계 미만 값을 보였다.
이들 12명이 검사 6개월 이전까지 노출된 방사선에 의해 염색체 변이가 일어났을 가능성을 있다는 검사결과인 셈이다.
핵실험으로 방출된 요오드-131, 세슘-137, 스트론튬-90, 플루토늄-239 같은 핵종을 물과 공기 등을 통해 섭취한 영향으로 염색체 변이가 생겼을 수 있다는 뜻이다.
다만 이들 12명 중 방사선 피폭과 상관관계가 있다고 알려진 암 발병자는 현재까지 없었다.
이어 지난해 검사받은 탈북민 59명 중 15명이 생물학적 선량평가에서 염색체 이상 가능성을 보였다.
통일부가 결과를 공개했던 2023년을 포함한 지난 3년간 검사 인원 총 174명 중 44명, 즉 1차 핵실험(2006년 11월) 이후 풍계리 인근에서 탈출한 주민의 25%가 핵실험 피폭에 의한 방사능 이상 가능성을 보인 셈이다.
안정형·불안정형 염색체 이상 검사로 측정하는 염색체 변이는 컴퓨터단층촬영(CT) 같은 의료 방사선, 흡연으로 인한 유해 화학물질에 의해서도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이번 결과가 핵실험에 따른 피폭을 입증하는 것은 아니다.
인과관계를 파악하는 데는 풍계리 인근의 식수원을 비롯해 환경시료를 검사하는 것이 효과적이지만 이는 북한의 비협조로 불가능하다.
탈북민 피폭 검사 사업을 수행한 원자력의학원 관계자는 "조사의 한계 탓에 현재로선 어떤 요인으로 이러한 결과가 나왔는지 특정할 수 없다"며 신중하게 평가했다.
[표] 북한이탈주민 피폭검사 사업 현황(단위, 명·천원)
| 연도 | 검사 인원 | 안정형 염색체 검사 최소검출한계 이상 인원 |
기존 수검자 중 추적검사 인원 | 검사 비용 |
| 2023 | 80 | 17 | 5 | 146,983 |
| 2024 | 35 | 12 | 9 | 129,575 |
| 2025 | 59 | 15 | 5 | 519,299 |
자료, 통일부
앞으로 검사 데이터가 누적되고 한국인 집단과 결과 비교 등 통계적 분석이 이뤄지면 인과관계 평가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 들어온 풍계리 핵실험장 인근 8개 시군 출신 탈북민은 약 800명이다.
2023년 탈북민 피폭검사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통일부는 이듬해 1년 치 결과를 발표하면서 검사 인력을 추가 확보해 사업 속도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권 교체를 거치며 2024년 사업부터는 결과가 아예 공개되지 않았고 검사 인원도 2년간 94명에 그쳤다. 누적 결과를 활용한 추가 통계 분석도 이뤄지지 않았다.
올해 신규 검사 목표 인원은 50명이다.
원자력의학원 관계자는 "염색체 이상 비율이 이처럼 높게 나온 원인으로 핵실험에 따른 피폭 가능성을 떠올리는 것은 과학적으로 합리적인 의심"이라며, 검사 사업을 지속하고 통계 분석 연구도 할 필요가 있다고 연합뉴스에 말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지지부진한 사업 경과에 대해 "북향민(통일부가 사용하는 '탈북민' 대체 용어) 대상으로 피폭 실태조사 사업을 안내하고 있지만 검사 신청자를 모으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 2년 치 사업 결과를 공개하지 않은 것은 관심 약화와 개인정보 보호 등을 고려했기 때문이라고 답변했다.
tr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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